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충격' 독서모임, '레홀독서단' 참여기.. 알고 보니.."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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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이 싫다면 아래의 요약만 읽고 가세요. 여러분들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 바로 어제, 부쩍 추워진 토요일에 연남동 <커피 볶는 그랑>에서 만났습니다. 근데 저는 당일 파투를 낸 무개념입니다. 병에 걸렸었거든요. 시작 4시간 전엔가, "저 너무 아파서 못 나가겠어요! 미안해요." 하고는 채팅방을 나갔었어요. 이날 안 갈려고 마음먹고 큰 고민하고 썼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는 개인적 양심에도, 함께 정한 약속을 어겨서 그들에게도 너무 찔렸어요. 마음속에서 한바탕 내적 갈등을 하다가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한 저는 만나기로 한 제시간(2시)이 아닌 2시 30분에 느지막이 도착했습니다. 이미 "독서단의 룰"에는 어긋난 사람이었습니다만 독서단에서 불쌍하고 가련한 환자를 내칠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급하게 인사부터 하고 물흐르듯 참여했습니다. 테이블에는 낯 선 한 분과, 낯익은 분 대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모임에 3번째 연속 참석 중입니다. 제가 이 독서단에 참여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이유였어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책을 더 안 읽게 될 것 같아서요. 대한민국 성인의 일 년 평균 독서량이 0.9권이라나. 2017년 극말에야 0.9권을 넘어보겠다는 목표를 가졌어요. 레홀독서단도 거기에 하나의 수단으로.. (레홀 자체는 어떻게 들어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만,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어 이 독서단을 봤어요. 행운임.) 게다가 레홀 독서단은 우리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성애를 다루잖아요? 아이 좋아. 그리고 두 번째로는 책으로 얻은 것을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혼자만 생각하면 위험해요. 사색을 하기는 쉽지 않지요. 휴대폰으로 SNS도 하고 듀랑고도 하고 클럽에 가서 흔들기도 하고 연애도 해야 하는데, 사색을 할 시간은 스스로 찾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입니다. 그래서 지성인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다! 싶어서입니다. 분명 구멍일 나는, 지성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사색할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야죠. 저는 모임 처음부터 간 성골 회원은 아니에요. 첫 번째 날에는 문전박대(?) 아닌 문전 박대 당했어요. 잘못 찾아오신 거 아니냐고.. 그러고 보니 여기야 말로 늘 오는 사람만 오긴 하지요. 첫 번째 책은 <명화 속 성심리>라는 책이었어요. 섹스와 미술을 콜라보 했습니다. 작가는 예술작품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 칼럼니스트였는데 작가의 재미난 상상도 보고, 명화도 있어서 눈이 즐거웠어요. 시작하는 책이 굉장히 가벼워서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오랜만에 그리스 로마신화도 읽었어요. 남자는 관계 후에 잠이 온다... 도 기억나고, 에곤 실레의 자화상도 기억납니다. 두 번째 책은 <괴물이 된 사람들>이라는 책이에요. 눈먼 자들의 도시가 생각나기도 하고. 꼭 SF 영화 제목 같은 이 책은 다루는 것이 무엇일까요? 입에 올리기도 역겨운 아동 성범죄자였습니다. 미국의 아동 성범죄자 10명을 인터뷰한 파멜라 슐츠라는 사람이 쓴 책이에요. 이 여자인 작가분은 어릴 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독서단에서 나눈 이야기 중에는 모방 범죄가 있을 수 있다,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저도 이때 성범죄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나 또한 아동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모방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안타까웠습니다. 가정폭력을 폭력을 낳는 것처럼 성범죄자들의 어릴 적은 대부분이 참 끔찍한 일을 당했어요. 그들을 제대로 보호해줄 울타리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용인할 수는 없지만요. 주제가 무거운 만큼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입니다. 세 번째 책은 <인생 학교: 섹스>입니다. 인생 학교는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섹스 외에도 여러 시리즈물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섹스를 만나봤는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쓴 책입니다. 레드홀릭스의 입문서가 되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어요.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섹스로 인해 괴로운 것들, 섹스의 골칫거리들이라는 부분이 꽤 길어요.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분, 포르노그래피에 빠져있는 분, 외도를 하고 싶은 분들이 가볍게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외도를 하는 사람을 혼내는 게 아니라 외도하게 만든 분을 혼내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다음 책은 무엇일까요. ------------- 레홀독서단은 합리적입니다만 또 따뜻합니다. 웬만한 의사결정은 익명 투표로 결정하고 주 중에 못 오는 분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주말로 하는 배려까지. 민주적인 모임이지요. 모임을 이끄는 분이 어지간한 내공은 아닌듯합니다. 많이 해본 솜씨에요. (회장님 충성충성) 혹시 참여하고 싶은데 걱정하시는 분들, 어려워하지 마시고 오세요. 저처럼 책을 무지하게 안 읽으며, 철학도 없이 사는 무지하게 사람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음 책은 <시미켄의 베스트 섹스>임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도 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다음번 독서단 모임에 와야할 이유!> 1. 말도 안 되는, 입 벌어지는 쩌는 성비임. 헐... 이러면 다음 모임부터 성비 불균형 각? 2. 한 번의 참여로 평균 독서량 0.9권에서 탈출 가능! 3. 바람직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민주사회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음. 4. 모임 장소가 홍대라 은근히 힙한 느낌을 즐길 수 있음. 5. 소비적인 만남이 아닌 생산적인 만남이라 인생을 알차게 사는 기분(환각)을 느낄 수 있음 6. (제일 중요함) 제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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