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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그 다음은 어떤 맛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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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케치]

며칠 밤샘과 쪽잠을 자가며 업무를 처리하고, 다음 날 휴무를 받은 날이었다. 노총각 회사 동료, 이 녀석은 술을 마시면, 꼭 노래방을 가야 한다. 노래를 참 거지 같이 못 부르는 녀석인데, 노래를 안 하고, 연거푸 술을 마시고 있노라면 별의별 난리를 다 부린다. 결국은 소주 한 잔을 하다 반강제로 찾은 노래방. DJ DOC의 런투유를 거지 같은 박자로 바꿔 부른다. 주변에 음치가 몇 명 더 있지만, 이 인간만큼 막강한 음치도 없다. 몸도 피곤한데, 귀까지 너무 피곤하다.
 
“나 그냥 집에 간다. 내일 보자.”

“아 가긴 어딜 가, 시간 20분이나 남았잖아!”

“재미없다. 그냥 갈래.”

“그럼, 3차 가자.”

“야 인마, 노래방도 지겨운데, 무슨 3차야. 3차.”

“내가 오늘 나이트 쏜다!”
 
순간 내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시간은 아직 10시 반. 나이트로 이동하면 얼추 분위기 달아오를 시간이긴 하다. 모르는 척, 아닌 척, 귀찮은 척 내던진다.
 
“아... 귀찮아. 싫어.”

“룸 잡아 줄게. 가자! 응?”
 
난 사실, 몸치인 데다 굉음을 울려 대는 음악 소리보다는 조용한 곳에 앉아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룸이라니.
 
“그... 그래? 그럼 일단 콜!”
 
일단 콜은 또 뭘까? 대체 일단 콜이, 내가 대답해 놓고도 속으로 우습기만 하다. 한 곳은 강북 쪽의 C나이트. 구에서 이만기를 찾는다. 이만기. 대한민국 어느 나이트를 가도 하나쯤 있을 법한 웨이터 이름. 근데 녀석, 생각보다 웨이터랑 친한가 보다. 웨이터 손에 이끌려 지하 던전을 들어가듯 굽이굽이 돌아내려 갔다가, 다시 룸으로 올라간다. 잠시 후, 윈저 한 병, 크래커 위에 치즈 쪼가리와 체리 몇 개가 올려진 안주 한 접시, 그리고 언제 썰어 두었는지 모를 과일 안주 한 접시가 들어온다.
 
“오늘 물 좋~~~습니데이~~ 팍팍 밀어드립니다. 몸보신 확~~~실하게 하십쇼!”
 
‘물도 물이지만, 안주 꼴이나 잘 챙겨라. 이게 뭐냐....’ 

속으로 투덜댔지만, 말하기도 귀찮다.
 
“오늘 형님 안 오셨으면 진~~짜로 후회하셨을 겁니다. 죽여줍니다.”
 
잔뜩 너스레를 떨고 나간 웨이터. 잠시 후에 양손에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을 데리고 들어온다. 옆자리 동료는 싱글벙글하는데, 난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나서 좀 부담이 없지 않았다.

“오빠, 술 한 잔 주세요. 왜 이렇게 조용해요?”

“아... 며칠 밤샘을 해서, 피곤해서 그래요.”

“치... 오빠 내가 맘에 안 드는구나.”
 
‘알면 좀 가라. 입으로까지 뱉어 놓고 앉아 있는 이유는 뭐냐. 응?’

입 밖으로는 내뱉지 못했지만, 얼굴은 시무룩해져만 갔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둘 다 나간다. 잠시 후, 웨이터가 다시 여자 둘을 끌고 들어온다.

“형님들~ 이 아가씨들 오늘 회식이랍니다. 회식. 즐거운 시간 되십쇼!”
 
아가씨들이 회식이면 달라지는 것이 뭘까? 옆자리 녀석은 여전히 싱글벙글 댄다. 마음에는 안 들고, 피곤이 엄습해 온다. 그 뒤로도, 서너 차례 더 아가씨들이 들락거렸던 것 같다. 들어온 아가씨들은 양주를 처음 보기라도 한양 몇 잔씩 벌컥벌컥 마셔대고, 이미 윈저는 두 병째다.
 
“오늘 영 반응이 시원치가 않다? 왜 그래?”

