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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라는 죄악, 영화 <더 랍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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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르봉봉 조회수 : 864 좋아요 : 3 클리핑 : 0

1.
올해 보았던 영화 킬링 디어(The Killing of a Sacred Deer)는 독특했기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지오르고스 란디모스>란 그리스 감독이 찍었다는 사실을 안 후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았고 더 랍스터(The Lobster)란 영화가 눈에 띄었다. 이미 보았던 영화였다. 2015년에는 영화 제목만 보고는 아메리칸 셰프(American Chef)같은 영화를 기대했다가 초반 장면부터 특이하고 전체적으로 독특한 설정에 기억이 남는 작품이었다. 다만 당시 나의 얕은 식견으로는 감독의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했었기에 팬심의 마음으로 ‘랍스터 꼬리 요리와 녹인 버터’에 대한 생각은 버리고 조금 더 차분한 마음으로 영화를 다시 보았다.
 
2.
주인공 <데이빗>은 도시 외곽에 위치한 호텔에 도착한다. (주인공의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영화상 주요 인물들의 이름은 잘 나오지 않는다) 데이빗은 12년의 결혼 생활을 하다가 최근 아내에게 버림 받았기에 이 호텔에 왔다. 함께 동행한 <개>는 그의 친 형이다. 그의 형 또한 이전에 이 호텔에 왔었지만 결국엔 개가 되었다.
 
3.
호텔은 ‘재사회화’하는 공간이다. 파트너에게 버림받는 것(파트너와의 사별도 포함)은 이 사회에서 ‘가장 큰 죄악’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커플, 가족, 다산 등은 이 사회의 가장 ‘선한’ 가치이다. ‘죄’를 지은 사람들이 45일간 호텔에서 묵으면서 그 기간 안에 새로운 짝을 만나 도시로 돌아가는 것이 재사회화의 목표이다. 여기서 파트너란 단순히 연인 관계가 아니라 결혼 증명서를 가지게 되는 법적 관계의 파트너를 뜻한다. (쉽게 배우자라 생각하면 된다) 45일간 짝을 찾지 못하면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동물로 변하게 되어 평생 그 동물로 살아가야 한다. (데이빗은 자신이 ‘실패’할 시 랍스터가 되고자 한다) 다만 매일 숲으로 떠나는 사냥 시간에 그곳에서 홀로 지내는 사람들인 홀로족(loner)들을 마취총으로 사냥하면 잡은 사람 한 명(한 구)당 투숙기간의 1일이 연장된다.
 
4.
호텔은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흡연은 금지다. 사냥을 오래 못하고 키스할 때는 입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매력 어필을 못 하거나 못하게 되는 모든 행위는 금지되고 어길 시 강한 체벌이 있다. 체계적인 일정에 따라 생활한다. 새로운 사람들은 자기 소개를 하며 자기가 왜 혼자인지 이유를 말하고 자신의 독특함(defining characteristic)에 대해 말한다. (데이빗의 독특함은 ‘근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 공통되는 독특함은 짝을 맺어주는 충분조건으로써 서로에게 제일 중요한 매력으로 여겨진다. 잔인하게도 자위는 금지된다. 걸릴 경우 끔찍한 체벌이 기다리고 있다.
 
5.
데이빗에게 7일이 남은 시점 그는 ‘그나마 괜찮아 보이는’ 한 여성에게 다가간다. 그 여성의 독특함은 머리숱이 많다는 점이다. 그 여성은 데이빗에게 대머리 유전이 있는지 물어본다. 데이빗은 현재는 그럴 상황도 아니고 만에 하나 미래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다 대답한다. 그녀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고 그녀는 데이빗의 구애를 거절한다. 그녀의 45일은 지나갔다. 결국 그녀는 숱 많은 말이 된다. 후에 데이빗은 거짓으로 독특함을 만들어 내어 다른 사람과 짝이 되는 것에 성공하지만 얼마 못 가 파트너에게 걸리게 된다. 처벌이 두려운 나머지 그는 호텔을 탈출하여 홀로족이 있는 숲으로 향한다.
 
6.
홀로족의 사회에서도 엄격한 규칙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구애 행위(fluttering)를 한다거나 그들과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되고 춤도 혼자 춰야 한다. 그것을 어길 시에는 매우 엄격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에게는 호텔의 무리가 사냥을 나왔을 때 그들로부터 숨고 도망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행위이다. 그곳에서 데이빗은 근시를 가진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들은 서로에게 끌리게 되어 결국엔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들은 서로를 너무 사랑하게 되어 숲을 떠나 도시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며 영화는 끝을 향해 간다.
 
7.
숲이든 호텔이든 서로의 공통되는 독특함은 매우 중요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그러한 독특함은 신체 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조건 모두를 의미한다. 다른 조건을 보지 않더라도 하나의 독특함만 공통이 된다면 그들은 짝이 될 수 있다. 그 독특함은 마음만 먹으면 거짓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지점에서 끌림이란 감정, 사랑의 취약함을 볼 수 있다. 하나만으로도 단순하게 사랑에 빠질 수 있기에 사랑은 위대할 수 있으나 그 하나의 영향으로 사랑은 무너질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비슷함에 끌리면서도 그 비슷함에 서로를 밀어낸다.
 
