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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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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셰프]
 
“저기요.”
 
시선이 내 앞에서 멈추더니 고개를 다시 돌린다. 그녀의 귀가 빨갛게 변했다.
 
“아무래도 제가 마트에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재빨리 내려와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필요한 걸 적어드릴게요.”
 
그녀도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다른 곳을 기웃거리며 말한다.
 
“네, 제 핸드폰 갖고 올게요. 거기 메모장에 적어 주세요.”
 
안방 침대 맡에 있는 휴대폰을 들고 나와 그녀에게 전했다.
 
“어, 이건...”
 
어젯밤 찾아봤던 그녀의 SNS 페이지가 열려 있다.
 
“아, 그게... 어제 친구 목록에 뜨는 걸 보고 그만..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그걸 저도 미처 생각 못 했어요.”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시나 봐요. 사진을 보니 전부 아들과 찍은 사진이 많던데요.”
 
“네, 아이 아빠가 그렇게 되고서 한참을 힘들어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가 저만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네, 저도 그렇더라고요. 얘기 들으셨겠지만, 저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정빈이 엄마의 도움을 어쩔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게 됐네요. 미안합니다.“
 
“아니에요,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알죠. 정빈이한테 아빠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몰라요. 아빠를 닮아 운동을 좋아하는데, 제가 그렇지 못해서요.”
 
“그래요? 운동 좋아해요? 그럼 우리 집으로 보내세요. 저희는 주말마다 집에 없어요. 밖에서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해서요.“
 
“정말이요?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너무 감사하죠.”
 
“힘든 거 아닌데요 뭐. 아이들은 하는 걸 지켜만 봐줘도 자신감이 생겨서 더 잘해요.”
 
“정빈이와 상의해 볼게요.”
 
“우리 민우는 엄마가 없어서 좀 부드러운 면이 모자라요. 남자 같은 성격만 있어서...”
 
“제가 지켜본 민우는 모든 면에서 다 좋던데요. 교우 관계도 원만한 것 같고, 잘 웃고, 배려심도 많던걸요.”
 
“그래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까 평소의 모습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직장 생활하시는 아빠들이 다 그렇죠 뭐.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평일엔 저희 정빈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제가 잘 지켜 봐줄게요.”
 
“정말 감사해요.”
 
“에이, 뭘요.”
 
“자, 뭘 사 오면 될까요?”
 
“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얼른 적어 드릴게요.”
 
그녀는 하얗고 가냘픈 손가락으로 메모하고 있다.
 
‘저 손가락 끝이 나의 몸에 닿을 수만 있다면’
 
 “여기는 어때?”
 
 “음~~ 좋은데. 어 잠깐 거기 다시 한 번만 더 만져 줄래? 너무 느낌 좋다.”
 
 “좋아? 이렇게?”
 
 “어, 그래 거기. 아~~~ 너무 좋다. 계속해 줘.”
 
“여기가 좋아하는 포인트인가 봐.”
 
“아~~ 으~~ 음~~ 너무 좋아. 좀 더 넣어 봐줘.”
 
전 아내와 가끔 서로의 몸을 만지며 좋아하는 곳을 찾는 시간을 갖곤 했다.
 
턱 아래의 목 부분부터 귓불 아래를 지나 목덜미까지 만져주는 걸 좋아했고, 유두보다는 유륜을 만져주는 걸 좋아했고, 발가락 사이를 만져주는 걸 좋아했고, 무릎 뒤를 만져주는 걸 좋아했고,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는 걸 좋아했었다.
 
“자, 이렇게 사 오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건네받은 핸드폰이 따뜻했다. 주머니 안쪽으로 밀려와 나의 앞에 닿은 그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아, 이게 얼마 만이야. 너무나 그립던 여자의 체온이다.’
 
내 앞이 또 부풀어 오르려 한다.
 
"그럼 제가 얼른 다녀올게요."
 
"네. 가서 모르는 거 있으시면 전화 주세요."
 
"네, 다녀오겠습니다."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현관으로 가고 있었다.
 
“여보, 이리 와봐요.”
 
 “왜?”
 
 “얼른 이리 와보라니까”
 
 “아, 왜에. 얼른 가서 음료수 사 오라며.”
 
“이렇게 하고 나가면 누구 좋으라고?”
 
“어? 무슨 말이야?”
 
아내가 나의 바지 앞을 당겨 선다. 내 앞이 텐트같이 불룩 올라 있었다.
 
“어, 얘가 왜 이러지?”
 
“혼자 무슨 상상을 한 거야?”
 
“아니... 좀 전에 당신이 화장실에 가서 소변보는 소릴 듣고서 이러네.”
 
“왜? 왜 그런 건데?”
 
“뭘 꼬치꼬치 물어. 알면 다쳐.”
 
“왜 다쳐? 왜?”
 
“내 막대사탕으로 당신을 지금 범하면 다칠지도 몰라. 조심해”
 
“에게... 고작 그 막대사탕으로?”
 
“에게, 고작? 한 번 혼나 볼래? 방으로 따라와”
 
“따라오라면 누가 무서울 줄 알고? 이번엔 내가 앞장선다.”
 
“뭐야, 음료수 마시고 싶다며.”
 
“지금 도망치려는 거지? 잔말 말고 따라와. 좋은 말로 할 때.”
 
“야, 야, 지금? 왜 이래. 이 여자가. 이거 놓고 말해. 내 막대사탕 놓으라고~~”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다.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는 게 얼마 만인지. 누군가가 집에서 날 기다려 준다는 이 느낌이 얼마 만인지.
 

새로운 시작 6 ▶ https://goo.gl/x356AC

 
글쓴이ㅣ정아신랑
원문보기▶https://goo.gl/3v3r2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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