“아~~~ 피곤해서 그렇지 뭐! 나 잠깐 화장실 좀.”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메일을 확인해 본다. 젠장, 내일 출근해야 할 모양이다. 머리가 지끈거리네 하며 하품하다가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잤을까? 바닥에 떨어진 진동 상태인 핸드폰에는 10통 넘게 전화가 와 있었다. 물론, 문자도 수십 개. 마지막 문자를 보니, 결국 녀석은 아가씨 한 명을 꼬드겨서 나간 모양이다. 화장실을 나와서, 주변을 둘러본다. 시간이 꽤 늦어서인지 사람이 얼마 보이지 않는다. 룸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더니, 깨끗이 치워져 있다. 끝났구나 싶어, 홀로 나와서 이만기를 찾아본다.
 
“형님~ 안 가셨습니까?”

“맥주 몇 병 줘요. 입가심이나 하고 가게.”
 
맥주를 두 병쯤 마셨을 때였다. 여자 한 명이 내 테이블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는다.
 
“왜 그러세요?”

“아... 이 근처일 거 같은데.”

“뭐 잃어버리셨어요?”

“네... 지금 그쪽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핸드폰을 잃어버렸어요.”

“그럼 같이 찾아드릴까요? 번호가 뭐에요? 전화 걸어드릴게요?”

“ㅎㅎ 빠르시네요? 10초 만에 번호 따는 거에요?”

“이런... 순수한 마음이라고요. 순.수.한.마.음. 따라 해보세요. "순수한 마음"”

“순수한 마음! ㅎㅎ”
 
싫지 않은 눈치다. 웬만하면, 내 말을 따라 하면서까지 맞장구를 치진 않았을 텐데. 나이는 30대 초중반처럼 보인다. 키는 대략 163cm에서 165cm 사이. 약간 통통해 보이지만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몸매. 웃을 때,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것은 술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흐르는 색기일까? 잠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하다가, 같이 핸드폰을 찾기 시작한다. 핸드폰은 내가 앉은 자리 바로 옆 의자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핸드폰을 찾은 그녀는 곧바로 친구에게 전화하는 듯하다.
 
“나쁜년 그새 도망갔네.”

“왜요? 안 기다리고 그냥 간 거예요? 핸드폰 찾는다고 이야기 안 하셨어요?”

“했어요. 근데 옆에 남자를 하나 끼고 있었거든요. 셋이서 같이 소주 한 잔 더 하기로 했었는데, 남자가 맘에 들었나 봐요. 못된 년.”

“ㅎㅎ 혹시 그럼 닭 좋아하세요? 푸닥 푸닥~~ 꼬끼오~~오~~ 하는 다악~~”

“치킨은 좋아해요. 치키인~~~”

“꿩 대신 닭 어때요? 제가 닭띠거든요?”

물론, 당연히 닭띠는 아니다.

“ㅎㅎㅎ 이 아저씨 봐라. 아저씨 너무 빠르게 들이대는 거 아세요?”

“아직 치킨으로 바뀌진 않았지만, 적당히 튀기면 되죠. 치킨 튀기는데 40분 걸리는 것 아세요? 초벌로 튀겨내고, 한 번 더 튀기는 거?”

“어... 그래요? 그냥 튀기기만 하는 거 아니에요?”

“네. 원래 두 번이에요. 어디.. 한 번 40분만 시간을 나눠줘 보실래요? 치킨이 될지. 설익어서 버리는 닭이 될지 확인 한 번 하시죠?”

“ㅎㅎㅎ 딱 40분요!”

“아뇨. 39분이죠. 벌써 1분 지났습니다.”

“오호~~ 오히려 늘려도 모자를 판에 줄이기까지? 자신감이 넘치시네? 어떻게 튀겨지나 한 번 봐요!”
 
이만기를 불러 윈저 한 병을 시켰다. 그리고, 웬만하면 싱싱한 안주로 가져오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결국 어느 테이블에서 돌다 온 것인지 모를 과일이 다시 올라왔다. 옆에 앉은 여자가 아니었으면, 그대로 박차고 일어났을 텐데.
 
“자, 이제 15분 남으셨네요. 근데, 치킨은 아직 초벌도 안 튀겨진 것 같은데요?”

“혹시 탄두리 치킨 아세요?”

“아뇨. 그게 뭐예요?”