8.
영화의 설정처럼 홀로의 삶이나 관계가 강요되는 삶 중에 택일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전자는 자유와 독립이 주어지지만 위험한 삶이고 후자는 편의와 안전이 보장되지만 틀에 박힌, 흡사 가면을 쓰고 행복해 보여야 하는 삶일 것이다. 아 물론 관계 맺는 삶,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숱 많은 말>이 된 여성은 공통되는 독특함을 중요하게 여겨, 거짓된 관계를 맺고 인간으로 살아가기보다 자유로운 동물의 삶을 사는 것이 나으리라 믿었을 것이다.  

없는 감정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있는 감정을 숨기는 것이 어렵다. 끌림과 사랑은 자연스럽다. 홀로족에서 많은 사람이 처벌을 받고 있다는 것은 홀로인 그들도 결국엔 관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홀로 살되 홀로가 보장되는 관계 맺는 삶, 즉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닌 둘이 만나 둘이 공존하는 관계가 그들이 꿈꾸는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다만 데이빗이 사랑하는 사람과 도피할 수 있는 곳이 결국 도시라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부르르봉봉
훈남에서 흔남으로. 사피오섹슈얼 지향, 성욕은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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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마리오 2018-12-07 09:35:15
정말 독특한 영화죠 ㅎㅎ 재밌게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부르르봉봉/ 네넵~2018년에도 감독의 신작이 있던데...패트리어트인가 고것도 한번 봐보려구요!
SilverPine 2018-12-07 08:05:39
요르고스 란티모스 특유의 미장센과 분위기 그리고 음악까지 참 멋진 영화죠. 요르고스 란티모스 영화는 시네큐브에서 혼자 보면 좋은데요 ㅎ
오늘밤엔 테크노들으며 춤이나 춰야겠어용
혼자서 땅굴팔때 랍스터 오에스티 틀어
어놓고 와인마시면 마약하는 느낌인데 한번해보세용
오잉
부르르봉봉/ 맞아요~특유의 감정을 배제한 표정이나 대화법이 점점 더 눈에 띄더라구요. 저는 시네마룸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욜로홀로시네요. 전 아직 토끼 잡는 법도 모르는데ㅠ 일단 나무뒤에 숨는 법부터...
bbluecl 2018-12-06 14:58:41
1주일 내에 꼭 보고 오겠습니다. 이런 영화 좋습니다. 음악까지도 너무 좋네요:)
부르르봉봉/ 넵 저는 우울할때마다 영화를 보는데 딱 제 우울 감성을 전환하기 좋았습니다. 댓글님의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되길!
테디 2018-12-06 11:52:20
재밌는 글 자주 올려주시네요 ㅎㅎ 저도 얼마 전에 킬링디어 봐서 반갑기도 하구요 버터구이가 생각나지만 잠시 떨치고 요 영화도 보러 가야겠습니당 재밌어보이게 설명을 잘하시네요 :)
부르르봉봉/ 항상 응원해주시는 테디님 감사합니다^^ 킬링디어 내용이 꽤나 복잡하여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ㅠ 다만 불편한 복잡함이 아니라 해석의 여지를 시청자에게 맡긴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복잡함이었습니다.
Sasha 2018-12-06 11:22:50
개인적으로는 로맨스의 탈을 쓴 사회비판영화라는 생각이 들았네요 ㅎㅎ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기이하지만 독특한 설정을 갖춘 부조리극으로 현실속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궤론을 조롱하고 비판하는 재주가 있지요. 한때 헐리웃 섹시가이 콜린파렐 횽아의 찌질이 연기가 너무 탁월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부르르봉봉/ 맞습니다^^ 감독의 성향이 사회 제도의 해체?를 지향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저는 왠만하면 영화를 보기전에 감독이나 배우 정보를 보지 않고 보려고 하는데 이 영화를 처음 볼때 주인공이 콜린파렐이라곤 생각지도 못했었네요ㅎㅎ
요금후납75 2018-12-06 11:11:01
주연배우들이 엄청나네요.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이네요. 배경과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예전에 Ethan Hawke와 Uma Thurman이 나온 Gattaca 느낌과 비슷할 것 같아요.  한번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테디/ 엇 가타카 ㅎㅎㅎ 댓글을 보고 나니 가타카스럽기도.. 저는 글 읽으면서 판타스틱 플래닛의 느낌을 받았어요!
야쿠야쿠/ 가타카 느낌?! ㅠㅠㅠㅠ 가타카 보고서 한동안 못헤어나왔엇는뎁 ㅜㅜㅜㅜㅜㅜ
부르르봉봉/ 오 파격적인 면에서 감히 가타카에 빗댈 수는 없겠으나 <계급 사회의 모습과 개인의 의지>를 이야기한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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