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세이] H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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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http://redholics.com/red_board/view.php?&bbs_code=talk11&ss[st]=1&kw=her&page=3&bd_num=86028 3. 현재 애인과의 이별을 고민할 때가 있었다. 이 시기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다. 정겨운 이름. 권태. 새로움으로 시작한 연애는 거듭될수록 루틴화되며 권태를 맞이한다. 종종 애인에게 편지를 쓰는데, 난 권태를 맞이한 우리의 연애를 이렇게 표현했다. 문득 알았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보았어요. 연애의 과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비슷함 속에 당신의 특별함이 소중하다는 걸. 이 연애는 좋았다. 실제로 특별함이 소중했다. 단지 특별함 만으로는 무기력한 외로움을 해결할 수 없었다. 애인은 불안해했다. 그럴수록 나는 불확실하고 돌발적이며 자극적인 무언가를 원했다. 도움이 필요했다. 연애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이러한 답답함을 핸드폰에 메모하기도 하고 일기에 끄적이기도 하였다. 몇몇은 레홀에 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 레홀의 그녀는 나를 이해해주었다. 그녀 또한 이러한 고민을 해왔으리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로 그녀의 마음은 적절하게 나에게 전달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이유만으로 이별하지 말라는 그녀의 조언이 정말 고마웠다. 4. 카톡에서도 서로의 닉네임으로 소통을 이어갔다. 채팅 공간이라고 해서 서로 특별한 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없었고 사적인 정보를 공유할 필요도 없었다. 레홀에서 나눌만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정신없이 대화로 풀어냈다. 서로의 취향을 조금씩 알아갔고 무엇보다 서로의 공통점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친구의 범위에 제약을 두지 않으며, 성별의 다름으로 어느 무엇도 구분 짓지 않으려는 점이 그러했고. 장난기가 많은 청개구리 기질이면서도 왜(why)라는 질문이 필요한 이유를 잘 아는 진중함과 다른 사람에게는 예를 다하는 성격이 그러하며. 특히 본인에 대한 다른 사람의 갈망에 흥분하며, 야한 행동과 대화를 즐긴다는 점이 그러했다. 내가 만일 여자였다면, 그녀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비슷했던 기억이, 잊고 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점은 나는 용기가 부족하여 과거를 후회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대범하게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녀 또한 처음부터, 항상 그랬던 것을 아닐 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대담해졌다. 서로를 향한 대담함은 아니었다. 대담한 그녀의 경험은 자극적이었기에 외설이라 할 수 있지만, 나에겐 아름다웠기에 오히려 예술에 가까웠다. 춘곤증을 느끼는 오후에 그녀의 이야기는 졸음을 깨우는 자극제였다. 깬 건은 정신만이 아니었다. 새로워서 그런지, 은밀해서 그런지, 하체가 든든해짐을 느꼈다. 그녀와의 대화에 몸은 자연스럽게 반응하였다. 종종 이야기 속의 상대방에 나를 빗대어 상상해보곤 했다. 그럼에도 거리를 유지해주는 것이 좋았다. 어떤 관계에서는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가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서로가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다. 각자 방문하는 장소에 따라 있는 곳을 대략 가늠할 정도였다. 하루 이틀에 한 번 꼴로 카톡을 이어간 지 며칠이 지났다. 술김에 궁금했을까. 아니면 숨겨오던 감정이 술김에 드러난 걸까. 그녀의 목소리가 궁금했다. 전화 번호 주세요. 전화하고 싶어요. 술 마셨어요?? 네. 운동하고 술 마셨어요. 싫으면 안 줘도 되고요! 상관 없어요. 010. 그녀는 번호를 알려주었다. 발신 제한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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