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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나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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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risky business]

그런 사람들이 있다. 어디가 매력적인지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우나, 자꾸만 끌리는.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몸 어딘가가 가려운데 정확하게 어디인지는 몰라서 몸 구석구석을 긁어본 적.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의 구석구석이 궁금했다.

그 사람은 나에 비해 너비가 좁았다. 생각의 깊이는 비슷했으나 내가 조금 더 잡학다식했다. 박학다식하지는 않으므로 잡학다식이라고 하자. 그 사람은 나에 대해 몹시 흥미를 느꼈고 내가 이야기를 하는 족족 눈을 빛내주었고 내가 말하는 주제에 대해 매우 흡족해했다. 쿵짝이 잘 맞았다고 설명할 수 있겠지. 이야기 보따리를 그리 많이 챙겨 만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보따리 안의 것을 아주 면밀하게 관찰하는 사람이었다.

매사에 감사할 줄 알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 옳고 그름, 좋고 나쁨보다는 어우러짐을 더 중시하는. 나의 우주와 당신의 우주를 융합하고 싶다던 그의 표현은 정말이지 나를 벙찌게 했다. 이야기 중간중간, 나의 섹드립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적당한 시점에 나를 간질일 줄 아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아주 재치있는데, 가볍지 않았다. 나와의 핑퐁을 아주 즐거워해 주었기에 나 역시 감사할 따름이었다.

“보지 냄새 맡아봐도 될까?”

자꾸 허락을 구하는 것이 전혀 성가시지 않았던 건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세심한 배려가 참 고마웠다. 흔쾌하게 나는, “그럼요, 얼마든지요.” 했다. 

깊게 들이마시는 그 사람의 숨소리가 기특했다. 서혜부부터 시작된 그의 호흡은 점점 내려와 나의 가장 깊은 곳까지. 정교한 섬세함은 온 몸(심지어 마음)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특히 그의 혀와 손끝이 그러했다. 혀가 우아할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했으니까. ㅡ누군가에게는 초치는 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중요시 여기는 것이라ㅡ콘돔을 끼지 않고 섹스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뒤돌아 서서 콘돔을 착용하는 그의 엉덩이에서는 긴장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몸이 몹시 예뻤다. 광배와 기립근, 둔근과 내전근.. 모두 단단하면서 뜨거웠다. 몸을 부둥켜 안을 적마다 뜨거웠기에 외려 걱정까지 했다. ‘내 몸이 차게 느껴지면 어쩌지.’ 다행히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촉촉한 세심함에 취할 무렵, 마침내 내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섹스를 잘 하지는 않았다. 슬로우섹스도, 여성상위에서 앞뒤로 움직거리는 것을 느끼는 것도, 페이스시팅도 처음이라고 했다. 들어가고 나가면서 내 질이 온전히 느껴지는데 무척 아름답다고 했다. “Shit” “Fuck” 하면서 낮게 신음하는 그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나도 더 열심히 임했던 것 같다. (‘t’와 ‘k’ sound가 그렇게나 야하게 들렸더랬다.) 

삽입 전, “네가 너무 야해서 금방 사정하면 어쩌지?” 하더니 의외로 롱런했다. 나는 자존심이 조금 상할만도 했는데, 삽입을 하는 와중에도 귓가에 주기적으로 ‘너 너무 맛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어 그리 씁쓸하진 않았다. 토끼의 교미를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수컷토끼는 정말 빠르게 삽입하고 정말 빠르게 홱 쓰러진다. 아니, 그 사람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렇게 빠른 삽입은 난생 처음이었다. 고환은 애널을, 치골은 클리토리스를 강타했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아득해졌다. 정신 없는 섹스를 했다. 

그러다가 장난기가 발동해서, “내 생각에 당신은 욕을 못 할 것 같아요. 마음 여린 사람은 잘 못 하더라고.” 했던 게 화근이었는지 그 사람은 웃는 얼굴로 나에게, 

“다시 말해봐, 씨발년아.” 

겨우겨우 잡고 있던 정신줄을 놓는 순간이었다. 순진한 얼굴에 정교하고 단단한 몸을 하고서 그렇게 쫀득하게 욕을 하다니... 진심으로 감탄했다. 아무튼 이 외에도 욕지거리를 많이 하긴 했다만 기억 저 편으로 휘발되었다.

파편으로 남아있는 그와의 섹스를 모두 되새김질하고 싶지만 되새김질보다는 다시 한 번 맛보는 게 빠를 것 같긴 하다. 뜨거웠던 그의 몸과 시시때때로 발기하는 그의 자지는 충격적일만큼 섹시했다.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데, “나 어땠어?” 하며 천진하게 물어오길래, 잘하는 건 아니고 일단 정말 맛있었다며 단단하고 뜨거운 그의 외복사근인지 전거근인지를 쓰다듬었다. 쓰다듬기만 했는데도 다시금 요도에서 쿠퍼액이 울럭거리더라. 그 사람은 나의 입술과 손을, 가슴과 허리 그리고 엉덩이를, 내 보지와 애널을, 눈과 머릿결을 좋아했다. 

아주 귀하고 근사한 원석이었다. 잘 가공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에는 우리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만나자며 헤어졌다. 그의 우주가 한없이 팽창하길 바란다.


글쓴이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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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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