“요구르트를 발라서 화덕에 구운 인도식 치킨요. 튀기지 않아서,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거든요. 대신 시간이 좀 걸리지요. ㅎㅎ”

“어라... 피해가시는 게 선수네. 선수. 그러니까, 시간을 늘리시겠다?”

“새로운 맛을 보시려면, 기다림이 필요한 법이잖아요?”
 
윈저 한 병을 둘이서 다 마셔버렸다. 시간도 꽤 흘렀다.
 
“오빠, 지금 보니까 탄두리가 아니라 "탄" 치킨 같아요. 맛보기도 전에 시간이 지나서 다 타버린 치킨. 버려야 하는 치킨. 히히”

“탔는지, 안 탔는지는 먼저 확인을 해봐야지. 안 그래?”

“탄..... 읍...................”
 
그녀의 눈빛에 욕정이 보였고, 블루스 조명이 스쳐 지나갈 때 그녀의 입술이 반짝였다. '탄'을 외치는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입술에 자석처럼 이끌려 훔쳐버릴 수밖에 없었다.
 
5분.
5분.
5분.
 
온전히 입술만을 탐했다. 목도 아니고, 가슴도 아니고, 그저 입술만을. 그녀의 몸을 내 쪽으로 돌려놓지도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서로의 목만 돌려서.
 
사실 열린 공간에서의 5분은 짧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달콤했고, 그만큼 충실 하려 노력했고, 그만큼 순간의 진실함이었다. 딱 그만큼 말이다. 조명에 번들거리는 얼굴은 상기된 것 같았다. 수줍게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오빠표 탄두리 치킨 맛이 생각보다 괜찮네.”

“날개 한 쪽 먹고 감동한 거야?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

“날개요? 이게 날개야? 날개 하나 익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예요? 호호”
 
시작부터 서로 박자가 잘 맞긴 했지만, 이젠 내 대화 속에 완전히 들어왔다. 무엇을 하건 그녀는 나에게 동의할 것이다. 근데, 원래 입술 색이 더 예쁘다.

“아.. 거기 립스틱 잘 안 지워졌네? 5분 동안 내가 뭘 한 거지? 탄두리 맛을 좀 덜 보셨을 것 같군요. 아가씨~”

“ㅎㅎ 정말요? 어디... 읍...”
 
콤펙트를 꺼내려는 듯 가방을 향해 손을 뻗치는 그녀. 그녀의 몸을 파고들었다. 목을 잡아 이끌며 입 맞추고, 그녀의 무릎 위로 쓰러져 간다. 그녀의 샴푸 내음이 내 얼굴을 덮어 온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얼굴을 스쳐 지날 때마다 짜릿짜릿하다. 그녀에게로 쓰러진 건, 남자건 여자건 무릎 위에 누군가가 기대고 있으면, 마음이 더 편안해지고, 친밀감은 그만큼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깨동무 때와 다른 각도에서 그녀의 가슴을 탐닉할 수 있다는 것은 덤이다. 게다가 5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 입술의 립스틱을 모두 먹어 치우지 못했을 리 없다. 이미 15분 남았다는 이야기를 나눌 때부터, 그녀의 입술이 탐스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한 번 더 맛보고 싶었고, 미끼를 던졌다. 그리고,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무릎에 누워서 손을 가슴으로 가져간다. 봉긋하다. 한 손에 모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한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 스치듯 전체를 훑어가야 한다. 빈 곳이 없도록 꼼꼼하게. 잠시 더듬는 것을 멈추고, 그녀의 심장 박동을 손끝으로 느낀다. 빠르다. 점점 빨라진다. 지금이다. 손을 떼고, 입술을 뗀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앉는다.

“하....... 오빠! 사람 순간순간 쥐었다 폈다 하네. 뭐야 이 인간. 선수인 거야? 호호”
 
“탄두리 날개는 원래 이렇게 드시는 것이거든요~ ㅎㅎ 그리고, 선수는 무슨, 아까 이야기 했잖아. 화장실에서 졸다 나와서 머리가 맑아졌다고~ 오늘 좌뇌 회전이 활발하네~ ㅎㅎ”
 
“그럼, 이제 날개는 다 먹은 건가요? 그 다음은? 다음은 어떤 맛인 데에~~”
 
교태를 부린다. 이젠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원해서 이 관계가 커져 나간다. 서로 잘 맞는데다, 이제 그녀의 속도가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졌다. 조금 속도를 조절해봐야 할까? 그리고, 준비해야 할 것도 있다.
 
