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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그녀와의 원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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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nine half weeks]
 
열어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차가운 바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끈적하게 몸을 덮고 있던 열기가 그 기세에 패퇴하듯 사라져 간다. 물론 방의 냉방은 잘 되어 있었지만, 나른하게 방에 깔려 있는 쾌락의 잔재는 아직도 공기 중에 남아 열기를 내뿜고 있었으니까. 그 공세에 조금 질린 나머지, 내가 창문을 통해 냉기의 구원군을 불렀다고 해도 딱히 이상할 일은 아닐 것이다. 머릿속에 익숙하지 않은 여운이 자리잡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다. 사실 나라는 녀석도 별반 다르지 않은 녀석이니까.
 
 아래로 보이는 밤의 바다는 적막에 싸여 있다. 밤의 바다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무섭다. 낮의 푸르름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아무 일 없었다는 것처럼 삼켜버릴 것 같은 심연이라는 느낌만 들 뿐이다. 5층이라는 높이는 밤바다 전체를 시야에 넣을 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두려움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낮지도 않다. 몸을 휘감아오는 바람에 섞인 바다의 냄새가 딱히 기분 좋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귀에 부드러운 소리가 들린다. 최상급의 비단이 바위를 스쳐가는 리가 이와 비슷할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리다. 보드라운 살갗이 천에 비벼지며 나는 매혹적인 소리. 창밖을 보고 서 있는 나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침대에 누워 있던 여자가 시트 속에서 몸을 일으키며 내는 소리라는 것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다. 가슴 속에 맺힌 무거운 덩어리도 잠시 잊어버리고 귀를 기울였을 만큼, 그것은 매혹적인 소리였다.
 
“시원해서 좋네요. 조금 더 열고 있어도 될 것 같아요.”
 
여자도 방을 침범해 열기를 밀어내고 있는 이 찬 공기가 마음에 제법 든 모양이다. 아니 그렇게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뿐일까. 잠시 시선을 돌려 여자를 바라본다. 침대에서 자리를 옮겨 화장대 앞에 앉아 있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나신. 그중에서도 등. 아름다운 등이다.
 
조금의 막힘도 없이 흘러내린 미려한 선. 그 선 안에서 한 점의 티도 없이 하얀 빛을 드러내고 있는 살결은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 위로 갈색 실 같은 길고 미려한 생머리가 어깨의 부드러운 선을 휘감고 흐르고 있다. 머리를 쓸어내는 손길의 유려한 동작이, 아직도 몸에 남은 쾌락의 여운을 갈무리하듯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 건 내 지나친 반응일까.
 
좋은 여자다. 온몸으로 절절히 느껴져 그 감상이 탄식처럼 입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하지만 지금, 이 적당한 값의 호텔 방에서 이 여자와 둘이 있는 이유가 단지 그것만은 아니다. 공허한 기분으로 백사장을 걷고 있던 때, 그녀에게 시선이 박혀 떨어지지 않았던 이유가 그녀가 아름다워서인 것만은 아니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받은 그녀가 내 시선을 빨아들이듯 받아낸 것도 나와 같은 이유일 것이리라.
 
시선을 다시 창 밖으로 돌린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느꼈던 그 감각을, 지금은 끊어버린 담배처럼 마음속으로 입에 물어본다. 회상의 연기가 아련하게 후각을 간지럽힌다. 여운은 짙지만, 그다지 복잡한 것은 아니다. 너무도 간단한 이유였다.
 
동질감.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인간답다기보단 어쩌면 오히려 동물의 후각처럼 본능적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냥 느껴졌던 거다. 상대를 알았던 것도, ‘어디선가 본 사람 같은데...’같은 어설픈 데자뷰 효과도 아니었다. 냄새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기척? 그것도 아니면 분위기? 하긴 호칭이 무슨 상관이랴. 중요한 것은 그것을 느꼈다는 것인 것을. 스스로 부정하고 부정했던 영화 속의 모습이, 소설 속 한 장면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잔혹한 손에 쥐어뜯긴 것처럼 마음 안에 공허의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헤매고 있다는 것. 허나 그것이 이제는 결코 매워질 수 없는 것이라는 걸, 뼈에 스스로 칼집을 내 새기는 만큼의 고통과 함께 잘 알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 공허를 견뎌내지 못해 표류선처럼 떠도는 마음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
 
그렇기에 끌렸다. 여자도 나를 보는 순간 그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확신할 수 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 또한 나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인사말조차 없다. 마치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잠시 가까워지는 게 숙명 그 자체인 것처럼 끌어당겨졌다. 서로 다른 자석의 극처럼.
 
