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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번째 레홀독서단 리뷰 | 수 로이드 로버츠, <여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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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46번째 레홀독서단의 책은 <여자전쟁>*이었습니다.
* 수 로이드 로버츠, 여자 전쟁, 심수미 옮김, 클, 2019 (Sue Lloyd-Roberts, The War on Women, 2016)



센 제목과 조응하는 강렬한 붉은 빛의 표지 디자인도 인상적이었지만 그 내용은 더욱 적나라합니다. 동시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났던 혹은 현재 진행중인, 여성들이 겪는 전쟁을 낱낱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전쟁의 총칼부터 할례를 위한 면도칼과 가위까지 일상을 위협하는 무기가 되어 '삶이 곧 전쟁인 여성'을 그려냈습니다.


이 책의 본문을 읽기 전의 흡인 요소는 단지 제목과 표지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서문은 근래 읽었던 책 가운데 단연 강한 울림과 함께 본문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높입니다. 저자는 안타깝게도 집필 도중 세상을 떠났고 딸인 '세라 모리스'가 서문을 쓰고 원고를 정리하였습니다. 서문은 '좋은 집안'과 '참된 어른'이 무엇인지 느끼게 합니다. 대를 이어 북웨일스의 상류계급으로 살아온 가문의 <역사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위에 매몰되지 않고 사회의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려는 <개혁성>, 성장 과정에서 다각적인 토론과 존경받는 인물과 접촉할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성>을 갖추었습니다.(국가를 잃은 난민과 대화 나누고 달라이 라마를 만난 경험을 가지며 어른이 되는 일은 참 놀랍지 않나요) 저자는 딸아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큰 자산을 남긴 것이 틀림없습니다.


저자는 왜 전쟁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아르헨티나 편을 잠시 살펴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1976년 4월 14일 더티 워 Dirty War라 불리는 쿠데타가 있었습니다. 군부에 저항하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라졌는데요.

"...자신의 어머니가 "악명 높은 '죽음의 비행기'에서 약에 취한 채 허공에 내던져진" 사람들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있다. ... "이곳에 갖힌 사람들은 독재에 맞서 싸운 죄밖에 없어요. 그들은 변화, 평등,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했습니다. 여기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들 대다수는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들의 '죽음의 비행기'에 태워졌다고 생각합니다.""

살해 방법도 잔인하지만 실종자 중 임산부의 자식들은 더욱 잔혹한 삶의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육군 장교나, 최대한 군대가 정치 성향을 검증한 사람들에게 입양돼 자랐다. 어떤 이들은 진짜 부모의 목숨을 빼앗는 일에 직접 관여한 인물들의 손에서 자라기도 했다. 자신들의 유괴범들에게서 배운 신념과 가치는 그들의 생물학적 부모가 가졌던 것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것들이었다. 대개 부와 특권을 누리며 자랐던 그들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됐을 때 일부가 화를 내거나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이해할 만하다. ..."

저자는 당시 군부에 협력하였거나 묵인하였다는 의혹을 받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불분명한 태도도 용기 있게 비판합니다.


산업이 붕괴된 구 소련과 동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성매매를 위한 인신매매가 성행합니다.

"이 소녀는 여기에 와서 자기가 폴란드 강제수용소에 있었다고 했어요. 거기엔 여자들이 300명쯤 있었대요. 수용소는 철조망 울타리로 둘러싸여 큰 개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고 해요. 성노예였던 여자들은 제대로 된 음식도 먹을 수 없었대요. 그중 세 명이 탈출에 성공했는데, 번화가와 이민국의 감시를 피해서 밤길을 몰래 걸어온 거죠. 내가 돕고 있는 소녀가 그중 한 명이에요. 말 그대로 네 발로 기어서 이 사무실에 들어왔습니다."

어릴 적 이상한 봉고차가 지나가며 사람을 훅 낚아채면 남자는 원양어선 새우잡이, 여자는 술집에 팔려나간다는 도시괴담(일부의 사실)이 있었는데 이런 형태는 아니지만 인신매매는 실존합니다.


* 출처: psychologybenefits.org

이렇게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전쟁 같은 여성의 일상이 12장에 걸쳐 소개됩니다.

다음과 같은 의문으로 다른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지금 어딘가에서 여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는가"

세상이 품은 부조리 가운데 여성문제가 전부는 아니죠. 당장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니 강 건너 불 구경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미얀마 쿠데타도 남의 일인데요. 40여 년 전 이맘때 광주의 아픔을 떠올려본다면 세계는 (성별을 불문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여성의 삶'을 다시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책에 찬사를 보냅니다.

취재과정의 기록이기 때문에 현장감과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많아 지루하지 않고 고니대장님의 말씀처럼 번역도 깔끔합니다.

레홀독서단에서는 매달 섹슈얼리티 또는 성평등에 관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다음에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할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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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ool 2021-06-12 08:26:39
좋은글 감사합니다
레드홀릭스 2021-05-24 19: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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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홀릭7 2021-05-20 12:16:03
리뷰읽자마자 책 주문하러갑니다 읽어보고싶네요
유후후/ 반가운 말씀이에요. 책 읽으시면 같이 말씀 나눠요 :)
쭈쭈걸 2021-05-20 09:52:59
고니님 이어 유후후님 리뷰를 읽고 겁이 나면서도 어서 읽고 싶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유후후/ 이번 독서단에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여자전쟁에 여자분이 한 분도 없었어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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