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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사랑은 한 울타리 안에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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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남자친구는 만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14살의 나를 강간했고, 두 번째 남자친구 역시 일주일을 사귀다 헤어졌다. 두 번째 남자친구로 인해 착하고 상냥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귀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나는 섹스할 수 있었다. 섹스를 에둘러 표현할 때 흔히들 ‘사랑을 나눈다’고 하던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었다. 사랑과 섹스가 대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건지. 섹스를 하고 나서도 사랑에 빠진 기억이 거의 없다.
자랑도 맞고 다른 의미로는 또 흠이기도 하지만 쿨했다.
사랑이 뭔지, 그 잡히지도 보이지도 않는 허상을 나는 좇다가 금세 포기했다. 내 것이 아닌 듯하면 원체 포기가 빨라서. 나와 사랑은 물과 기름의 관계라고 생각했다.

두 번의 짧디짧은 연애. 그리고 주변에서 보이는 속은 곪은 빛깔만 화려한 사랑들. 아파서 곧 죽어도 그게 사랑이라던 사람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무튼 나는 섹스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었고, 사랑이라는 (얼마나 달콤한지는 모르겠다만)결실을 맺기 위한 일련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고 싶지는 않았다. 불필요한 감정, 시간, 돈의 소모. 그러니까 낭비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연애도 수 많은 인간관계 중 한 가지의 모습인데, 서로를 독점하여 필요 없는 질투나 분노를 유발하고 누구는 밀고 누구는 당겨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유치하다 생각했다.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나는 이미 더없이 많은 인간관계로 기뻐하고 슬퍼하며, 또 허탈해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나는 비연애주의를 선언했다.


세 번째 남자친구. 착하고 상냥했다. 그래서 더 경계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 근데 이해심도 넓었고 사람을 존중할 줄 알았다. 또 아주 가끔 허당스럽긴 해도 지식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었다. 노래는 진짜 못했는데, 섹스는 잘했다. 지금껏 내가 빗장을 걸어두었던 것들을 모두 해제시키곤 했으니까. 적으며 생각해보건대, 섹스를 잘해서가 아니라 나를 잘 다룰 줄 아는 사람이어서였지 싶다.

섹스토이도, 애널섹스도, 겨드랑이를 내어준 것도, 머리채를 잡힌 것도, 목이 졸린 것도, 질내사정도, 그를 위한 코스튬도, 구태여 기억도 나지 않는 별별별별 이벤트들도.

사랑이 가능케 했다는 우스꽝스러운 말은 하지 않으련다. 불가능이라고 생각했던 무수히 많은 일들을 가능하게 했다고 하는 쪽이 더 오글거리려나.

남자친구 이전의 섹스 역시 나는 즐거웠다. 단지 우물 안 개구리였을 뿐. 나의 맥시멈은 딱 거기까지라고밖에 생각을 안 했다. 한계치를 자꾸자꾸 늘려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또 지루함을 느꼈다. 내 한계를 시험하고 싶었는데, 이미 그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한참 초과한 듯 싶더라.


친구들이 들으면 욕을 아주 신랄하게 하던데.
남자친구 이전의 사람들 얘기를 하는 건 사회적 금기라나 뭐라나. 나더러 예의가 없는 미친년이란다.
나 무례한 것도 맞고 미친년 소리도 하도 들어서 감흥이 1도 없거든 병신들. 너네나 그 애지중지하는 님들한테 잘하세요-
아, 물론 이거 애정표현이다.

“예전에 만났던 섹파가 그거 비슷한 거 해줬었는데.”
“나는 연애한 건 한 손에 꼽는데, 섹스파트너는 손으로 못 꼽아.”
“다른 남자랑 섹스하고 싶어요.”

혹여 내가 우물쭈물, 눈치를 보며 얘길 꺼냈더라면 아마 남자친구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지었거나 도리어 화를 냈을지도 모르지. 가볍게 털어둔 얘기들이라 그 역시도 가볍게 받아들여주었다. 가벼움 역시도 알량한 내 이기심이겠지만.


모종의 사건들이 여럿 있었다. 싸웠느냐 묻고 싶은 거 안다. 남자친구가 져준 거냐는 물음도. 누구든 그렇게 물어보던데.
신기하게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언성 높여 서로 옳고그름을 겨뤄본 적은 없다. 나 성격 정말 좆 같은데, 어떻게 내 입에서 욕을 꽁꽁 감추게 된 건지. 나는 아직도 내숭 떠느라 남자친구 앞에서 욕을 안 한다. 우리 엄빠가 들어도 팔짝 뛰고, 고양이가 들어도 팔짝 뛸 만한 얘기.
아무튼- 이런저런 얘기 끝에 다른남자와 섹스하는 것이 합의가 되었다. 단, 조건이 몇 가지 붙었고 그 조건을 이곳에 공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처음으로 놀이공원에 간 날보다 더한 울렁거림이 나를 휘감았다.


