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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아
비가 내린다. 아침인데 한밤처럼 어두워
어제 연차 휴가 내길 잘했어.
너도 오늘 쉰다고 했지?
이제 우산을 챙겨 너에게 가려고 해
공원을 가로지르면 바로 너의 집이니까
가는길에 따듯한 커피 두잔을 사가려고
너는 커피를 받아 식탁위에 올려놓고
나에게 매달리겠지.
화장기 없이 편안한 니 얼굴을 넌
부끄러워 해.
큰 뿔테 안경을 쓰고 있을꺼야.
안경을 벗기고 니 얼굴을 가만히 봐
이 얼굴이 난 좋아.
가끔은 힘들어 울고 상처도 생겼을
그 얼굴. 내가 모르는 세월이 담겨 있는 얼굴
가만히 얼굴을 보다 쑥스러워 하는 니 입술로
다가갈꺼야.
두 눈을 살며시 감는 니가 보여, 난
슬쩍 웃고 입술이 아니라 목으로 내 입술을 옮겨. 니가 좋아하는 장난이잖아.
난 눈을 감고 니 목에 키스를 퍼부어
간지럽다고 웃고있는 그 미소를
상상하니까 기분이 좋아
니가 큭큭 거리는게 느껴지면
이제 난 니 가슴에 볼을 부빌꺼야
니 살 냄새가 난 정말 좋아
가슴골에서 나는 살냄새
아기 같다고 놀리진 마
침대로 가진 않을꺼야
빗소리가 듣고 싶거든.
정확히는 빗소리 속에 있는 너의 모습이
보고 싶은거지
여기 러그가 깔려있는 거실이 더 좋아
난 쿠션으로 베게를 만들고 번쩍안아
너를 눕힐꺼야.
너의 다리가 내 허리를 휘감겠지.
오늘 시끄러운 애무는 하지 않을래
대신 부서질만큼 널 세게 안아줄꺼야
그렇게 안고.. 니 체온을 느끼고 싶어
단발머리 끝으로 보이는 목과 어깨와
등의 가냘픈 선이 떨리고 있는것 같아
이 공간에 들리는 건 빗방울 소리와
우리들의 규칙적인 심장박동, 그리고
숨소리 뿐이야
복잡한 생각은 안할래.
니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오늘 너의 그곳에 닿을 수 있는 건
오직 단단해져있는 이녀석 뿐이야
내 입술을 계속 너의 예쁜 입술을 탐할꺼고
내 손가락은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어야 할테니까.
주연아
조금만 기다려
비오는 금요일 아침
우리 둘만의 휴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