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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남자 - 그것은 정말 순수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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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대한 글을 써 보꾸마, 하고는 이런 제목을 붙이고 보니 문득, 테네시 윌리암스 원작에 비비안 리와 마론 브란도가 주연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연극은 본 일이 없어 모르겠고..)

'순수? 순수가 뭔데?'

언제나처럼 음주 시청한 영화라서 대사의 정확도에 전혀 자신이 없지만, 아무튼 내 기억상으로는 블랑쉬(비비안 리)가, '난 당신이 순수한 여자인 줄 알았어!' 라고 비난하는 미치를 향해, 그 박약 같을 만큼 푸른 눈을 반쯤 열고 음산하게 부르짖던 것이 바로 저 대사 아니었던가 싶다. 거짓말과 애원으로 어떻게든 미치의 마음을 돌려보려 애쓰던 그녀는 그에게서 '순수'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결국 광기를 드러내고야 마는데 그 다음 대사는 '그래요, 나는 00호텔에 묵으며 암거미처럼 덫을 치고 많은 사내들을 끌여들였어요, 그랬죠,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죠?...' 대충 이런 것이었던 듯 하다. 역시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30년 인생 최고의 호러무비였던 이 영화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테고, 그냥 저 말만 가지고 뎀벼 보면 그렇다. 차암, 그러게 말이다. 순수? 순수가 뭐꼬? 순수가 대체 뭔데? 이건 아주 어릴 때부터의 해묵은 의문이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참 순수했는데 요즘은..' 요즘 학생들은 순수하지가 않아서..' '옛날 연애는 순수했었지..' 흔하디 흔한 그런 순수들.

당시의 내가 저 이야기들의 문맥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순수란 결국 이런 것이었다. 유행가 부르지 않고 동요 부르는 아이=순수한 아이. 말대꾸 하지 않고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는 학생=순수한 학생. 육체관계가 없는 연애=순수한 연애.

그렇다면 결론은, '그런 순수, 난 안 하고 말겠다'였으니, 스무 살에 풍운의 꿈을 안고 한양살이에 오르기 전까지 고향 마을에서의 나의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그리 평탄치 않았음은, 남도 아닌 남로당 당원동지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하고 이해하고 공감까지 해주리라. 순수일랑은 애초부터 거리가 먼 발랑 까진, 혹은 되바라진 아이인데다 여자애이기조차 하니, 심지어는 드라마를 보면서 울지 않는다고 가족들로부터 독한 년 소리도 자주 들었다.

이 해묵은 순수에의 거부감은, 첫(짝)사랑을 기억함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나는 문자 그대로 솜털 보송한 스무 살로 사방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요란하게 짝사랑을 했었는데, 그러던 중 나와 꽤 친하던 친구가 비밀리에 그를 사귀게 된 모양이었다. 그 사실을 알려준 또 다른 친구가 내게 덧붙인 말은, 이제 바보짓 좀 그만 하라는 거였다. 흐흐. 아닌 게 아니라 둘이 나에겐 비밀로 한 채 스릴있는 데이트를 즐기는 사이, 내가 아주 눈뜨고는 못 볼 바보짓만 골라서 해댄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그 나이상(왜, 세상이 전부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줄만 아는 그 어린 나이 말이다!) 꽤나 독했을 온갖 자괴감과 쪽팔림과 치욕들을, 결국 다스릴 수 있게 해준 처방은 바로 '순수'였다. '난 순수했는데 늬들은 드런 것들이야...' 요런 비슷한.

따져 보면 그 친구를 맘 속 깊이까지 친하게 여겼던 건 아니었는지, 그애가 날 속인 일은 내게 그리 큰 충격이 아니었다. 또한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도 뭐 고통스럽긴 했지만 어쨌든 받아들여졌다. 막상 그 상황에서 제일 급했던 것은, 그가 날 좋아할까 안 좋아할까 따위 터무니 없는 공상으로 허비했던 수많은 날들과 망상들, 그리하여 딴 친구들에게 떠벌렸던 헷소리들, 또한 동정하는 한편으로 은근히 깔보고 나올 것임에 분명한 타인들의 눈을 어떻게 수습하느냐 하는 것... 이었던 듯 하다.(물론 단언할 수는 없다)

결국 최종적인 솔루션은, 무시무시한 자기방어 시스템 풀가동.


