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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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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인생의 전환점, 즉 터닝 포인트와 조우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전환점인 것을 인지하는 사람도 있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좋거나 나쁘거나, 강렬하거나 잔잔하거나, 기회이거나 위기이거나, 좌우지간 한 번 혹은 그 이상 터닝 포인트를 겪게 되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다. 
 
나는 군대를 다녀와서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의 가장 큰 첫번째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그 전에는 뭐 포경 수술 군입대 등 살다 보면 x도 아닌 것들이 인생의 전환점이라 여겼을 정도로 별 거 아닌 삶을 살던 내게 일본에서 있었던 8년간의 경험은 하룻밤 썰로는 절대 풀 수 없는 천일야화와도 같다. (적어도 나한테는)
 
일본에 유학을 가는 사람은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 케이스. 일본이 너무 좋은 사람들. 일본 문화에 깊이 심취해 있으며 일본의 모든 것을 기모찌하게 느끼고 싶은 부류이다. 혹자들은 쉽게 덕후라고 치부하기도 하는데 이 사람들의 열정 만큼은 값싸게 치부할 수 없다. 관심사를 위해서 해외행을 택하는 것이 어디 보통 열정인가? 열정이 있는 만큼, 대게 이 케이스의 사람들은 다른 유학생과 자주 어울리거나 하지 않는다. 
 
두번째 케이스. 일본에 무언가 얻을 것이 있는 사람들. 일본이 강세인 분야를 배우고 싶거나 혹은 그 분야에서 대성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애니메이션, 네일 아트, 자동차 산업 등등 해당 분야는 매우 방대하다. 어쩌다 보니 일본어 학과를 진학한 학생들, 혹은 일본에서 막연하게 돈을 벌거나 취업하거나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두번째 부류이며, 첫번째 케이스보다는 다른 유학생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다. 
 
세번째 케이스는, ‘그냥’ 온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그냥. 이유는 없거나 매우 사소하다. “너는 왜 점심으로 순댓국을 먹었니?” “응 그냥.” 뭐 이정도 수준의 가벼움 부터, “아무래도 한국 보다는 낫겠지.” 혹은 “한국에서는 답이 안 나오니까.” 등등의 현실 도피성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이 부류들은 서로 교류가 잦으며, 의외로 세 가지 타입들 중에서 가장 오래 일본에 체류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구태여 말하자면 세번째 케이스에 가까웠다. 일본에 가기 전에는 일본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 딱 하나 일본의 영상 컨텐츠만 빼고 –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나는 딱히 관심이 있거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 다녀오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일본을 향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에 장기적으로 간다고 하면 일본 친구들도 많이 사귀겠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일본에 가서 가장 먼저 사귀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다. 어차피 어학원(랭귀지 스쿨)에 다녀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아무래도 일어를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사람들 끼리 친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지나치게 한국인들과의 커뮤니티에 귀속되게 되면 상상도 하지 못할 피곤한 일들이 생겨나게 된다. 이 얘기는 다음에……
 
어쨌든, 나는 일본어라고는 아리가또랑 스미마셍, 앙 기모찌만 아는 상황에서 일본땅을 밟았고, 대부분의 유학생이 그러하듯이 랭귀지 스쿨 입문반에 입학했다. 
 
랭귀지 스쿨 입문반에서는 참으로 골 때리는 광경이 연출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안녕하세요~ 고마워요~사랑해요 연예가 중계 이 정도만 할 수 있는 외국인들을 한 반에 때려 넣고, 한국 선생님이 와서 순수 한국말로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상황인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선생이나 학생이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상황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일본 랭귀지 스쿨 초급반의 각 국가별 모습을 보면 이러하다. 
(비하 및 일반화의 목적은 없으니 가볍게 읽기를 권장합니다.)
 
중국인 : 선생님과의 커뮤니케이션보다는 대륙인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된다. 수업시간에도 중국어로 서로 이야기를 나눔. 중국인들 끼리의 결속력이 매우 탄탄하다. 
 
유럽 및 미국에서 온 사람들: 나름 진지하게 배우려 애를 쓰지만 특유의 빠다 발음 때문에 일어가 불어처럼 된다. 예를 들어 고마워를 애뤼이개토우~라고 한다 던지. 존댓말에 대한 개념이 딱히 없어서 선생님에게도 센쉐 에리개토우~라고 쿨하게 말한다. 
 
