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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기가 만든 환상에 집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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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
 
어느 날 숙명처럼 나타난 멋진 사람이 자신의 혼을 쏙 빼 가버렸다. 그 사람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있고 싶어 주변을 서성이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짜릿한 전율에 오금이 저려온다. 잠시라도 그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답답해 미칠 것 같고 멀리서나마 바라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함께 있으면 행복감마저 느낀다.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은 어떤 것이라도 아름답게만 보인다. 아니 나 자신을 황홀하게 만든다. 어떻게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있을까? 저런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연 그 사람이 그처럼 완벽하고 아름다울까? 그렇지 않다. 그렇게 느끼는 본인에게만 그렇게 보일 뿐 객관적으로 보면 경우에 따라서 너무 형편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곰보도 보조개로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다.
 
흔히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다.’ ‘뭔가에 홀린 것 같다.’ 등으로 사랑에 빠진 상태를 표현한다. 그런데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데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인 생존>의 저자 낸시 에트코프는 상대방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파악하고 평가하는 데는 몇 분의 1초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렇게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이미 자기 자신이 그러한 만남을 준비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오늘 처음 만난 게 맞나요?”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이 낯설지가 않다. 이상하게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다. 지금 막 만난 사람인데도 놀랍게도 이런 인연의 끈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어쩌면 마음의 눈으로 이미 예전에 만난 사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완벽한 파트너에 대한 이상화된 이미지를 좇아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따라가다 보면 그 눈빛과 미소, 독특한 버릇 등이 너무도 친숙한 사람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신의학자이며 심리학자인 로버트 스턴버그 Robert J. Sternberg는 말한다.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실제로 만났던 사람에게 투영시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인다. “관계가 시작될 때 느끼는 흥분의 일부는,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게 투영함으로써 생긴다.”
 
결국 누군가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과거에 있었던 수많은 정보의 단편들이 한 사람에게 집약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 그 사람이 좋으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그냥 좋다고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반해서 사랑을 느낀다면 그것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에 빠져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좋게 기억하고 있는 어떤 이미지를 한 사람에게서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데 언뜻 자신의 눈에만 똑같게 보이는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눈에 콩깍지가 씌운다는 말도 바로 이런 의미이다. 그래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만든 허상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허상은 아무 때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적 욕망을 촉진하는 어떤 동기가 작용해야만 한다. 누군가가 사랑을 작동시키는 동력원의 배선을 건드리면 몸에서 수많은 화학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즉각적으로 의미심장한 효과가 발생한다. 그런데 그 배선을 건드리는 것 역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아도 성적 욕망이 그렇게 만든다.
 
한번 사람을 좋게 보면 자신의 모든 삶과 연결되어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가 우울하면 나도 우울해지고 기분이 좋아 있으면 덩달아 나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부분에 대해 헬렌 피셔는 "사랑이라는 충동에 뇌가 반응하는 이와 같은 일련의 화학 작용은 한 사람에게 모든 관심을 집중시켜 쓸데없이 이 사람 저 사람과 어울리느라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않게 해 준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환상에 빠지면 한동안 헤어나지 못하고 맹목적이 되어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록 사랑이 환상이라고 해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분명 나의 선택이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몰두해서 지금 좋으니까 앞으로도 모든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그 환상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깨지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숙명적인 만남이라 해도 그 사랑을 아름답게 만드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노력은 허상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해야 한다. 나 자신이 변해야만 내가 만든 그 허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더
부부관계연구소 이사장 / 펜트하우스 고문
탄트라 명상연구회 <仙한 사람> 회장
저서 <이혼했으면 성공하라>, <우리 색다르게 해볼까>, <그래도 나는 사랑을 믿는다>
http://blog.naver.com/arde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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