“나 잠시 화장실 좀.”

“아... 그래 오빠.”
 
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속도를 조금 조절해야 했고, 미리 준비해야 했을 뿐이다. 화장실 입구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저 멀리에 그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머리가 헝클어졌는데도 무언가에 집중하는지 다듬지 않는다. 하얀 목덜미가 보인다.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입에 머금고 싶다. 대신 담배만 한 모금.. 마치 목덜미에 키스하듯 베어 물어본다.
 
“오빠 화장실 간 사이에 잠깐 탄두리 치킨 찾아봤어. 이거 생각보다 맛있어 보이네. 인도 요리 전문점 갔을 때 왜 이런 거 못 봤을까?”

“봤어도 아마 먹어보지 않았으면 기억하기 쉽지 않을걸? 대부분 커리나 난이나 먹고 말지.”

“히히.. 먹어봐야 안다는 거네? 그럼 이제 어떤 부분 먹여줄 건데? 응? 응? 응?”
 
잠시의 시간이 소용이 없었나 보다. 이젠 더 시간을 끌면, 아예 김이 빠져 버릴지도 모른다. 나가야겠다.
 
“술도 떨어졌고, 탄두리 날개도 떨어졌고, 나가서 밤공기 쐬면서 길 다방 커피 한잔 할까?”

“오... 길 다방. 나 평소에 길 다방 표 안 마시는데~ 뭐. 오늘은 특별히 한 번 마셔줄게. 호호”
 
뭘 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도 동의한다는 것을 정확히 확인했다. 어차피 길 다방 커피는 이 자리를 떠서, 이동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니까.
 
“오호~ 아깐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큰데? 키가 몇이야?”

“평균보다 좀 더 크지 아마?”
 
내 생각에 동의한다고 해서, 잘난 체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 키는 그녀도 이미 가늠했을 테니 확인까지 필요치는 않았다. 나이트 앞에 의례 있을 줄 알았던 자판기가 보이지 않는다.

“자판기가 없네? 조금 걸을까?”

“새벽이라 그런가, 서울 밤공기 나쁘지 않네?”

“그러게. 탄두리 시즈닝에 서울 밤공기 추가요~~”

“호호 틈을 보이질 않네요. 틈을…”
 
C나이트는 처음이다. 주변 지리를 알 턱이 없지. 화장실 입구에서 담배를 물며, 주변 모텔을 찾아봤었다. 자판기를 찾는다는 목표로 걷고 있지만, 사실은 모텔로 향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는 듯하다. 좌우를 둘러보며 서둘러 자판기를 찾기보다, 날 바라보며 재잘재잘거리고 있으니까. 5분 남짓 걸었다. 모텔 앞에 다다랐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큰 눈을 위로 밀어 올리며, Whatever~ 하는 표정이다. 어차피 길 다방 커피는 수단이었을 뿐,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황홀경을 찾아서 전설처럼 하늘로 승천한다는 뜻을 가진 OOO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탄두리에 OOO이라.... 오늘 재미있네.
 
“미라지가 무슨 뜻인지 알아?”

“뭐 하늘로 승천하는 전설.. 그쯤으로 아는데?”

“오... 좀 아는데? 그럼 오늘 하늘로 승천 한 번 해보실까? 어떻게.. 승천시켜 드릴 윽.....”
 
퍽 하며, 옆구리를 때린다. 술기운 인지 아니면 원래 힘이 좋은 것인지, 생각보다 강하다. 억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진다.
 
“헉… 오빠.. 미안미안... 미안!!! 내가 강약 조절을 못 했어. 괜찮아?”
 
안 괜찮다. 별이 보인다. 근데, 엎어진 날 일으키는 힘이 만만치 않다. 힘이 세다. 설마.. 남자는 아니겠지.
 
“승천하기 싫은 거야? 나 죽으면 혼자서 어떻게 승천하시려고 하시나요오.... 아이고야..”

“히히 승천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창피해서 그랬어.”

“약속 하나만 하자. 오늘 더이상 창피하기 없기? 응? 나 좀 전에 승천도 하기 전에 황천을 보고 왔어.”