그 후로 이어진 것은 대화였다. 백사장을 걸으며, 호텔의 바에서, 그리고 지금 서 있는 이 방에서 서로 미친 듯이 살을 섞으며 울부짖기 바로 직전까지. 마치 서로가 가진 생의 파편을 나누듯 대화했다. 사는 곳, 직업, 나이 등의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누구에게도 밝히고 싶지 않았던 구구절절한 상실의 사연까지도.
 
허나 그렇게 오간 것 중에 이름만은 들어있지 않다. 아마 이후로도 없겠지. 그것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잠시나마 천국을 느낄 때도 알고 있었다. 지금 회상의 연기가 통각의 근원으로 바뀌어 내 마음을 휘감아 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니까. 몇 번이나 되새겨지듯 깨닫고, 하루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그 깨달음은 통증으로 변해 다가온다.
 
그것은 하나의 약속과도 같은 것일지 모른다. 서로 그것에 대해 말을 나눈 적도 없다. 사소하기 짝이 없는 힌트조차 준 적이 없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도 명확히 깨닫고 있다. 그것만은 물어서는 안 된다. 서로의 존재를 이름으로서 인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금구. 서로가 서로에게 추한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기 위한 울타리니까. 그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뜨리는 건. 금기를 깨는 타부(taboo)다
 
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살결을 탐해 가며 나는 이름을 불렀다. 물론 그녀의 이름은 아니다. 알지도 못하니까. 눈앞에 있는 여자를 마치 사춘기의 발정 난 소년처럼 덮쳐 그 아름다운 몸을 처연히 발버둥 치게 하면서도, 나는 다른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 귀에도 이름이 들리고 있었다. 내 이름이 아니다.
 
기억도 나지 않는 누군가의 이름. 내 짐승 같은 움직임과 울부짖음을 안간힘을 다해 받아내며, 그녀 또한 소리 높여 이름을 불렀다. 두 개의 이름이 열락의 열기와 섞여 방 안을 울렸을 것이다. 더없는 갈망에 차 있지만, 실제로 탐하고 있는 눈앞의 상대들 것은 아닌 바로 그 이름들이. 지독할 정도로 탐욕스럽게 서로를 집어삼켜 가면서도, 마치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라는 듯 그렇게 말이다.
 
아이러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쓴. 서로를 휘감는 것 같은 동질감을 느꼈다. 무엇을 하는지, 몇 해를 살아왔는지, 어떻게 구르며 살아왔는지조차 알고 있다.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으니까. 동질감을 느낀 순간, 상대는 거울 안의 자신과도 같은 존재였던 거니까. 그리고 공허를 공유했다. 마치 그래야만 했던 것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져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지만, 하지만 이름은 모른다.
 
아무리 갈망해도 눈앞의 상대는 갈구하는 존재가 될 수 없다. 미친 듯이 원하면서도, 뼈만 남은 몸에 술과 음식을 밀어 넣듯 만족할 수가 없다. 지독한 가식. 그래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뻔한 결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 왜냐고?
 
눈을 감으면 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귀를 막으면 그 숨소리라고 착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탐할 수 있다. 서로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끌어 당겨졌다. 서로의 미칠 듯한 공허를, 상처를 서로 핥아주는 개들처럼 구차할지언정 메우고 싶었다. 허나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르면, 그 몇 글자 안 되는 저주 받을 단어를 불러버리면...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다.
 
뺨을 무엇인가 타고 흐른다. 아아, 마음을 휘감던 통증이 심장을 지나 이제 몸 밖으로 나와 버리려는 모양이다. 왠지 돌아보고 싶다. 그 단순한 욕구에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다. 허나 그러지는 않는다. 돌아보면 아마 말해 버릴 테니까. 그 아름다운 등이, 극상의 조각품 같은 그 뒷모습이 완연한 벽처럼 거부를 읊조리며 서 있다고 해도 나는 매달려 버릴 테니까. 그리고 치명적인 질문을 토해내 버릴 테니까. 결코 물어서는 안 될 그것을.
 
숨을 고르고, 흘러내린 것을 삼킨다.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가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구차한 자존심이라고 비웃어도 알 바 아니다. 설사 착각이었을지언정, 잠시나마 공허를 메워 주었던 상대에게 이런 감정을 전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견뎌 가자. 이 끝이 보이지 않는 공허를, 풀 곳 없는 슬픔을. 잠시만이라도.
 
 
글쓴이ㅣ연풍랑
원문보기▶ http://goo.gl/amfjW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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