 

 

일단 그는, 외모나 밝히는 뻔한 남자다.(외모 탓을 하는 게 제일 편하다. 자신에게 매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그는 바람둥이다.(오는 여자 마다 안하는 놈이라 이거다. 나보다 친구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할 수 없으므로) 토탈 하여 결론은 그는 순수라고는 모르는 천박한 인간이고, 나는 순수했기에 그 천박한 자에게 진심을 짓밟힌 피해자라는 것.

그럼으로써 나는 비욕 같은 병적인 아티스트들 모냥 첫사랑의 실패가 원인 된 자폐증이나 신경증 따위에 자신을 축내지 않고, 다시금 옛날 모습으로 가뿐이 일어났다. 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정말, 쪽팔렸다. 바보짓하고 차인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토록 경멸하던 순수라는 타이틀을 그것도 스스로 갖다 붙임으로써 겨우 추스릴 수 있었던 나 자신에 대하여.

문득 떠올리기만 해도 '됐어, 아냐, 아냐' 같은 절규가 튀어나오는 쪽팔림의 기나긴 터널을 벗어난 후로도 몇 년, 아무튼 꽤 오랫 동안, 나는 당시의 내 심리들을 반복해서 곰씹었다. 과연 내가 자위했던 그 '순수'라는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전의 나는 왜 그토록 '순수'라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며, 그런데도 어째서 고통스런 순간에는 바로 그것이 치유책이 되었던 것일까.

시간이 흐르고, 답이 나왔다. 당시의 내가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들먹인 그 '순수'란 것이, 다른 게 아닌 일종의 '우월감' 이라는 사실. 그것도 뜬금 없는 도덕적 우월감. 너희들보다 나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 이것이 바로 내 순수의 정체였다. '요즘 애들은 쯧쯧..' 하는 어른들의 심리도 역시 일종의 우월감이었으며, 어린 시절의 나는 아마도 그 근거도 뭣도 없는 우월감에 그토록 심한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리라.

물론 힘들었지만, 결국 깨닫고 나니 어느 순간에 인정이 되었다. 아니 인정이 된 것이 아니라, 인정할 수밖에 었었던 것이다. 우월감 따위는 거짓이었다. 아무 근거도 논리도 없었다. 그들이 나보다 순수하지 말라는 법은 정말이지, 세상 천지 어디에도 없었다. 친구를 속이는 재미를 조금쯤 만끽한 그들이 뭐 그리 천인공노할 배신자들인 것도 아니었다. 상황은 단순했다. 나는 (그에게 있어서) 별 매력적인 여자가 아니었다. 그뿐이다. 도대체가 그 단순한 사실이, 당시 나에게는 전혀 용납도 인정도 납득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암튼 내가 '일반적으로'(--;) 그리 매력있는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서, 나를 둘러싼 세상은 무척이나 많이 달라졌다. 어쩌면 자신감이란 것은, '나는 잘났다'라는 것이 아니라, '별 잘나지 않았지만 뭐, 괜찮아'인지도 모른다.

......

그 후로도 몇 년이나 지났다. 그때의 솜털이 다 벗겨지고 막 주름이 자글자글 생기려 하는 30대의 피부를 갖게 된 나는 예전보다 훨씬 여유 있는 모습으로, 주위 사람들의 짝사랑 스토리를 듣기도 하고, 간혹은 고백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짝사랑 이야기들에서 나는, 그 '순수'가 묘한 우월감으로 작용하고 있는 대목을 발견하게 되고, 또한 예전과 같은 거부감을 느낀다.

어린 시절 짝사랑 했던 여자애에게 편지를 썼다가 부당하게 진심이 재단되어 원인 모를 치욕에 떨었다는 에피소드를 필두로 시작된 누군가의 이야기는 조금쯤 나를 의아스럽게 만든다. 내 방으로 기어들어왔다가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가공할 화학약품 세례를 받고 뒤틀리며 죽어간 털벌레의 존재 이유가 나를 괴롭히기 위함이 결코 아니었을 것처럼, 그 여자아이의 존재 이유 역시도 누군가의 이현세 풍 러브스토리 속에서 그의 순수를 빛내기 위한 악역으로 등장하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순수를 들먹이는 사람들은, 늘 순수를 묘하게 강요한다. 순수란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너는 순수하지 않다고 타인을 질타하는 것 같다. 피해의식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그것이 싫다. 아~ 모르겠다. 정말이지, 순수? 순수가 참말로 뭐꼬? -0-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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