“호호~ 그럼 내가 호야 해줄게.. 언능 들어가자.”
 
이젠 아예 모텔로 등을 떠밀어 넣는다. 304호. 수수한 방 입구였다. 하지만, 반전은 둥그런 침대에는 거울이 달려 있고, 화장대 쪽으로 벽면 절반을 덮는 커다란 거울이 붙어 있는 데다가, 천장엔 침대 크기보다 조금 더 커다란 원형 거울까지. 거울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울 못 봐서 죽은 귀신들 오는 덴가 보다. ㅎㅎ”

“뭐... 난 좋은데!”

“여기 와봤어?”

“나 또 창피 하려는 거 알아?”
 
흠칫 피하며, 순간 가드를 올렸다. 파카까지 벗었는데, 한 대 더 맞으면, 난 정말 승천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곳에서 황천길로 갈지도 모른다. 수다 떨다, 장난치다. 잠깐 시간을 보냈다. 내가 먼저 씻고, 자리에 누워 담배를 입에 문다. 5시다. 사무실로 바로 출근한다고 해도, 8시에는 방을 나서야 한다. 뭐 택시 안에서 좀 더 자면 되겠지. 위를 올려다보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내 모습이 좀 낯설다. 조명을 조금만 낮춰볼까.
 
그녀가 꽤 오래 씻고 있었는지, 잠깐 잠이 들었나 보다. 뭔가의 느낌에 눈을 떴다. 눈앞의 그녀는 내 입술을 탐하고 있었다. 이젠 탄두리 타령도 안 한다. 그저 입술을 탐한다. 조명을 조금 낮추긴 했어도, 화장을 모두 지운 얼굴을 내 코앞에 이렇게 쉽게 들이대는 여자가 있었던가.
 
“움직이지 마.”
 
잠시 그녀를 밀어내고, 밑에서 올려다본다. 생머리에 가까운 윗머리, 중간부터 시작된 컬이 아래에 이르러서는 풍성한 느낌이 든다. 조명이 지나갈 때마다 반짝이던 이마. 펄이 아니었나 보다. 아직도 반들반들한 느낌. 가끔씩 깜빡이는 쌍꺼풀은 없지만 커다란 눈과 그 위의 짙은 눈썹. 붉게 홍조로 물든 날렵한 뺨. 그리고, 인중 밑은 두툼하지만, 주위로 갈수록 날렵해지는 날 미치게 하던 그 입술. 예쁘다. 아니, 아름답다. 거의 '좋아해' 라고 말할 뻔했다. 손의 힘을 뺐다. 자연스레 그녀의 몸이 내려와 내 입술에, 날 미치도록 설레게 하던 입술이 다가와 입 맞춘다. 눈을 감고, 목덜미를 잡아본다. 매끄럽다. 솜털이 적은 것을 보니, 30대는 확실한가 보다.
 
어깨, 운동했는지, 조금 넓은 듯싶다. 옆구리와 등, 탄탄하다. 옷 밖으로 보이던 몸매보다 더 탄탄하다. 둔부, 한 손아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탱탱한 느낌이 좋다. 때리고 싶다. 한 대 내려친다. 조금 움찔했지만, 괜찮은 듯하다. 이따 다시 한 대 더 때려보리라.
 
“오빠. 가만히 있어.”
 
그녀가 천천히 움직인다. 목, 가슴, 배 그리고, 발로 간다. 정강이, 허벅지 그리곤 다시 가슴으로 올라온다. 오늘 적수 제대로 만났나 보다. 난 내 것으로 갈 줄 알았는데, 가슴이라니. 숨이 막혀 온다. 내 것은 이미 미친 듯이 껄떡대고 있다.
 
“후후… 오빠 작은 동생이 가만히 있질 못하네? 이따 놀아 줄게, 기다려~”
 
그리고는 배가 아니라 가슴에서 목으로 올라온다. 아득하다. 이 여자 만만치 않아. 거울에 비친 그녀와 내 모습. 그녀는 아름다웠다. 목을 더듬듯 훑고 지나간다. 나쁘지 않다. 이러다 콩깍지 끼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을 때, 그녀가 내 것을 손에 쥐었다.
 
“후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두꺼운 것 같은데?”
 
