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작은 경험담#2] 단단한 껍질 속의 흔들림  
0
익명 조회수 : 445 좋아요 : 0 클리핑 : 0
A는 제가 직장에서 만났던 여성분이셨습니다.

그분은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무엇보다도 당당하셨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남성성’의 이상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실천하신 덕분에

또래보다 훨씬 빠르게 승진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사무실 안에서도, 회식 자리에서도

그분은 언제나 중심에서 분위기를 주도하셨고,

호탕하게 웃으며 사람들을 이끄시는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유독 술에는 약하신 체질인지

종종 무리하신 듯한 표정이 얼굴을 스치곤 하셨습니다.

저는 때때로 그녀의 흑기사가 되어

잔을 대신 비워드리며 안쓰러움을 감추곤 했습니다.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제가 건강검진을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았고,

그녀는 몇 잔 만에 크게 취하셨습니다.

집 방향이 비슷하여 제가 차로 모셔다 드리게 되었고,

가는 길에 갑작스럽게 구토를 하실 뻔해

급히 길가에 차를 세우고 도와드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가방이 열리며

책 한 권이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미덕의 불운』 — 사드 백작의 책이었습니다.

익숙한 제목에 저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기시감을 느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사드 백작의 이름을 백과사전에서 처음 접하고,

도서관에서 『미덕의 불운』과 『소돔의 120일』을 숨죽이며 읽었던 기억이

불현듯 되살아났습니다.

‘그녀는 에세머이실까? 아니면 단지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시는 걸까?’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저도 그 책 읽었습니다. 주인공의 인생이 참 혹독하지요.”

제 말에 그녀는 잠시 멍하던 표정에서

깜짝 놀라시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어머, 그 책 아세요?”

“네, 고등학생 때 읽었습니다. 사드의 묘사에 묘하게 끌리더군요.”

그 말은 곧

차 안에서의 긴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쾌락으로 가려진 고통, 고통 속에 숨겨진 희열,

지배와 복종 사이를 흐르는 감정의 실타래에 대해

우리는 숨죽이며 열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아직 실제 플레이 경험은 없으셨지만,

책과 상상 속에서 이미 수많은 감정을 여행하신 분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과거의 저처럼요.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Total : 31794 (1/212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1794 이번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마사지남 구해요! [5] new 익명 2025-04-24 582
31793 널 왜 만나냐? [2] new 익명 2025-04-24 570
31792 오늘 서울이나 중랑구쪽에서 만나실 분..! [28] new 익명 2025-04-24 1020
31791 섹스할때 리액션~ [5] new 익명 2025-04-24 579
31790 오르가즘 [13] new 익명 2025-04-24 754
31789 아찔한밤 그리고 사고 [5] new 익명 2025-04-24 653
31788 궁금.. [1] new 익명 2025-04-24 500
31787 대나무 숲이 필요합니다 [8] new 익명 2025-04-24 989
31786 속궁합이 잘맞는경우는 ~ [1] new 익명 2025-04-24 488
31785 그냥 아침 주저리 [5] new 익명 2025-04-24 523
31784 [담백한 북클럽] 담뿍 경기도입니다 new 익명 2025-04-24 311
31783 나는 아직 여자입니다. [6] new 익명 2025-04-24 1240
31782 ㅠㅠㅠㅠㅠㅠ [17] new 익명 2025-04-24 1193
31781 커닐은 디테일에 있다. [6] new 익명 2025-04-23 1089
31780 동거 [6] new 익명 2025-04-23 872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