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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순수의 시대 -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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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age of innocence]

처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다는 애기를 들었을 때 나는 굉장히 의외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비열한 거리, 좋은 친구들과 같은 지극히 마초적이고 잔인한 영화들을 만들어왔던 감독이 아닌가. 물론 택시 드라이버 같은 작품들이 있긴 했지만 그가 선택한 1970년대의 뉴욕 이야기 ‘순수의 시대’는 제목에서도 영화에서도 마초적 느낌과 잔인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마틴 스콜세지는 영화를 만든 후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영화 중에서 가장 잔인한 영화가 바로 순수의 시대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아카데미 의상상을 거머쥔 만큼 화려한 드레스코드와, 유럽보다 더 유럽적인 귀족 문화의 보면서 대체 어디가 잔인하단 말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철저한 배타주의 그리고 우리와 너를 가르는 집단 이기주의의 향연이다. 어떤 피 튀기는 영화보다도 더 잔인하게 이 영화는 한 여자를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난도질하고 있다.

뉴욕 사교계의 두 거물 아처가의 뉴랜드(다니엘 데이 루이스) 와 밍고트가의 메이(위노나 라이더)는 약혼한 사이로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여기 과거 밍고트가의 일원이었으나 지금은 이혼을 위해 뉴욕으로 돌아온 엘렌 (미쉘 파이퍼) 이 등장함으로써 일은 예기치 않게 돌아간다. 뉴랜드는 뉴욕 사교계의 마스코트이자 순수의 결정체인 메이와 달리 자유분방하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앨렌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급기야 뉴랜드는 메이냐 엘렌이냐를 놓고 갈등을 한다. 

여기서 뉴랜드는 행동은 하지 않고 끊임없이 망설이다가 주변의 환경에 자신의 결정권을 넘겨줘 버리는 전형적인 소심한 남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메이도 엘렌도 선택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닌 움직여 행동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이런 남자는 여자들이 피해가야 할 남자 1순위이다. 

뉴랜드는 물론 뉴욕 귀족 사회에 환멸을 느끼고 그 모순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엘렌을 따라 나서서 그 모든 부귀영화와 잘 계획된 미래를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메이와 결혼을 하고 메이가 죽고 나서야 엘렌이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하게 된다. 그러나 거기서도 그는 엘렌의 집 창문만 바라볼 뿐 엘렌을 만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지난날의 순수했던 사랑의 감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장면이야 말로 뉴랜드의 우유부단함을 가장 극적으로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the age of innocence] / 순수의 시대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보고 싶다, 사랑 한다 는 것은 그 말을 하기 이전에 먼저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들이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고 말 할 것이 아니라 정말 달려가 그녀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사랑 한다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녀를 진짜 사랑해야 그것이 사랑이다. 간혹 여자들은 남자의 로맨틱한 말들만 믿고 행동하지 않는 그를 변호한다. 그는 시간이 없어서 자신을 만나지 못하고 일이 너무 바빠서 자신에게 전화를 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사랑을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떤 순간에도, 설사 아무리 바쁘고 시간이 없다 하더라도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보러 갈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시간과 일은 핑계에 불과하다. 어쩌면 정말로 바쁘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 

우유부단한 남성들은 사랑을 하면서 어떤 약속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이다. 그가 생각하는 미래에 그녀를 포함시키기에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남자들은 장래를 약속하지 않는다. 아무리 오래 연애를 했다고 해도 결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가 결혼 자체에 관심이 없다기 보다는 그녀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랑한다는 말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다.

뉴랜드는 엘렌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엘렌을 선택할 경우 치르게 될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메이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메이와 결혼하면 여태 누려왔던 모든 것들을 안전하게 누릴 수 있다. 가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이 사랑했던 옛 여자를 버리고 부유한 집안 출신의 여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얼핏 그들은 행동하지 않는 뉴랜드에 비해 더 잔인한 남자로 비춰지겠지만 오히려 능동적으로 누군가를 버리고 또 누군가를 선택한 그들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떤 움직임도 보여주지 않는 뉴랜드야말로 가장 잔인한 남자의 전형이 아닐까? 그들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신을 맡길 뿐이다. 사랑에서조차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똑똑하고 매력적이지만 그 남자는 결코 누군가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는 잡지 않는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행동이 아닌 마음뿐이다.
 

영화 [the age of innocence]
 
행동하지 않는 그들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대가는 그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치러야 할 몫이 된다. 그들은 사랑에 있어서 어떤 행동도 모험도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의 사랑은 언제나 잔잔하고 안전하다. 어떤 것도 선택하지도 않으며 애써 무언가를 구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언젠가 지인이 이런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남자 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3년쯤 했었는데 그 동안 그가 그녀를 찾아온 것은 단 한번이었다고 했다. 3년의 연애 동안 늘 움직이는 것은 그녀였으며 그는 그녀를 향해 보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만 했을 뿐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과연 자신이 그를 찾아가지 않아도 그가 그녀를 사랑할까? 결과는 아니었다. 그녀가 점점 드물게 그를 찾아가자 사랑도 역시 천천히 사라졌다. 그는 그녀를 위해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미래를 약속하는 건 고사하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기차를 타는 것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그도 그녀를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사랑,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었던 것이다.
 
사랑에는 행동이 필수적으로 뒤따르게 되어있다. 사랑한다면 만나야 하고 만나려면 움직여야 한다. 그녀를 위해 선물을 고르고 편지를 쓰고 마침내는 미래를 약속해야 한다. 그러나 간혹 사랑을 그저 말로만 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하지 않음을 다 말로 때우려고만 한다. 청각적 자극에 유달리 취약한 여성들은 그의 달콤한 말만 듣고 모든 행동을 자신이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랑이 끝났을 때 그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 사랑 때문에 애쓴 적이 없으니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아쉬울 것도 없는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 에서는 말로만 사랑한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녀는 그의 세련됨 혹은 괜찮은 프로필과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특별함 같은 것에 이끌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눈을 감고 그의 달콤한 말을 듣는 대신 눈을 뜨고 현실을 보기를 바란다. 그들이 과연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아무런 애도 쓰지 않고 마치 주어진 사탕을 빨아먹듯 사랑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랑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행동하는 사랑이야 말로 진짜 사랑이다. 말로만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감정적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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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달심 2018-11-11 23:27:41
와 이거 진짜 재밌게 봤었는데 레홀에서 리뷰글을 볼줄이야ㅋㅋ
이 영화의 주인공은 뉴랜드가 아니라 엘렌과 메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사랑한다면 이게 맞아 라는 정답도 없다고 보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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