부드럽게 잡는다. 아니 손이 혓바닥인 양 훑어 나간다. 나도 그녀의 음부로 손을 가져가 본다. 흥건하다. 

“이번엔 내 차례가 온 것 같은데?”

찡긋하니 옆으로 물러난다. 목, 가슴, 배. 하지만, 난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그녀의 눈으로 올라갔다.
 
“받은 대로 돌려드려야겠지요? 예쁜 아가씨.”
 
눈빛이 떨린다. 제대로 짚었다. 입술에 다가가는 척하다가,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고, 목덜미 뒤를 머금는다. 아까 머금지 못해서 서운했던 그 목덜미. 은은한 우유 향이 나는 것 같다. 손은 등줄기를 따라 오르내린다. 낮은 신음. 역시나 잘못 짚지 않았다. 손은 다시 앞으로 가슴을 희롱한다.
유륜이 좁고, 유두가 봉긋 선 모양이다. 누가 그랬던가? 이런 유두가 빨기 딱 좋은 유두라고. 그래도 잠시 손에게 양보해둔다.
 
그녀를 엎드리게 한 후, 목덜미를 떠난 입술을 둔부로 가져 간다. 둔부 모양에 맞추어 동그랗게 움직인다. 나지막한 신음의 톤이 올라갔다. 역시나. 양손은 그녀의 다리를 훑어 내려간다. 다리를 구부리고, 다시 한 번 훑어 내려간다. 정강이를 지날 때쯤 헉 소리를 내며 움찔 한다. 본인도 몰랐던 부분인가 보다. 빠르게, 입술을 정강이로 옮겨간다. 신음 강도가 농밀해진다.
 
“그... 그... 그만... 그만해 오빠.. 아.. 안돼!!!”
 
숨을 몰아쉬며, 그녀가 넘어 가버렸다. 가뿐 숨을 몰아쉰다.
 
“헉헉헉헉..”....
 
그냥 놔두면 안 되겠지? 바로 재공격한다. 허벅지 안쪽을 훑어간다. 음부에 가까워질수록 신음이 묘하게 떨려 온다. 바깥에서 안쪽으로 스쳐 지나간다. 한 번 또 한 번. 그리곤, 클리토리스를 며칠째 깎지 않았던 수염으로 스쳐 지나간다. 방안에 그녀의 신음이 가득하다. 이미 그녀의 애액은 흥건히 흘러내리고 있다. 외음부를 살짝 물어본다. 신음이 짧고 강해진다. 클리토리스를 살짝 물어본다. 순간 내 머리를 잡고 흔들어 댄다. 놓았다 물기를 반복하다가 핥기 시작 한다.
 
“악... 오빠.. 오빠.... 오빠.. 안돼... 안돼... 안돼에!!!”
 
허리부터 부르르 떨기 시작하며, 내 머리를 잡아당긴다. 순간 나도 악~! 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그녀의 손에 내 머리카락 몇 올이 떨어져 나갔다.
 
“오빠.. 잠깐.. 잠깐만 쉬었다가 해. 잠깐만...”
 
화장대 앞에서 잠시 담배를 하나 물고, 머리를 살펴본다. 쥐어 뜯기긴 했어도 티는 나지 않는다. 괜찮을 것 같다.
 
“나 대머리 되면, 네가 어떻게 책임지려고 머리를 다 쥐어뜯고 그래? 한 번 만 더 뜯으면, 구멍 생기겠다?”
“뭐 내가 먹여 살리지 뭐? 근데, 오빠. 우리 진짜 잘 맞는다? 그렇지?”

“그러게. 너 근데 거의 선순데? 남자 꽤 잘 알잖아?”

“아이고, 누가 할 소리일까요? 탄두리 때부터 알아봤어요~~오~~옹~”
 
그 뒤로도 우린 서로를 핥고 더듬고, 만졌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시간이 가는 줄 몰랐기 때문에. 삽입까지 가기도 전에 내가 두 번, 그녀는 예닐곱 번쯤 더 산을 오르내렸다. 7시 40분 알람이 울릴 때까지 계속해서... 결국은 삽입은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시간이 되어서 서로의 몸을 씻겨 주고, 방을 나섰다. 온몸이 나른했다.
 
오늘은 오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업무 마무리하고, 회사를 탈출하리라.

끝.


글쓴이ㅣNOoneE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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