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오프모임 공지.후기
눈 이야기 (11월 독서모임 후기)  
36
akrnlTl 조회수 : 3775 좋아요 : 4 클리핑 : 1
아직 가을이면 좋겠는데… 벌써 겨울인 느낌이에요.
좀... 춥다!!

11월 독서모임 또한 지나갔습니다..
저희는 이번 달 포르노그라피 (혹 에로티즘)의 거장이라는 조르쥬 바타이유 (George Bataille)의 눈 이야기를 읽었답니다.
오랜만에 문학작품 한번 읽자는 10월 독서단의 결정이었어요.
 
눈 이야기 소개
『눈 이야기』는 1928년 로드 오슈(Lord Auch)라는 필명으로 발표된 조르주 바타유의 첫 장편소설이다. 엉덩이로 달걀을 깨는 기벽이 있는 소녀 ‘시몬’과 점점 더 성(性)에 탐닉하는 소년‘나’, 그리고 시몬과 나 사이에서 미묘한 삼각관계를 구축하는 소녀 ‘마르셀’, 이렇게 세 명의 십대 소년소녀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룬다. 하지만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눈(目, ŒIL)’이라는 사물이다. 또 눈과 더불어 그것의 형태 및 색깔 혹은 어휘의 유사성을 지닌 ‘달걀’과 ‘불알’이 이야기를 더하며 소설의 영역을 확장한다. 『눈 이야기』는 일견 과잉과 광기로 인해 비극으로 치닫는 성 입문의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지만,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라는 신화를 전복하는 데 일생을 바친 이단적 지성 바타유의 사상적 근간이 엿보이는 한 편의 철학적 우화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가운데 


실버파인님이 무려 1년도 전 독서모임 초창기에 추천하신 책인데 이제야 선정이 되었네요.
여름 언젠가 독서모임에서 실파님께 개인적으로 이 책을 추천받았었어요.
그때 그분이 별 말씀 없이 일단 읽어 보세요 그러시더라구요.

책을 읽기 시작하고 끝까지 한 번에 다 읽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기도 했고, 도대체 이 책은 뭔가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에도 충격이었지만, 덮고 나서도 제가 근래 읽은 것 중에 여운이 가장 긴 책이었습니다.
아직도 남아 있네요.
그래서 후기를 쓰고 이제는 이 책을 좀 잊었으면 하는 바람이… ^^

책을 읽은 후 얼마간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답답했고, 또 얼마간은 책과 작가 뒷담화를 실컷 했네요.
(뒤에 무려 수전 손택이 이 소설에 대해 쓴 부분이 꽤 길게 있는데, 전 독서 모임 끝나고 읽었답니다.
제가 이 책에서 받은 것 들이 정리가 되고 그 글을 읽고 싶어서요.).

실파님께 추천이유를 묻기도 했지요. 대체 왜 추천한 거냐고.
당시 사드와 프로이드, 또 SM에 많은 관심을 가지던 시기이기도 했고, 인간 간에는 언어를 뛰어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때에,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고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실파님께 허락도 받았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님 뒷담화를 하겠노라!
쿨 하게 ‘실파는 또라이인가’ 논의해 달라며 주제까지 주셨어요...ㅋㅋ)

모임 당일, 참석자들의 불참을 염려함과 동시에,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이번은 독서모임에서 자주 뵌 분들이라, 워낙 내공이 있으신 분들이니 내 이 답답함도 그들과의 수다에서 사라지지 않을까…

-각자 느낀점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몇몇 중요한 사물들의 의미.
-프랑스의 가치관, 철학, 문학, 영화, 예술 등의 이야기.
-바타이유는 왜 이런 책을 썼는가. 그의 가치관, 사상, 철학 등등….
-(제일 중요한) 과연 이 책에 등장하는 행위가 실제 가능한가!

매우 풍성한 주제들로 30분 정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긴 수다 시간이었어요.
늘 재미있는 독서모임이지만, 전 의외로 이번이 제일 재미있었네요.

