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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 H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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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조회수 : 4563 좋아요 : 0 클리핑 : 0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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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HER: 여보세요?
ME: 네 저예요.
H: 안녕하세요?
M: 네ㅎㅎ
H: 목소리가 좋네요?
 
목소리 칭찬은 종종 듣는 편이고 나름의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통화라 대비가 늦었다. 좀 더 깔 걸 그랬나. 가시지 않은 술자리의 흥이 상기된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반가움이 차분함을 밀어냈다. 카톡으로 이야기하듯 우리는 시시콜콜한 대화를 편하게 이어갔다. 단지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뛸 뿐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귀여웠다. 그녀가 알려준 나이보다도 어리게 느껴졌다. 서로의 나이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그녀의 띠를 듣고는 나보다 한참 어리거나 조금 많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목소리를 들은 후 그녀의 나이를 알 수 있었다.
 
애교 섞인 목소리에 가끔 그녀의 혀가 꼬였다. 술을 많이 마셨나 보다. 숨을 쉴 때마다 코에서 알코올 냄새가 난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많이 취했나 싶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린 야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M: 전에 말했던 고민, 오늘도 했어요.
H: 다른 여자와 섹스 하는거?
M: 응응.
H: 난 그 생각 매일 하는데요. 남자친구랑 이야기도 해요. 나 다른 남자랑 섹스하고 싶다. 그리고 너도 하고 싶으면 해도 되는데 말하고 하거나 영원히 들키지 말거나. 혹여라도 걸리면 나는 아무 말 안하고 떠날거라고.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할거라고. 다른 남자랑 섹스하고 싶은데 너 생각은 어떠냐구. 남자친구는 제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저하고 싶은대로 하라 그러더라구요…그래서 못하는중ㅎㅎ
M: 저도 여자친구랑 이런 고민 나누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근데...저 진짜 궁금한게 있어요. 답해줘도 되고 패쓰해도 돼요. 현 남친분과 만난 이후로 정말 다른 섹스 안했따? Yes or no?
H: 노. (안 했다)
M: 아ㅎㅎ. 근데...우리 둘이 만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질문을 설계한 것도 아니고 빅픽처를 그린 것도 아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참아내려 하지만 들려오는 가쁜 숨의 목소리. 어색함은 없었지만 숨에 찬 대화가 이어졌다.
 
H: 저도 생각해봤는데 아마 50% 확률로 섹스하지 않을까 싶어요
M: 50 이나요?? 난 10이라 생각하는데…
H: 그래서 못 만나는 거예요. 50대 50이라서.
M: 만나도 되는데. 10이라서.
H: 만나기 전에는 그렇게 말해도 정작 만나서는 그러지 못한 사람들 많이 봤어요.
M: 저야말로. 전 마음먹으면 그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 왠만하면 정말 안해요.
H: 암튼 10이라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우린 못 만나요.
M: ㅎㅎ그럼 저 밥사준다는거 언제 사주게요??
H: 0 이 되면. 더 친해지면 사줄게요.
M: 그러시던지유
 
벌써 2시간을 조금 넘게 통화 했다. 서서히 잠드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에 우리는 첫 통화를 마무리했다.
 
6.
 
술에 취하면 그녀와 통화하고 싶었다. 아니 통화하려면 술에 취해야 했을수도. 그녀 또한 취하면 나에게 보이스톡을 하곤 했다. 그녀는 저녁으로 무엇을 만들어 먹었는지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가끔 동생 욕을 하기도 했고, 자신의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누군가가 쓰다듬어 주면 좋겠다는 소리도, 쉬 마렵다는 소리도, 지금 자위를 하러 가겠다는 소리도, 섹스하고 싶다는 소리도 쉽게 하였다. 쉬운 사람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랴. 쉬운 사람이 아닌데도 자신의 욕구를 저렇게 편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가끔 그녀가 진득하게 취한 때는 나를 도발하기도 했다.
 
H: 이따가 집 가서 제가 다시 전화 할껀데요. 난 전화 켜놓고 자위 할꺼니까…받던지 말던지 하세요. 암튼 난 자위 할꺼니까…
M: 네? 어…네 이따 전화해요.
H: 음…아니에요
 
그렇게 도발적인 사람이 어쩔때는 순진한 아기 같기도 했다.
 
H: 뭐 먹고 싶은데요?
M: 아무거나.
H: 진짜요??????????
M: 네…왜요??
H: 아….잘못 들었다.
M: 뭐.뭐라고 들었어요?
H: 너 먹고 싶다고….
M: 아….ㅎㅎㅎㅎ듣고 싶은대로 듣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심경에 작은 변화가 생긴 듯 싶었다. 그녀는 전화하다가도 갑자기 끊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전화하기로 해놓고 갑자기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가 원하는 형태로 관계를 이어갔지만, 마음 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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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9-02-19 15: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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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9-02-13 17:11:22
와우... 그래서 그 전화 받으셨나요! 어떻게 되셨나요?! 4편 주세요...
익명 / ㅎㅎ그건 상상에 맡길게요. 감사합니다!
익명 2019-02-13 00:53:05
잘봤츱니다~♥
익명 / 감사합니다!
익명 2019-02-13 00:41:50
전작에 비해 횡설수설한게 몰입도가 조금은 떨어지네요. 감정이 생겨서인지, 혹은 급조하느라인지, 전자로 보입니다. 위태위태한 관계군요.
아무쪼록 즐겁게 구독하고 있답니다.
익명 / 그러셨군요ㅠ 본래 써놓고 하루정도 수정을 하는데 이번 건 바로 올리다 보니 좀 부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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