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클럽 방문 후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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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저는 평생 대전에서 살다가 상경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31살 남자입니다. 우연히 레드홀릭스를 알게 되었고 '이런 신세계가 있구나!' 감탄사를 연발하며 모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중 유독 제가 혹했던 것은 한 레홀러가 쓴 '관전클럽 후기'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독일, 미국 등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문화가 있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한국에도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후기 글만 읽는 데도 제 머릿속엔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이 펼쳐졌습니다. 여긴 꼭 가야 해! 그런데 문제는 커플로 가야 한다는 것이었죠. 솔로도 갈 수는 있지만, 왠지 이곳은 커플이 가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솔로는 아니지만, 여자친구한테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습니다. 3년째 연애 중인 5살 연하의 여자친구는 제가 첫 남자입니다. 이제 막 부끄러움에서 벗어나 이것저것 시도도 하고, 커피숍에서 사람들 몰래 제 소중이를 가지고 놀며, 야밤에 오빠를 덮치고 싶다며 야한 메시지를 보내는 이제 막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아이죠. 전 커피숍에서 데이트하면서 우연히 발견한 것처럼 관전클럽 사이트를 보여줬습니다. "대박! 한국에 이런 곳도 있네?" "뭔데? 헐, 이런 데 가는 사람들은 뭐지? 정상은 아닌 것 같아." 아, 그렇게 님은 가버렸습니다. 나의 님은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렇게 낙심하던 제 귀에 여친의 다음 말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정말 대박이긴 하다. 오빠 여기 한번 가볼까?" "오빠 여기 한번 가볼까?" 이건 여친의 낚시입니다. 여기서 바로 "응!" 이렇게 덥석 물어버리면 저는 완전 호색한, 변태로 내내 놀림받을 것이 뻔합니다. 낚시에 성공하기 위해 우선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일명 '역 낚시법'이죠. "무슨 말이야? 난 울 예쁘니 몸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생각 없다. 나만 볼 거야." "가보고 싶어서 나 떠본 거 아니야?" "아 놔, 무슨 소리! 울 예쁘니 몸을 어떻게 공개해! 울 예쁘니는 내꼬얏!" "그래? 난 궁금해서 한번 가보고 싶은데..." 네, 낚였습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해주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모르는 것인지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여친은 벌써 저랑 제 스케줄을 점검하며 관전클럽을 방문할 날을 고르고 있습니다. 날을 잡았습니다. 전 일주일 후 토요일로 예약했습니다. 저는 안양에 살고, 여친은 대전에 살기 때문에 저희는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만 함께 있습니다. 전형적인 주말 커플이죠. 아... 일주일이 그리 긴 줄 처음 알았습니다. 시간이 안 가. 말년 병장일 때보다 안가! 약속 당일 여친은 맨정신으로는 못 가겠다며 술 한잔하자고 합니다. 전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집 근처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시각이 오후 4시.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삼겹살에 소주 세 병을 곁들인 뒤 드디어 관전클럽을 향해 갔습니다. 근처에 도착하니 저녁 9시 반쯤 되었습니다. 여친은 살짝 떨리기도 하고 망설이기도 하나 봅니다. 또 뜸을 들입니다. 근처 커피숍으로 갔습니다. 저는 착한 오빠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합니다. "울 예쁘니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돼. 울 예쁘니가 가보고 싶어서 가는 건데 예쁘니가 싫으면 가지 말자." "오빠가 가보고 싶은 거 아니야?" "아니, 전혀. 난 울 예쁘니 손만 잡아도 이미 흥분 모드인데 굳이 갈 필요 있나?" "가보고 싶긴 한데... 겁나." "그럼 강남역으로 넘어가서 술이나 한잔 더 하자." "근데 가보고 싶기도 하고." "울 예쁘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난 그냥 울 예쁘니랑 있으면 돼요." "그럼 우리 하지는 말고 보고만 오는 거다." "무슨 소리야? 가서 하려고 했어? 이 음란마귀! 가서 보고만 올 거야. 나 울 예쁘니 몸 딴 사람한테 안 보여줄 거라고!" "예약 시간 늦었다. 빨리 가자." 픽업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전화했죠. 아뿔싸,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는데 난감했죠. 저랑 여친은 어쩌지? 그냥 갈까? 기다릴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담배 한 대 피울 때까지만 기다리고 그래도 연락 없으면 가자고 했습니다.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기 시작했고 여친은 주위를 둘러보던 중 뭔가 발견했는지 저한테 귓속말로 저기 아버님, 어머님도 관전클럽 가시는 거 아니야? 이렇게 속삭입니다. 고개를 돌려 봤습니다. 거기엔 정말 중년 부부께서 손을 꼭 잡으신 채 기다리시고 계셨습니다. 속으로 설마 아니겠지. 생각하는 찰나 전화가 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저희를 데리러 왔죠. 그런데 그 중년 부부 역시 저희와 같이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가게로 올라가는 좁은 엘리베이터 안 드디어 관전클럽에 들어가기 직전! 호기심, 설렘이 뒤섞인 감정을 누르면서 관전클럽에 첫 발을 들였습니다. 글쓴이ㅣ최적정잡채 원문보기▶ http://goo.gl/rKZCuj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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