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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단순한 열정 - 에로스적 사랑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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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언제나 정신을 못 차렸다. 일본소설처럼 약간은 심드렁하고 쿨 한 사랑을 하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된다고 했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일에도 지장이 생기고 일상생활의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다. 꼭 열병에 달뜬 사람처럼 늘 얼굴에는 홍조를 띠며 조울증 환자의 조 상태처럼 약간은 공중에 붕 떠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의 취향을 완전히 바꾸었으며, 그것은 상대를 맞춰준다는 의미에서가 아닌 어느새 자신도 그런 것이 좋아져버렸다는 식이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사랑을 하면 목숨을 걸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바르트의 구절로 시작한다.

'우리 둘은 사드보다 더 외설스럽다.’

유부남이자 외국인인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아니 에르노는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녀의 하루는 온통 그를 향해 있으며, 그를 사랑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허락되지 않은 사람처럼 사랑한다. ‘나는 그 사람이 내게 남겨놓은 정액을 하루라도 더 지니고 있기 위해 다음날까지 샤워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2년 동안 그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후 헤어진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이 사랑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서 책의 주인공을 작가가 상상한 가공의 인물이 아닌 아니 에르노 자신이라고 말 하는 것은, 그녀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코요테가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던 혜은이의 열정이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만나서 차 마시는 그런 사랑 아니야. 전화로 얘기하는 그런 사랑 아니야. 웃으며 안녕 하는 그런 사랑 아니야. 가슴 터질 듯 열망하는 사랑. 사랑 때문에 목숨 거는 사랑. 같이 있지 못하면 참을 수 없고 보고 싶을 때 못 보면 눈멀고 마는 활화산처럼 터져 오르는 그런 사랑. 

아주 오래 전 이 노래를 들었었는데 그때도 나는 과연 저런 사랑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얼마나 열정적이면 사랑 때문에 목숨을 걸고 보고 싶을 때 못 보면 눈멀고 마는 것일까. 나는 사랑이 두려웠다. 사랑에 모든 걸 내맡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언제나 만나서 차 마시고, 전화로 얘기하고, 웃으며 안녕할 수 있는 그런 사랑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살면서 한번쯤은 사랑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사랑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한번이라도 누군가를 위해 뜨거운 사람이었냐고 묻는 안도현의 시 연탄에 ‘그렇다’ 고 대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아는 그 여자는 늘 그렇게 뜨겁게 사랑했다. 그래서 그녀는 사랑이 끝나고 나면 슬퍼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없으면 못살 것처럼 사랑했으면서 그 사랑이 끝났는데도 어째서 괜찮으냐고 물으면 그녀는 언제나 ‘여한이 없이 사랑했다’ 고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미지근한 사랑을 하면서도 막상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한없이 괴로웠었다. 아마도 열정적이지 못한 내 자신이, 그리고 아직도 사랑할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 착각에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사랑은 질투심과 욕심이 많으며 너그럽지 못한 것이 사랑이다. 적어도 남녀 간의 사랑에서는 그렇다. 그녀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자들을 못마땅하게 보는 것, 그가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는 것을 참을 수 없는 것.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본질일 것이다. 왜냐면 사랑은 소유와 독점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처럼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사랑은 오직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늘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가라고 얘기했고,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거나 독점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사랑했던 이들은 나를 보면 언제나 흘러버릴 것 같은 강을 같다고 했다. 자신에게 머물러있지 않은 사랑을,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참 오래도 참아주었다. 

아니 에르노는 사랑에 빠져 그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전화가 언제 올지 몰라 하루 종일 전화 앞에서 기다리고, 그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과 함께인 그를 상상하며 기다린다. 그러나 그 사랑의 끝은 이미 예정돼 있다. 그에게는 돌아가야 할 아내가 있고, 돌아가야 할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아니 에르노는 더욱더 사랑에 모든 것을 다 던진다. 마치 그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여자처럼, 그녀는 그와 함께 하는 시간과 사랑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떠난 그를 파리에서 여전히 기다리며 이 책을 완성한다. 사랑이란 건 헤어짐이 있어도 결코 끝나지 않는 무언가가 되어 그녀의 곁에서 지난날의 열정을 되새기게 한다. 

미드 [fear the walking dead]
 
사랑에 모든 걸 걸지 못하고, 사랑에 자신을 던지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랑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나는 견뎌낼 자신이 없다.

만약 상대가 떠나기라도 한다면 나는 폐인이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을 견딜 수도 없다. 사랑이 일상을 침해하지 않고, 사랑은 사랑이고 삶은 삶인 상태를 나는 최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은 사랑을 했다기 보다는 사랑을 하기 바로 직전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무것도 걸지 않고, 나 자신만을 생각하다 보니 제대로 사랑을 하긴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지난 사랑을 떠올려도 아무렇지 않았다. 헤어질 때가 되어 헤어졌을 뿐이고, 헤어짐은 사랑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시작도 없었던 사랑인데 끝은 분명히 존재하는 이상한 사랑들이었다.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사랑에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것들, 삶에 대한 태도 역시도 열정적이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가끔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하더라도 슬퍼하지 않고, 나를 떠나가도 노여워하지 않으며, 끝난 후에 무언가 더 이상 아쉽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열병과도 같은 열정이다. 그리고 그 열정은 단순하다. 결코 머리를 써서 복잡한 것이 아니다. 사랑은 심플하게 자신을 던지고 태우는 것이다. 요즘은 사랑할 수 있는 ‘조건’ 들이 너무 많이 붙는 사랑들을 한다. 자신이 사랑하려면 이런 것들이 충족되어야 하고 저런 것들이 만족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사랑은 자신이 뜻하건 뜻하지 않건 마치 성냥에 불이 붙는 것처럼 순식간에 타오르는 것일 것이다. 매번 그렇게 사랑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살면서 한번은 그런 사랑이 찾아오길 바란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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