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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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I는 외설적이면서도 별 볼 일 없었고, 멋도 없었다. 그래서 I는 나 그 자체였다.




당시 나는 교복을 깡총하게 고쳐 입은 소녀였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 또는 주차장에서 또래와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동급생들 혹은 후배의 금품따위를 빼앗고 때리고... 하진 않았다. 외려 그런 류의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것 같다.
당시 친구들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생긴 것보다 목소리가 낮아 더 매력적인’,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건강한 사고를 하는’, ‘하는 짓이 또라이같은’ 등의 긍정적인 평을 두루 듣는 꽤 입지 좋은 학생이었다.
여느 사춘기 소녀가 그렇듯, 꾸미는 것도 친구도 좋은, 그렇다고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teenager였다.


이미 난 A를 통해서 성적인 유희나 쾌락에 익숙해져있었다. 그러다 당시 유행하는 랜덤채팅어플을 설치했다. 둥실둥실 돛단배였던가. 두리둥실? 하여튼. 동급생끼리도 꽤 유행했다. 전날 대화를 나눴던 웃긴 사람들 이야기는 종종 화제였다.
물론 내 목적은 낯선 이와의 만남이 아니였다. 인신매매라든가, 범죄의 노출에 지레 겁을 먹어버리던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센 척에도 능한 나였다.)


변녀구해요, 여자?, ㅎㅇ, 모해 ㅋ. 따위의 말을 던지는 이름 모를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다. 한 열 명 정도와 대화를 나눈 뒤 나는 피로감 같은 걸 느꼈다. I는 아마도, 그 열 명 중 하나였겠다.

기억에도 남지 않는 첫 인사. I는 당시 26살이며 모대학 경영학과 복학생이라고 했다. 그리고 만남 성사.


택시를 타고 어떤 어두컴컴한 동네에서 내린 게 기억이 난다. I는 내 머릿속에 있는 26살의 이미지보단 조금 삭아보였다. 그리고 인신매매나 범죄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게 고등학생의 날 더 안심시켰다.
어색함 때문인지 I는 내게 담배를 권했다.
“생긴 건 골초인데.”
당시 담배냄새를 역겨워하던 내게 키득거리며 I가 말했다. (믿거나 말거나 이 소녀는 5년 뒤 골초가 된다.)

I의 눈에 난 어떻게 비쳤을까.
섬유유연제나 샴푸냄새보다 화장품 냄새가 더 진한 고등학생.
교복은 별로 안 어울리게 생겼다고 했다. 포동한 볼살을 연거푸 꼬집어댄다. 무례했지만 불쾌하진 않았다. 낄낄거리는 웃음에 된소리 발음을 자주 쓰는 여자애. 아마 나를 가볍게 봤거나 I가 가벼운 사람이었겠다. 아니면 그 둘 다였을지도.


상영관에서 난 팝콘을 으적였다. 팝콘에서는 뭉친 조미료 맛이 났다.
I와 있는 시간은 전혀 섹스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오랜 친구 같았다. 오래도록 연락이 닿지 않다가 간만에 데이트를 즐기는 그런.
뭐, 상관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난 집에 갈 거고 I와는 연락을 하지 않겠지. 그 때까진 시시하고 무료한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난 후 퇴장로에서 I는 내게 말하길,
“야아, 사실 나는 누구 만날라고 그거 한 건 아냐. 민망한데 난 여자친구도 별로 없었어. 아이 참. 쑥스럽네 이거.”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꾸밈 없고 거침 없는 I에게서 내 모습이 투영되었다. 왜, 그렇잖은가. 자기와 비슷한 면모에 사람은 끌린다고. 그 때의 나는 I에게 그렇게 끌렸다. 투박한 고백을 듣고 나니 I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게 만남과 헤어짐을 몇 번 반복했다. 내가 먼저 I에게 연락을 하는 날도 생겼다. 깊이가 있는 대화는 전혀 아니였다. 그저 툭툭 던지는 듯한 단어들의 모임. 시시껄렁하고 가벼우면서 의미도 거의 없는, 나와 I같은 대화.
어느 날 나는 I에게 술이 먹고 싶다고 했다. 슬프거나 뱉어내고 싶은 일이 있던 건 아니였을 테고, 그냥 I의 반응이 궁금했거나 아니면 그냥 정말 마시고 싶었던 것 같다.

I는 꽤 신기하단 듯이 반응했다. 줄담배 잘하게 생긴 앤데 담배냄새를 싫어하길래 술도 싫어하는 줄 알았다며. 반전에 반전이 매력적이라며 키읔을 남발해댔다.

내가 사는 동네의 술집에서 I와 소주를 마셨다. 그렇게 우린 취해갔고, 친해져가고 있었다.


꽤 오래도록 흡사 서로의 ‘심심이’가 되어주던 우리는 어쩌다 한 번씩 데이트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만남을 가지곤 했다.