한국인: 어법이 일어랑 비슷한 점 때문에 입문 및 초급반에서 가장 먼저 괄목할 만한 실력상승을 보여주며, 이게 랭귀지 스쿨인지 짝 애정촌인지 분간이 잘 안 될 정도로 자기들 끼리 잘 사귄다. 우습게도 일어를 잘 하고 일본에 대해 많이 아는 애들은 여자도 잘 꼬신다는 느낌 적인 느낌이 있다. 
 
처음에 내가 들어간 반에는, 정원이 10명 정도 되었으며 그 중 6명이 한국인이었다. 신기하게도 남자는 당시 스물 여섯이었던 나와, 당시 고등학교를 각 졸업한 남자애 하나 뿐이었고, 나머지 네 명은 전부 나보다 어린 여자애들이었다. 한국인을 제외한 4명은 중국인 두 명, 베트남 여자 아이 한 명, 그리고 입학 때부터 졸업 때 까지 단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한 아랍 아저씨 압둘 인가 핫산인가 하는 40대 형님이 반 구성원이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한국인들 사이에서 나는 스물 여섯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형이자 큰 오빠였다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습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생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고, 나는 그 중압감(?) 때문에 수능 준비할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스물 두 살이었던 지수는 같은 반 한국 사람들 중에서 가장 먼저 내게 말을 걸어 준 여자아이였다. 네일 아트를 배우러 알바비를 모아 일본에 온, 또래에 비해 철이 일찍 든 아이였다. 그녀는 160 중반의 키에 조금 마른 편이었고, 동그랗고 예쁜 눈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평범보다는 꽤 많이 예쁜 축에 속했던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많이 마른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처음에는 이성으로 보지 않았을 뿐이었다. 
 
지수는 같이 온 아는 언니와 함께 어학원 근처에서 자취를 했다. 월세 가격이 후덜덜한 일본 물가 때문에, 어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원룸을 제공해 주었고, 그녀는 같은 어학원의 중급반에 다니는 동네 언니와 자취 중이었다. 그녀의 원룸으로 가는 길과, 내가 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늘 수업이 끝나고 정류장 까지 같이 가곤 했다. 서로 그날 배운 일본어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서로 공부 방법을 공유하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건전한 대화를 거의 한 달여 동안 집에 가는 길에 했었던 것 같은데, 아주 우연하게, 아무 생각없이 내가 던진 말에 건전한 하교길은 천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너 술 좋아해?”
 
지금 생각해 보면 왜 지수에게 이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길에 있는 노숙자 아저씨한테 “아저씨도 잘 나갈 때가 있었나요?” 라고 대뜸 묻는 게 차라리 개연성이 있어 보였다. 한 달 동안 공부 얘기만 하다가 갑자기 술이라니. 그것도 눈이 펑펑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말이다. 
 
“없어서 못 먹죠.”
 
그녀의 간결한 대답이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온 지수는, 처음 봤을 때보다 5Kg이나 살이 찐 상태였다. 일본 음식이 워낙 입에 맞아서 그런 거라던데, 워낙 마른 애여서 그런지 살이 찐 게 훨씬 보기 좋아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갑자기 사적인 질문을 한 것도 살이 조금 붙은 그녀의 모습이 예뻐 보여서가 아니었나 싶다. 아니면 정말 지금은 없어진 짝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처럼 뭔가 한정된 공간과 상황이 호감을 생기게 했을 수도 있고. 다행히도 나는 5Kg중에 가슴은 몇 키로나 쪘니? 라고 마음의 소리를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럼 언제 술이나 한 잔 하자. “
“언제요?”
 
보통은 저런 기약 없는 멘트에는 “그래요.” “좋아요” 등의 대답이 돌아오는 데, 그녀는 언제냐고 대뜸 물었다. 우리가 공부를 하던 그 도시가 일본에서 손 꼽히는 다설지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의 코트와 털 모자 위에는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오늘은 어때?”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내게 물어봤던 그녀가, 이 뜬금없는 제안에도 당황하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좋아요.”
“뭐……그러면 일단 집에 갔다 와야 하나?”
“오빠네 집 학교에서 멀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우리가 나란히 서있는 버스 정류장에 아주 조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그나저나 어디서 마셔야 하지? 술집에 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고, 게다가 우리는 둘다 사회 최하 계층인 유학생이었다. 주머니에는 그런 사치를 부릴 돈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말대로 집에 들렀다가 오면 시간이 늦는다. 
 
“그럼 일단 오빠네 집에 같이 가요. 그 근처에서 마시면 되죠.”
“우리집 근처?”
“일단은 다시 여기로 오는 것보다 시간은 세이브 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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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186넓은어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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