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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동화] 그것은 공포 - H의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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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American Pie]

나는 고작 대학교 2학년생일 뿐인데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걸까.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얼굴 평범, 몸매 무난. 아무리 뜯어봐도 이유를 모르겠으며, 나 뿐 아니라 그 누구도 내가 이때껏 소개팅을 한번도 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말해줄 수 없으리라 확신한다. 왜냐면... 매번 남자 쪽에서 약속장소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가서 어렵사리 이 이야길 꺼내면 하나같이 웃음부터 터트린다. 그치만 난 하나도 안 웃기다. 왜 하나같이 나와의 소개팅 날 팔이 부러지거나 갑작스럽게 교수님이 호출을 하거나 (심지어는) 친척이 죽는걸까. 백 명이면 백 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나에게 그들은 그냥 '바람맞힌 남자'일 뿐이다. 친구년들은 나의 사진이 유출된 게 틀림없다고 뒤에서 낄낄거렸지만 목숨이 두 개가 아닌 이상 내 앞에서 대놓고 웃진 못했다.

남들 다하는 소개팅, 안되면 그저 재미 잘되면 애인 장만.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커피숖에 앉아 오늘은 어떤 남자가 나올것인가가 아닌 이 남자가 나올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점치며, 이윽고 '후후 그럴줄 알었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내 모습이 갈수록 자연스러워 정말 더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2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 나는 마지막 소개팅을 결심했다.

'이번에도 안나오면 머리깎고 산으로 들어간 뒤 자서전을 써야지.'

마로니에 공원 앞에 서서 초조하게 시계를 바라봤다. 얼굴에 발이 달렸어도 좋다. 제발 나와만 다오.. 약속시간 30초 전부터 나는 초침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혹시 앨리스씹니까? 정확히 오후 2시 내 앞에 나타난 핸섬가이를 보고 나는 소리쳤다. 얏호!

날렵한 콧날에 짙은 눈썹. 깔끔하게 면도는 했지만 푸르스름하게 남아있는 수염의 자리가 턱에서 구렛나루까지 이어져, 아 그야말로 남자! 남자!! 남자!!! 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남자다움의 주장을 마초가 아닌 인텔리로 승화시킨 건, 안광이 지배를 철하다는 표현에 딱 들어맞게 살아있는 그의 눈빛이었다.

남녀가 길바닥에서 처음 만나 인사처럼 나누게되는 쭈뼛댐의 순간도 주지 않고 그는 말했다. 제가 이 근처에서 크고 좋은 피자집을 봤는데, 그리로 가시겠습니까? 장소도 미리 알아놨구나. 센스쟁이.. 소개팅에서의 당연한 매너이겠지만 살면서 한번도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사소한 것에서 감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크고 좋은 피자집' 은 바로 피자헉 이었다.

아 여기군요~ 나는 당황을 웃음으로 감추며 앉았다. 원래 아시던 곳인가요? 유명하긴 한가보군요. 그도 웃었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온 약대생이라더니, 정말 깡 시골에서 공부만 했나. 아님 설마 고난도 유머? 하지만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말했다. 샐러드는 제가 퍼 오겠습니다. 뭐 좋아하시는 거라도? 아니에요, 다 괜찮아요. 나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피자헉이 뭔지 모르면 좀 어때. 그는 최초로 내 앞에 나타난 소개팅남이 아닌가. 그러나 잠시 후 벌어진 상황에서 나는 미소를 유지하지 못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만 퍼왔는데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고양맛살이 가득한 접시를 테이블 한가운데 내려놓았다.

맛살을 참 좋아하시나봐요..호호. 소개팅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 지는 몰랐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더 황당했다. 이게 정말 게맛살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지요. 게맛살은 냉동연육 85.20%, 감자전분, 소맥전분, 소르비톨70, 크랩엑기스, 그리고 해조칼륨을 구성성분으로 하며 그 냉동연육이란 것도 말하자면 명태나 대구의 흰 살을 찐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진정 게살은 엑기스만 조금 들어간 것 뿐이오, 이런 저런 생선살에 향료와 색소, 풍미제 등을 첨가해서 성형을 하고, 스팀과정까지 거친 뒤 비로소 탱탱한 게맛살로 태어나는 겁니다. 재밌지 않습니까? 게맛살을 먹고 있지만 게맛살이 아니다... 후후. 마치 음식점 앞에 진열된 음식모형을 보며 침을 흘리고 메뉴를 결정하는 것과 똑같지요.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마세요, 세상은 참 재밌는 곳이니까요. 후훗.

......

나는 더 이상 게맛살을 소재로 대화를 이을 수 없다는 걸 직감했다. 아니 그 어떤 대화의 소재를 내놓아도 전부 그런 식이었다. 이 사람은 평범한 약대생이 아니라 이미 1976년에 태권v를 만든 김박사처럼 시대를 한참 앞선 천재처럼 느껴졌다. 가만히 듣다 보면 좀 싸이코 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원래 천재는 싸이코라고 생각하며 그의 강렬한 눈빛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그날 우리는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피자헉을 나와 이번엔 내가 잘 아는 크고 좋은 커피숍으로 가자며 그를 스타벅시로 데려갔다. 그는 과연 커피 맛이 남다르다며 만족했다. 나는 즐거웠다. 그가 하는 말의 80%는 못 알아 들었지만 아 그렇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간간히 웃으니 아무 문제 없었다. 그가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듣긴 듣되 무시하는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무시라는 것도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응, 난 다 알고 있어' 하는 근엄한 아버지의 침묵처럼 느껴졌다.

