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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면서 딴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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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오늘 아침 차를 타고 오면서, 남편과 함께 자녀 교육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똑똑한 아이를 만들려면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대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어, 급기야 창조적 상상력과 섹스의 상관 관계에 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결국 섹스도 잘하게 된다.”는 것이 나의 주장.

남편은 “남자들은 시각적 자극에 가장 흥분한다.”며, ‘섹스 하는데 무슨 상상력이 필요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당신은 섹스 할 때 아무런 상상도 안 해?”(요 대목에서 남편의 대답은 프라이버시보호 차원에서 생략하기로 한다.)

나는 사실 자위할 때 못지않게, 섹스 하면서 많은 상상을 한다. 언젠가 포르노에서 봤던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상대방과 내가 유체이탈 하여 포지션이 바뀐 상상도 하고(그래, 나 사이코다), 여자랑 섹스 하는 상상도 하고, 강간당하는 상상도 한다.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체면 관리는 이미 포기한 나 지만) 공개석상에선 절대로 얘기하지 못 할 추잡하고 음흉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언제나 딴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다.

컨디션이 좋고 상대방에게 필이 딱 꽂히는 날엔 아주 로맨틱한 분위기로 파트너에게 집중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날이 일 년에 몇 일이나 될까? 눈이 마주 칠 때 마다 전기가 통하는 시절은 이미 오래 전에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상상만 하는 것도 간음이다.’라는 성경구절이 있기는 하지만, 바람도 못 피는 데 상상도 못 하게 하면 어찌 살란 말인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외도를 일삼으면서도, 정작 섹스에 관한 한 엄청 보수적인 의견을 견지한다.

여자들은 자위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 분의 생각이다. 여자가 많이 알면 남자가 피곤해진다나? 자기에게 중요한 건 섹스가 아니라 로맨스란다. 내가 보기에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혹은 그런 척 하는) 순진한 여자에게 하나하나 성에 눈을 뜨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알까?

토끼처럼 눈을 감고 수줍게 다리를 벌린 여자의 머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이 교차하고 있는지.

기대-실망-바램-후회-희망-도전-서운함-포기..

우리는 급기야 어제 본 주몽의 줄거리를 생각하기도 하고, 차라리 빨리 끝나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짜 신음소리를 한껏 외쳐대기도 한다.

대 놓고 멀뚱멀뚱 상대방을 무안하게 하는 여자들에 비하면, 갖은 상상을 동원해 흥분의 호흡을 맞추는 나는 얼마나 착한 여자인가?

상상은 죄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리만족으로 인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함으로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악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성적 배설욕구를 문학과 예술을 통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문화권일수록 성 범죄 율이 낮은 걸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광수 교수와 관련 된 일련의 사건과 사람들의 반응은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상상력은 창조력을 부른다. 세기의 발명은 항상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가.

오랜 연인이나 부부의 권태기를 최소화 하고, 무미건조한 성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의 가운데는 (가능하다면) 서로간의 성적 상상력에 제동을 걸지 않는 열린 마음이 필수적이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변태’라는 단어를 남발하기 마련이다. 지난 호에 언급한 내 친구처럼 ‘오럴섹스’도 변태행위로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재미로 섹스를 하겠는가.

여자들이 원하는 건 힘과 테크닉이 아니다.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음란한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파트너로 남는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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