금요일 18시 30분(정각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오후 수업까지 모두 마친 채 하교하는 중에 I에게 연락이 왔다. 학교 근처에 와 있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금세 화장을 덮어씌운 후 I를 만났다. 평소라면 독서실에 데려다 줬겠지만 그 날은 아니였다. 웬 일로 향수까지 뿌린 게 예사 날이 아님을 짐작했다. (사족인데, 존 바바토스의 냄새를 맡을 때면 그 날이 떠오르곤 한다. 향은 무언갈 떠올리기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한다.) I의 조금 경직된 표정과 부풀어있는 바지가 괜시리 나까지 긴장케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니 I의 자지는 조금 느슨해진 것도 같았다. 그러다가 우린 근처의 모텔에 다다랐다. 뒷좌석에서는 비닐봉지의 사부작대는 소리와 술병 부딪는 소리가 경쾌하게 났다.


“웬 일이래. 방까지 잡고 술 마시게?”
“왜, 별로야?”
“아니. 좋고 말고를 떠나서, 우리 방 잡고 그런 적 없었잖아.”
그냐앙- 하며 말문을 흐리던 I였다.
조금 팽팽해졌던 우리 사이의 긴장선은 음주와 대화를 통해 풀어졌다 당겨졌다를 반복했다.

취기가 설설 올라올 무렵 I가 술게임을 제안했다. 무슨 게임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규칙은 옷을 한 꺼풀씩 벗어나가기로 한 것이었다.
번갈아가며 나와 I는 양말을, 벨트를, 시계를 벗었다. 영화에서처럼 로맨틱하다거나 공기가 끈적하진 않았다. 훌렁훌렁 벗어던졌다는 표현에 가까웠으니까.
내 몸엔 피케셔츠, 브래지어, 팬티와 청바지가 남아 있었고, I는 티셔츠와 팬티만 입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해당 브랜드의 옷 따위를 보면 이따금 I가 생각나기도 한다.
각자의 발치에는 장신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술과의 싸움을 벌이던 나는 그만 병을 하나 엎으며 I의 허벅지로 고꾸라졌다. 술을 옷에 쏟는 바람에 I는 내 몸을 씻겨주겠다고 했다.
“됐어어- 혼즈 씨스꺼야아아!”


.
.
.


꽤 길어지는 형국이라 나누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는 아닙니다. 일상생활 중에서 조금씩 나누어 쓰다 보니 실수가 잦아요. 맞춤법이라든지 띄어쓰기도 그렇고요. 때문에 읽기 매끄럽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 지적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몇 분들께서 여쭈셨던 ‘어느 알파벳까지 쓰시나요?’ 에 대한 답변은 ‘잘 모르겠습니다.’ 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간 잤던 남자들은 A to Z로 혹은 그 이상으로 쓸 수 있겠습니다만(나름의 자랑입니다.), 그러기엔 필력이라든지 기억력의 한계에 자꾸만 부딪히는 저네요...(흑흑) 적어나가기에 너무나 단순한 만남도 있고, 성적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신 분들께서 읽기 힘들만 한 이야기들도 있기 때문에 그 만남들에 대한 썰은 보류해볼까 합니다. I의 이야기 역시 보류중이었다가 풀어낸 썰입니다.
전 다른 분들의 썰을 읽으며 회상에 젖곤 합니다. 썰 풀어주시는 멋진 회원분들, 진심으로 감사 드리고 존경합니다.
또, 이전 작성글들에 대한 의견은 ‘찾아서’ 읽어 보시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알파벳 철자 1개만으론 검색이 쉽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압니다. 링크를 첨부함으로써 여러분께 나름의 편의를 제공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찾아보는 과정도 제 글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찾다 지쳐 중도포기하는 것 역시 과정의 일부겠지요.
제가 쓰는 글들은 모두 경험과 사실에 근거한 글입니다. 누군가를 알아차릴만 한 요소들은 거의 배제시키는 편이고,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에 남지 않는 부분들은 각색을 통해 작성합니다. 내가 하는 표현이 모두 마음에 들 순 없겠습니다. 나 역시 그렇습니다. 스스로 10년 전의 나, 5년 전의 나, 3년 전의 나와 지금 현재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여러분께서 느끼고 계시는 것으로 나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당부 드리고 싶은 건, 나는 그 당시의 내가 되어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그때의 나’가 되어준다면 조금 더 재밌는 글을 읽을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하고 싶지 않대도 괜찮습니다. 자유로이 내 글들을 대해주세요.

앞으로도 모자람이 많겠지만 여러분들의 그 어떤 반응들로 조금씩 채워져가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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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8-06-07 18:12:44
기대됩니다!!!
익명 2018-05-23 17: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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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8-05-23 06:24:04
이번엔 호흡이 긴 이야기이군요. 이야기방식은 사뭇 전의 글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새로운 전개를 기대해봅니다.
익명 2018-05-23 01:34:04
기대하게 되네요^^
익명 2018-05-23 00:30:48
J~Z 까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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