원래 자유로운 수다였어야 할 이번 모임이 물음표와 느낌표를 잔뜩 안고 참석해 다른 분들께 질문 하고 의견을 구하는 바람에 제가 진행 한 모임이 되어 버렸어요. ^^;;
(다른 참석자들께 살짝 죄송... )

그리고 독서 모임이 끝난 지금 저는 결국 이 책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의미로…


포르노그라피의 예술적 혹 문학적 가치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장르잖아요.
이런 책을 1920년대에 발표 했다니..
철학, 경제, 종교, 생물학, 문학, 미술 등 여러 분야의 글을 쓰는 선구자였답니다.
그리고, 여러 책을 통해 이 시대에 금기와 저주의 영역이었던 성 (sexuality)과 에로티즘을 공론화하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하네요.
“에로티즘이란 자기의 존재를 문제 삼는 인간의 의식안의 어떤 것 ” 이라고 작가는 말했답니다. 
본인의 성(last name) Bataille (바타이유)처럼 전쟁 (Bataille- 불어로 전쟁, 전투)같은 삶을 살았을 것 같은 이 사람이 왜 거장인지 꼭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해 드려요.
 
문학이 주는 즐거움이란 내 맘대로 상상하고 해석하는 즐거움이잖아요.
그래서 이번엔 제가 느낀 점들, 또는 저희 독서단에서 나눈 얘기들 깊게 말씀 안 드릴께요.
인상 깊었던 몇 구절 남겨 드립니다.
 
단지 나는 시몬과 마르셀에 대한 환각이 내 뜻과는 무관하게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어떤 격렬한 정신적 동요, 유령이 출현하는 기묘한 정신착란 상태를 진정시키려고 애썼을 뿐이었다. 심지어 내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권총을 손에 쥐는 순간 희망이라든가 절망 같은 단어들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삶은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며, 그것은 바람직 한 것으로 규정된 어떤 사건들이 내게 일어날 때만 가능하리라는 것을 나는 무기력을 통해서 깨달았다.’ (P31)
 
대체로 사람들이 ‘육체의 쾌락’을 즐기는 것은 그 쾌락이 무미건조한 상태에서 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내게는 아무런 의혹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육체의 쾌락’이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늘 무미건조 하기 때문이다. 나는 ‘더러운’것으로 분류되는 것만을 좋아했다. 나는 반대로 일상적인 방탕에 의해서도 흡족해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일상적인 방탕이라는 것이 방탕을 더럽힐 뿐 아니라 고상하며 완벽할 정도로 순수한 무언가를 어떤 식으로든 그냥 그대로 놔두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방탕은 내 육체와 사고뿐만 아니라, 내가 그 사이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즉 오직 배경의 역할만을 하는 광대하고 별이 총총한 우주까지도 더럽힌다. (P73-74)

 

제 소양이 부족하여 이 어마어마한 작가의 깊이를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포르노그라피, 인간과 성(sexuality)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작품이었습니다.

타인의 사생활 말고, 내안의 욕망과 각자의 포르노그라피에 대해 좀 더 집중하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내가 주인공인 포르노그라피는 어떤 내용일까요?



#(늘 그랬지만) 11월 독서단 정말 짱이었어요!
#동공지진 ㅌㄲ님… 실파님 만나러 가실 기세였음/ 반대로 이 책에 눈에 하트 띄고 계셨던 ㄱㅆ님
#요즘 그리운 레홀러가 많아졌어요.

 


