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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레홀독서단 시즌2 <사랑이 없는 성>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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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시간 - 23.3.15 19:00까지지만 15분 정도는 기다려드림~ 
장소 : 마포구 어느 회의실
모임목적 - '사랑이 없는 성' 이라는 책 읽고 토론
참여방법 - 전 운좋게 바로 참여했는데 조심님은 오래걸리신 것 같더라구요... 죄송스러움ㅜ 
참여자 - 나그네, 섹시고니, mindy, 청정구역, 착남, 유후후, 으뜨뜨, 조심, 내꺼, spell, 120%, russel. 
젤리 단장님은 개인사로 섹시고니 님께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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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책에 대한 각자의 한줄평을 옮겨보자면.

나그네 : 때론 섹스에 대해 깊이 탐구할수록 줄어드는 성욕에 아이러니를 느끼며, 사랑할 때는 인간이지만 섹스할 때는 동물이라는 문구  를 다시금 떠올려본다.
spell : 어렵다. 하지만 읽어볼 만하다. 사랑과 섹스에 대해서 또 다른 생각과 기준이 정립되는 느낌.
조심 : 모든 성욕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만 우리 사회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모든 성욕을 보호할 필요는 없다.
russel : 성과 사랑의 고유성 - "'분석"' 철학적 탐구.
mindy : 읽기 어려운 책이지만, 사랑이 있는 섹스와 없는 섹스를 비교해 보고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으뜨뜨 : 없어도 되는 이유를 생각하는 것은 늘 아쉽다.
섹시고니 : 사랑은 2,700가지 섹스 요리의 재료 중 하나.
청정구역 : 사랑과 섹스는 쉽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젤리언니 : 철학의 언어로 섹스를 설명하면 멋져보인다.
내꺼 : 난 사랑도 좋고 관계도 좋고 쾌락도 좋다. 사랑과 섹스 간 논쟁은 끝날 것 같지 않지만 건강할 때 건전히 즐기자.
120% : 사랑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사람과의 섹스가 우월하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 고찰과 논리적 증명.
유후후 : 사랑이 없는 성은 충만할 수 있어도 자신의 철학이 없는 성은 공허하다.
착남 : 누군가에게는 no love no sex. 누군가에게는 no sex no love. 나는 sex is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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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듯이 혼자 글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하다가 언젠가부터 이것이 타당한건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가끔은 보여져야 써지기도 하거니와 간혹 궁금해 하시는 분도 계셔서 익명으로 글을 쓰곤 했어요. 좀 오그라들긴 했는데 결국 이렇게 공개적으로 쓰는 날이 오네요 ㅎ

아무튼, 독서단 책을 종종 따라 읽다가 이번 주제가 흔치 않은 도서이기도 하고 참석하고픈 마음이 불쑥 들어 연차내고 참여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섹스라는 단어를 발화하기가 쉽지 않아 소개 때도 사랑이라고 어설프게 말하기도 했고,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성에 대한 것들을 얘기하는 것이 너무 조심스러워 떨면서 소개를 했었어요. 근데 유후후님의 진중한 오프닝에 저도 모르게 술술 나오는 모습이 좀 놀라기도 했고 오히려 다행이라는 마음에 저도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자리가 끝나고 돌아보니 생각보다 말을 많이 하게 되기도 했고, 시간은 한정적인데 참석 인원도 늘어서 다른 분들의 발언권을 제가 빼앗은게 아닌가 싶어 무례한게 아니었나 죄송한 마음도 들고 하네요...ㅎ 직접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글을 빌어 사과드립니다. 다음엔 좀 조용히 경청하도록 할게요~ 죄송합니다~

일단, 성담론에 관해서 자신만의 태도나 기준을 갖고 싶으신 분들은 독서단 문을 두드리는 것을 추천하고 싶구요. 이번 책과 읽어온 책, 읽어나가는 책들에 있어서 성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고 싶으신 분들도 함께 읽으시거나 참석해서 이야기 나누시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철저한 제 기준이지만 이런 자리가 흔치 않을 것 같아요. 
긴장해서 덜덜 떠는 바람에 발언도 어설프고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이번 자리에서 주로 나누었던 얘기는 변태를 어떤 기준에서 바라봐야 하는가, 인간적인(인품이라고 잘 정리해주신) 섹스의 우월함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사랑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에 대한 큰 주제를 갖고 생각들을 나누었습니다. 어떤 결론을 가져야 하는 자리도 아니었기에 더 유익하지 않았나 싶어요. 

