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세이]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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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프랑스 아비뇽의 어느 그림 전시장. 여자 예술가가 한 작품에다 빨간 립스틱 가득한 입술로 키스 자국을 남긴다. 그 그림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 천장에 그림을 그린 것으로도 알려진 유명한 화가의 작품이다. 체포된 그녀는 법정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의 키스는 그냥 사랑의 제스쳐(gesture)였어요. 그 작품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했고 작가도 이해하리라 생각했지요. 예술에 끌려 한 예술적 행위가 무엇이 문제인가요?” 1. 보내기. 누르기 전에 한 번 더 읽어본다. 사심을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히되 답장을 필요로 하는 내용. 쪽지를 보냈다. 별 내용은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물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녀에게 물었다. 나보다 오래 전부터 레홀에서 활동을 해온 그녀이다. 주고 받은 몇 문장만으로도 그녀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갔다. 받은 쪽지 수만 보아도 가늠이 간다. 그녀를 향한 관심, 나뿐만은 아닐 터이다. 글쓰기를 즐겨 하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라던데. 다수에게 관심을 받으면 자신감이 높아지고, 원하는 누군가의 관심을 받으면 자존감마저 높아진다.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점차 관심으로 변하는 중에 나에 대한 그녀의 관심을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본심이었다. 답장이 왔다. 쪽지를 주고 받는 것이 이렇게 쉬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보내봤을 텐데. 이게 뭐라고 용기가 생겼다. 용기와 섣부름은 종이 한 장 차이래든가. 용기를 가지고 한 행동에서 반 보 뒤로 움직이면 섣부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마음이 앞서는 잘못을 반복한다. 두 번째 쪽지로 그녀의 카톡 아이디를 물어보았다. 왜 이번엔 한번 더 읽어보지 않고 보냈을까…섣부름의 후회를 온전히 느끼기도 전에, 그녀는 여유로움으로 답하였다. 그녀의 카톡 아이디가 담긴 답장이었다. 2.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이 있다. 외적인 부분보다는 내적인 부분, 특히 분위기를 의미한다. 보통은 상대방의 행동으로 그 분위기를 짐작하고, 대화로 확인하며, 글로 확신한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희소한지 몰랐다.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그들이 떠난 뒤에야 알았다. 누군가가 나의 감정을, 마음을, 상태를 그대로 이해해준다고 느낄 때 난 위로를 받는다. 설명을 올바로 안 했는데도, 못 했는데도 알아주는 느낌이 좋아서 가끔 설명을 대충 하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 우회적으로 말하거나 암묵적인 전제를 가지고 말하면서도 본심을 알아주길 바란다. 라뽀르(rapport). 라포르 혹은 래포라고도 하는데 ‘마음의 유대’란 뜻으로 서로의 마음이 연결된 상태를 말한다. 라뽀르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신뢰감과 호감이 생기고 마음속의 이야기를 검열 없이 나누게 된다. 프랑스어로 일치, 조화를 매개로 한 관계를 의미하며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심리적 신뢰 관계를 뜻한다. 그녀에게 그런 분위기를 느꼈고, 그녀의 문장에 위로를 느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고 직감하였고 이러한 동질감은 자연스럽게 라뽀르를 형성하게 하였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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