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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사랑에 대한 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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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아주 오래 전 일이다. 나는 어떤 남자를 사랑했었다. 그런데 그는 내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주지 않았었다. 항상 만나고 나면 뭔가 미진했고, 그의 태도는 2% 부족했다. 나는 날이면 날마다 그를 볶았다. 하지만 ‘왜 나만큼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솔직히 말하기에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으므로, 나는 늘 비틀린 말로 그를 비꼬곤 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때의 나는 그를 사랑했었다 기 보다는 그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했던 것 같다. 그러니 늘 나는 그를 사랑하는 내 모습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너에게 헌신적인데 너는 왜 그 사랑을 몰라 주냐고. 나에 비해 너는 얼마나 차갑고 이기적인 사람이냐고. 항상 나는 그에게 시위중인 사람처럼 불퉁했었다. 

그도 한때는 나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곧 질렸을 것이다. 늘 자신이 사랑하는 만큼 사랑해주지 않는다며 불만인 사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는데 저 혼자 뭔가를 해 놓고 서는 그에 합당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며 신경질을 부리는 사람을. 그는 그나마 오래 버텨주었었다.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법도 표현하는 방식도 다 달랐을 텐데 나는 오직 내 방법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 예상을 빗나간 반응을 보이는 그에게 트집을 잡았다. 차라리 이렇게 해 주길 바란다고 솔직히 말이나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내가 이만큼 기분 상해있다는 것만 표현하면 그쪽이 알아서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믿었었다.  

그와 헤어지던 날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그를 만나면서부터 써 왔던 노트 한 권을 들고 나갔다. 그는 노트를 달라고 했지만 나는 주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줄 생각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가 좀 더 애원하길. 아니 그 노트 존재 자체에 감동한 나머지 자신이 잘못했다며 헤어지지 말자고 빌기를 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몇 번 달라고 해도 내가 끝내 내놓지 않자 그는 뒤돌아 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뒤에서 나는 내 노트에 불을 질렀었다.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했지만 그때의 나는 절실했었다. 그가 내 노트에 적힌 글들을 평생 동안 궁금해 하길. 그리고 이렇게 두꺼운 노트를 채울 정도의 내 마음을 몰라준 것을 내내 후회하길 바랬다. 노트를 태우며 나는 호언장담 했었다. 앞으로 그 누구에게도 당신은 이런 사랑을 받지 못할 거라고. 나는 내 사랑이 그에게 내려진 지상 최고의 사랑이라도 되는 것처럼 오만했었다. 

훗날 나는 그와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기회는 내가 만든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가 버리고 간 사랑 때문에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 마주쳤을 때 그는 나를 몰라봤다. 당연했다. 나는 그때 전혀 먹질 않아서 살이 10kg이나 빠져 있었으니까.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슬퍼서 먹지 못한 게 아니었다. 나는 그에 대한 증오로 하루 하루 굶으면서 버텼다. 그리고 거울을 보면서 흐뭇해했었다. 나는 이만큼이나 사랑에 나를 던지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만족해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그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다이어트 하는 거야? 충분히 날씬한데 왜 살은 빼고 그래' 라고 말했었다. 그때 테이블 아래 있던 내 손은 부들부들 떨렸었다. 그래 이것마저도 모른 척 외면한다 이거지? 그렇다면 좀 더 확실하게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그에게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친한 친구를 이용했다.

날이면 날마다 그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당신의 친구가 나를 이렇게 아프게 했다고. 그는 우리 둘을 엮어준 죄로 그럴 때 마다 불려 나와서는 내 긴긴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사실은 그에게 말 하는 것이 아닌. 떠나간 그 사람에게 하는 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는 그가 말을 옮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내 착각이었다. 그는 나에 대한 어떤 말도 그에게 하지 않았었다. 내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서가 아닌. 이미 끝난 사이에 대해 중간에서 뭐라고 해 봤자 안될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으로 내가 한 일은. 최대한 잘 지내는 내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래 봐라 니가 그렇게 놓친 사람이 실은 이렇게 좋은 사람이었다, 넌 인생에 있어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라고. 나는 내가 이룬 몇 가지 일들을 과장해서 사람들에게 떠들었고, 하고 있지도 않은 연애를 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 그런데 정말 웃기는 건 그는 이런 내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왜냐면 그는 내게 아무 미련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내가 일이 잘 풀리건 말건, 엄청나게 근사한 남자를 만나서 연애를 하건 말건. 그건 이미 그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그저 나 혼자서 ‘이런 모습을 보이면 그는 이렇게 반응할거야’ 라고 추측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연애 할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헤어져서도 오직 내 입장에서만 모든 문제를 생각하고 결론지은 것이었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차이고 나면 여자들은 울면서 말한다. 더 예뻐져서는 근사한 남자를 만나서 그 앞에 보란 듯이 나타날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그가 미련이 남았을 때나 우리가 원하는 대로 충격이건 후회건 아무튼 어떤 형태로든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 미련 없이 깨끗하게 정리한 쪽에서는 이쪽이 어떤 변화를 겪건 어떤 사람이 되어있건 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이제는 남이니까. 그저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현재에는 상관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이미 끝난 사랑에 대해 질기도록 혼자 복수하고 괴로워하며 지냈었다. 사랑이 왜 끝이 난건 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뭘 잘못했냐는 생각뿐이었다. 헤어지는 것이 누구의 잘못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내 사랑에 지쳤을 것이다. 내 사랑만 정답이고 그가 하는 모든 것들은 부족하다는 나를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사랑이라는 것이 원래 돌아올 것을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하는 건데 난 늘 하기도 전에 돌아올 반응부터 기대하고 꿈꿨었다. 그가 느끼고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내 방식과 내 사랑만 강요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사랑이 온전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만큼이나 사랑하는데 그 사랑이 내게 충분한 기쁨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오직 그의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세월이 흐르고 몇 번의 사랑을 더 하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그때 내가 했던 사랑이 얼마나 상대를 숨 막히게 질식시키는 사랑이었는지를 말이다. 사랑하니까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했을 모든 행동들을. 나는 내 사랑에 취한 나머지 혼자 모든 각본을 다 짜놓고 행동했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면 그는 당연히 이런 반응을 보여야 해.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지 않았고 그때마다 나는 문제가 그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만약 그를 우연히 라도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랑해서 미안한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사랑해서 미안했다고. 그리고 사랑이 끝났기 때문에 헤어진 것을. 마치 나 혼자 피해자인 것처럼 굴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깨끗하게 헤어져줘서 고맙다고. 만약 그때 내가 안쓰러워서 내 마음이 정리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었다면 그만큼 고통의 시간은 더 길어졌을 뿐일 것이다.

가끔씩 지나간 사랑을 통째로 복습해본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 언젠가는 하게 될 사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글쓴이 블루버닝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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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타 2018-08-13 13:35:08
몇번을 읽어봤는데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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