akrnlTl    : 포르노그래피에 대해 아시나요? 아닐겁니다. 이책을 안읽었다면...  (9점)
하눌       : 생각보다 만만찮은 포르노그라피 (7점)
Bonobo  : 상상이 불가능한 포르노그래피 (7점)
보들      : 섹스와 수음, 어디까지 해봤니 (10점)
Red글쎄  : 호 또는 불호, 하지만 매혹적인 새로운 세계 (7점)
퇘끼      : 추천은 한다, 읽는 것은 고려해 볼 것. (9점)
akrnlTl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눈썹어디갔니 2018-12-09 10:57:07
감사합니다. 살려고 교보문고 방문
akrnlTl/ 읽으신 후 감상평이 궁금해집니다. 후기 보고 읽으신다니 뿌듯하네요. 제가 감사드려요. :)
퇘끼 2018-11-22 14:32:16
평점 코멘트 분위기가 다?? 비슷하네요ㅋㅋㅋ
이런 면에서 바타유는 참 전달력있는 책을 쓰신 분ㅋㅋ
akrnlTl/ 이 책이 여러 의미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건 사실인듯.. 그러니 바타유 ㅇㅈ? ㅎㅎ 퇘끼님 덕분에 한층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진심 :) (한줄평 짱 ㅋㅋ)
퇘끼/ 평점은 제 동공의 기분을 말한 것입니다 ㅋㅋㅋ
SilverPine 2018-11-20 11:25:18
인간은 원래 다 치덕치덕하고 꾸덕한것. 제아무리 단장을하고 가식의 옷을 입는다 한들.
Red글쎄/ 실파님 왔었으면... ㅠㅠ 우리 할 얘기 진짜 많았을텐데요 ㅠㅠ
akrnlTl/ 실파님- 저랑 비슷한 생각 하셨네요 ㅎㅎ 그러니 더더욱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암튼 좋은 책 추천 감사염. 독모에서 실파앓이 하신분들 많음 이번에 ㅋㅋ
akrnlTl/ 글쎄님- ♡_♡의 이모습이 아직 기억에 있네요.. (여기서 실파 앓이를....ㅋ )
SilverPine/ 모에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krnlTl/ 실파님- 실파앓이가 꼭 좋은의미가 아닐수도...:P
Master-J 2018-11-19 21:23:16
맛깔나는 후기 잘보았습니다.
짬짬이 읽어보고 있는데, 아주 흥미진진 하네요~ ^^
akrnlTl/ 감사합니다!! 맘에 드시길... (제가 쓴 책도 아닌데..ㅎㅎ)
히피로사 2018-11-19 14:23:33
오 끌린다 읽어봐야겟다 ㅎㅎ독서단 평점이 제가 봤던거 중에 젤 높네요~
akrnlTl/ 오 뭔가 성공한 듯한..ㅎㅎ 네. 다들 좋은 점수 주셨어요. 실제 모임도 정말 재미있었구요.
키매 2018-11-19 13:17:31
마귀님 후기는 언제나 정성 가득이군요 ㅎ 잘 읽었습니다
akrnlTl/ 좋게 봐주셔서 감사염 ^^ 짧게 쓰는 재주가 없어서 그런듯요 ㅠㅠ
1


Total : 623 (1/4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공지] 오프모임 공지.후기 게시판 이용 안내 [1] 레드홀릭스 2022-09-26 3429
622 11월 레홀독서단시즌2 후기 - <용서의 나라>를 읽고.. [9] 나그네 2024-11-18 678
621 10월 레홀독서단시즌2 후기 [영화&바베큐] 커피 한잔이 섹스에.. [2] 착하게생긴남자 2024-11-15 1119
620 <11월 독서단 모집> 용서의 나라 - 11/16(토) [1]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4-11-06 755
619 <9월 독서단 모집 - 특별편> 웹야설의 명작을 찾아라 후기.. [4] 착하게생긴남자 2024-10-17 922
618 <10월 독서단 모집> [영화&바베큐]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8]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4-10-07 1324
617 <9월 독서단 모집 - 특별편> 웹야설의 명작을 찾아라 - 9/21(.. [5]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4-09-04 1606
616 8월 레홀독서단시즌2 후기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 [13] 착하게생긴남자 2024-09-02 1250
615 7월 레홀독서단시즌2 후기 -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7] 착하게생긴남자 2024-08-05 1441
614 <8월 독서단 모집>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8/24(토).. [4]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4-07-30 1291
613 6월 레홀독서단시즌2 후기 - 여성 선택: 남성 중심 문명의 종.. [5] 착하게생긴남자 2024-07-02 1224
612 <7월 독서단 모집>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 7/20(토).. [4]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4-06-28 1690
611 서구 사시는분들 모이세요!! [9] 인천서구92 2024-06-25 1113
610 <6월 레홀독서단> 여성선택 -6월22일(토) [2]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4-06-05 1641
609 5월 레홀독서단시즌2 후기 -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 [12] 착하게생긴남자 2024-06-02 1728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