진솔한 개인적 고민을 말씀해주신 mindy 님의 얘기도 좋았고, 러셀 님과 120% 님의 체계적인 조언과 정리, 개인적인 경험담을 털어놓아주신 청정구역 님의 유쾌함, 나그네 님의 풋풋하고 아련한 추억, 내꺼 님의 상실감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spell님의 배려와 편안함, 조심 님의 독서단에 대한 열망, 착남 님의 창남!!!!!!(쉽게 웃고 말았는데 첫만남에도 그 환대에 무한 감사~) 그리고 쾌락의 허용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는게 좋은지 가이드 해주신 유후후님과 섹시고니님의 균형점도 큰 도움이 됐었습니다.

어쨌거나 책이 철학적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서 후기 작성을 누가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신입이기도 하고 완독하기도 했어서 선뜻 쓴다고는 했는데 전달이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긴 글이 외려 독서단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게 할 것 같아서 자제를 당부하신 섹시고니님의 말과는 반대로, 글을 추리다보니 길어질 것 같은데... 
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무겁지만 가볍게 환기시키는 책도 읽어나가는 것 같으니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의 생각을 잘 수렴하긴 했지만 정확한 표현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작성이 조심스럽기도 하고, 시간을 줄이고자 ㅋㅋ
개인적으로 읽으며 필기했던 내용을 아는 분과 공유하던 중에 편향되고 못난 생각이며 잘 쓰지도 못하지만 그나마 일부 정리된 부분을 여기에 올립니다.
이로 인해서 호기심이 생기신다면 좋겠는데 어떠할지 모르겠네요. 두들겨 패주신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고, 다음 달도 좋은 교류 기대하면서 제 생각들 복붙하고 글 마무리 하겠습니다. 미리 긴 글 읽어주시는 노고에 감사드리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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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에서 동물을 대하는 것을 그리 달갑잖게 생각하는 편이다. 집에 반려견을 데려올때 흔히 젖 떼고 난 후 3개월 쯤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인간의 잣대로 어떻게 그 어미를 필요로 하는 그리움을, 작은 생명의 상실감을 알 수 있겠는가. 우리는 얼핏 그 작은 생명의 슬픔을 이해 너머로 느낄 수 있지만 그 생명들이 상실을 못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극복한 것인지 생각하기를 멈춘다. 하지만 나는 그 생명들이 새로이 자리잡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 말고는 자신의 선택권을 이미 강탈당했기에 적응 차원의 빠른 인정으로서 인간에게로 의지하는 것에 기대는 것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슬픔에 언제까지고 머물지 않고 인간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어찌보면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사랑이라는 관계적 특성은 나를 전부 게워내고 타자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자 할때 겨우 획득할 수 있는 새로운 탄생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쾌락의 추구도 그런 것일까?

2. 성쾌락을 위한 섹스가 인간 고유의 것이라고 하는데 책 내용 중 자연의 능력부여에 대한 것을 신으로 환치했을 때 인간의 진화는 예견되어있었고 그 진화로의 여러 생존을 위한 폭력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동물처럼 피임없는 섹스만이 가능했었다면 인간은 다 굶어죽었을지도 모른다. 동물은 단지 진화하지 못했고 피임에 대해서 모르기에 출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일지 모른다. 동물들이 섹스를 위한 섹스를 꿈꾼다는 것은 그들이 인형을 붙잡고 하는 자위 행위나 원숭이의 펠라를 보더라도 충분히 입증가능한 임상적 반증 아닌가? 또 인간이 출산에서 극강의 오르가즘을 느낀다는 사례를 감안하면 동물을 우리가 어떻게 단정할 수 있는가.