누군가가 그랬다.
남자친구로 만족 못하는 거 알면서 행복하다 행복하다 그러는 것 같다고.

한참을 곱씹었다. 나도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단일관계만으로 흡족이 가능하다면 나는 모든 인연을 끊고 한 사람과만 교류했을 것이고, 불행하기 싫어 버둥거리는 건 지금도 매한가지니까. 물론 불행과 행복 사이 무수한 결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또 생각했다. 내가 과연 만족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배부를 수 있을까.


그토록 원하던 다른 남자들과의 섹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추억이며 그 또한 내 자산이 맞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할수록 한 가지가 자꾸 확실해진다.

나는 남자친구를 무척 사랑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걸 보여달라, 잡히지도 않는 걸 쥐어달라 생떼를 부린 게 마치 엊그제 같은데. 어떠한 공식처럼 사랑을 증명해내라 고집피운 내가 눈에 선한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한 명이 맞구나- 자꾸 선명해진다.
남자친구는 오롯한 내 집이요, 그 외 다른 이들은 별장 같은 느낌이다.
별장에서 묵는 하루도 특별한데 나는 내 집이 좋다.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감정들이 나를 하루하루 살게 한다.
누군가는 이미 아는 사실이지만 나는 편안하지 못하면 숨이 막히는 사람이라서.

나의 사랑을 확실하게 해준 다른 이들에게 고맙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맙다. 고맙다는 말이 경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놓아서 풀어지는 관계라면 그 역시 놓는 게 맞아. 당시에는 몹시 아깝고 분하기도 하겠지만 아닌 건 아닌 거잖아. 억지로 연명하는 관계는 얼마나 슬퍼. 나는 너를 믿어. 너는 너를 못 믿는다고 하지만. 설령 내가 믿는 것이 허상이더라도 그래도 지금은 믿을래. 잘 다녀와.’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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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0-03-05 17:17:29
몇일째 몇번을 읽어도 너무 좋은 글..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최고최애 게시물♡
익명 2019-07-15 17:20:48
응원합니다~~~ ㅎㅎㅎ
익명 2019-07-15 17:13:55
색이 확실한 분인것 같습니다 남자친구의 사랑도 글쓴이님의 자유도 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익명 2019-07-12 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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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9-07-04 19:20:44
나에게 편안한 집과 잠시 들르는 별장, 표현이 참 좋네요.
마지막 문단도.. 참 많이 와닿네요
익명 / 좋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익명 2019-07-04 18:39:33
와..
마지막 문단 그대로 퍼갑니다..
익명 / 퍼가요물결하트를 아십니까
익명 / 그게 뭔가요.?
익명 / ㅈㄴㄱㄷ) 싸이월드 세대는 피식하고 갑니다~♡
익명 2019-07-04 14:40:28
남편 보여줘야겠네요 ㅡㅡ;
익명 / 원하는 방향까지는 무리더라도 서로 득이 되는 결과와 과정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익명 2019-07-04 13:48:09
마음으로 늘 응원해요.
익명 / 마음을 넘어선 댓글이네요 따뜻해서 고맙습니다
익명 2019-07-04 13:01:11
남자친구분이 현명하네요. 깊은 감동입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익명 / 고맙습니다. 저도 이 댓글에 깊은 울림을 받아요! 오래오래 행복할게요-
익명 2019-07-04 12:49:22
역시 사람은 자기만의 색이 있다는 걸 점점 더 살아가면서 피부로 느끼네요.
이런 글들을 보자면 난 너무 스스로에게도 주변으로도
생각이 없이 살았구나... 싶습니다.
이런 글들이 너무 좋네요.
익명 / 자신만의 색이 여러 가지일 수도 있겠죠 ㅎㅎ 이미 그러한 생각을 하시는 것만으로도 깊은 분일 텐데요 좋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익명 2019-07-04 12:43:58
언제나 멋지신 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익명 / 멋지지 않은 모습은 잘 숨겨서 그래보이는 걸 거예요 ㅎㅎ 응원 고맙습니다
익명 2019-07-04 12:34:14
제가 아는 분이라면 무척 보수적인 걸로 알고 있었는데 결국은 어쩔 수 없군요..
익명 / 알고 계시는 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헛다리 짚으신 것 같아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표현 굉장히 불쾌합니다.
익명 2019-07-04 12:25:10
저도 그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다른사람이 되고 싶군요. ^^
익명 / 기회가 된다면요,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고맙습니다 :)
익명 / 아잉 아잉....맘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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