그날 그는 나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골목 가로등 불빛을 받으면 누구든 뽀샤시해지는 법. 나는 슬쩍 입술에 침을 바른 뒤, 눈을 살짝 풀고 고개를 기울여 그를 바라봤다. 애틋한 키스나 한판.. 음심이 솟구쳤지만 그는 나를 당겨 미국 사람들의 인사 같은 포옹을 한번 하더니 내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다음 번에 입을 맞출 겁니다. 이 남자를 계속 만나도 될까. 순간적으로 회의가 스쳤지만 진작부터 그의 눈빛에 홀려버린 나는 어느새 내 전화번호를 그의 휴대폰에 찍고 있었다.

그 다음 번에도 그는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고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 듣는 척을 했다. 그리고 그가 말했던 대로 가로등 아래 서서 입을 맞췄다. 그의 혀놀림은 굉장히 탐색적이었는데 솔직히 말해서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내 입 안 구석구석을 탐사하는 타원형의 우주선 같았달까. 생각해보면 데이트 하는 내내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지만, 주위에 잘생긴 약대생과 사귄다는 소문을 내버렸기 때문에 어쩌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탐사가 끝났는지 혀를 거두어간 그가 말했다. 다음 번엔 다음 단계로 갈겁니다.

나는 지금껏 만났던 남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단 한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모두가 나름의 사연과 추억이 있다고 믿었다. 지지고 볶는 감정의 스파크들은 그럴만 했다고 믿었다. 인간적이니까, 그래~ 사람 같잖아.. 해 가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들 잘 살고 있는지 안부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바로 그 약대생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는 평범하게 내 옷을 벗겼고, 몸을 쓸어 내렸고, 대부분의 침대 위에서의 시나리오가 그렇듯 적당한 타이밍에 내 몸 위로 올라갔지만. 삽입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갑자기 내 몸을 미끄러져 내려가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댔다. 잠깐 봐도 되겠지? 대답은 듣지도 않고 그는 스탠드로 손을 뻗어 불을 켰다. 왜 이래, 싫어.. 응 괜찮아. 싫다는데 뭐가 괜찮다는 걸까.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야 하나 갈등을 하는데 그가 입을 가져다 댔다. 입으로 해줄려나 보다.. 쓸 데없는 경계심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긴장을 조금 풀고 눈을 감았다. 아니 그런데,

훅-. 뭐야?! 그가 내 보지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응, 가만, 스읍- 그러더니 다시 빨아들였다. 이런 미친 놈. 태어나 그런 더러운 기분은 처음이었다. 보지에 바람을 넣는 것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그날 밤 나는 애인과 함께 있는 침대가 하나도 섹시하지 않고, 실험실 위에 누워있는 것만 같았다.

'뭐하는 거야 지금'

나는 몸을 일으켜 말을 했다. 하지만 그가 내 발목을 너무 단단히 잡고 있어서 다리를 오므리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자기야 왜 그래.. 응? 앨리스, 오빠 믿지? 세상에. 인류가 떡을 친 이래 세상에서 가장 믿음 안가는 멘트 명예의 전당에 오른 '오빠 믿지?'를 그의 입으로 들을 줄이야. 나는 절망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를 설득하기로 했다. 그거 싫어, 하지마.. 응, 그건 끝났어. 그건? 그럼 또 뭔가가 남았단 말이구나. 갑자기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전혀 섹시하지 않은 움직임으로 내 질 안을 쓸어 내렸다. 가만히 쓸어내리다가, 쓸어 올리다가. 펌프질을 했다가,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돌렸다가. 가만히 손가락을 넣은채 움직이지 않고 눈을 깜빡이며 뭔가를 중얼대는 그의 모습은 공포에 가까웠다.

당연히도 긴장한 나의 보지는 전혀 젖지가 않았는데, 그가 손가락을 쑥 빼서 침을 발랐을 때는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흔해빠진 일본 야동이 생각나서 피식 웃음마저 터져 나왔다. 이게 바로 그의 실체란 말인가. 무엇이든 다 알고 모르는 게 없는 천재 같은 모습의 그. 살아있는 눈빛으로 나를 압도하던 그. 그는 지금 내 가랭이 사이에 고개를 박고 전혀 꼴리지 않는 몰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보지에 대한 연구 논문이라도 발표할 것처럼 말이다.

자, 이제 다 되간다. 그는 몸을 일으켜 모텔 냉장고를 열고 아침보리쌀을 꺼냈다. 음료수를 마시려나보다, 주춤하는 사이 그는 재빨리 나의 발목을 다시 잡았다. 그러더니.. 입 안에 넣어 둔 아침보리쌀을 내 보지에 밀어 넣었다. 이 미친새끼! 나는 그의 머리통을 발로 차버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나를 끌어안고 등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수고했어. 넌 정말 큰일을 한거야. 나는 그를 밀쳐내고 정신없이 옷을 줏어입으며 모텔방을 뛰쳐 나왔다. 그는 창가에 서서 피지 않는다던 담배를 어디선가 꺼내어 물었다. 그날 나는 그의 자지는 커녕 자지 터럭 하나 보지 못했다.

모텔을 나와 정신 없이 걸었다. 거리엔 온통 성탄 빛. Nobel~ Nobel~ 대형 할인마트의 싸구려 스피커에서 캐롤이 울려퍼지고, 머리 밀고 산으로 올라갈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이 되던 스물 하나의 겨울이 그렇게 가고 있었다.

유달리 동물을 사랑했던 H의 애완견 스너피..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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