3. 정신적 사랑은 호르몬적 생리작용의 끝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게 오래지 않지만 역시나 책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재확인 뿐.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섹스가 혼연일체의 로망에서 기인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연인의 목덜미나 여름의 살결에서도 끌어안기를 느낄 수 있듯이 화학작용의 끝으로 부터 오래 지속된 관계 속 신체의 나이듦에서도 그 시간성을 느낄 수 있다면 그 소중한 사랑에 어찌 욕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부분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듯이 섹스는 삶 전체가 될 수 없다.  

4. 상대의 성적 충만함이 나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하나의 보람으로 느낄수도 있는 것 아닌가. 사랑의 증명이나 어떤 것을 얻기 위함이 아니다. 나는 그저 당신을 사랑함으로써 거기에 존재하기만 해도 되는 것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인간을 욕망 충족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내게 없는 것을 당신이 채워줄 수 없을 때 결국 떠나야만 하는 상실과 비극은 정신적 안온함을 영영 안겨주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없음의 논리를 따르면 더 없어질 수 없으므로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그 말에 더욱 더 깊이 공감된다. 나의 없음이 당신의 없음과 공평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결여에 대한 인정은 우리를 삶 앞에서 더 견뎌지게 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가. 사랑이 꼭 스스로나 상대의 부름에 대한 응답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어떤 사랑은 나를 오롯이 나로써 존재하게 한다.
섹스를 위한 섹스를 표방하는 관점은 쾌락적 자극에만 의존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과 같다고 느낀다. 충만은 곧 상실이다. 그게 어떤 시점에 있다하더라도 그렇다. 나의 내적 충만함에 너와 함께 했을지언정 너의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충만함의 지점을 넘어서야 너의 현상이 인식된다. 섹스를 위한 섹스의 충만함 자체는 그 달성에 있어 상대를 도구적으로 기능하게 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섹스를 위한 섹스는 어쩌면 자위적 행위에 불과할 수 있다는 개인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반면, 저자의 언급에도 나와있듯이 쾌락의 완전한 몰두는 상대의 필요에 대해 망각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이기적임과 다르다는 것이 납득할 수 없다. 상대의 이기심을 인식함으로서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이 즐거움을 선사하지 않게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말도 모르겠다. 어떤 이기심은 이타적이기도 하다. 현대적 섹스파트너는 충분히 각자의 쾌락만을 위해서도 섹스한다. 서로 이기적임을 이미 인지하고 있으며, 그 이기적임에 대한 존중으로 공통된 사회적 예절을 기반으로 행동하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나의 착각인가? 섹스 안에서 내 쾌락의 위치를 우리는 대타자적으로 인식하는가? 당신이 쾌락을 느끼고 있는지 지금이 오르가즘의 상태인지 당신의 표현적 발화가 없으면 나는 그 존재를 알수도 없고 나의 쾌락은 단지 내 안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서로의 쾌락이 어딘가에서 공명한다고 가정한다면 그 장소는 감정의 위상이 서로의 대타자로서 자리잡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사랑을 하나로 정의하지 못하면 쾌락적 섹스의 분명한 정의도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쾌락만을 노려도 우리는 마음의 관성적 움직임에 어떠한 대비도 할 수 없지 않은가.
역전시켜보면 나를 육화된 성적 관계에 있게 해준 상대에게 소중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싶다. 이기적임의 부정성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걸 잊은 쾌락적으로 육화된 섹스는 그렇다고 믿는 것 뿐이지 그 어떤 것도, 본능적 감정마저 상대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육체라도 마음에서 일어나는 어떤 허용이 없다면 상호적 섹스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룹섹스도 쓰리썸도 대타자적으로 인식하면 투영된 욕망이 내재되어 있는 대상은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사랑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자간 섹스를 내적으로 문화화시켜 하나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이런 관점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봐도 느끼고자 하는 것을 따라 삶을 향유하는 그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5. 사랑의 유무가 자위적인지 아닌지를 자꾸 언급하니 생각 안할수가 없다. 황홀과 충족을 놓고 생각해봤을 때 사랑 안에서의 섹스는 욕망의 기표에 따라 움직이다가 어떤 요구 앞에서 멈추게 되는 것 처럼 생각되는데 그때 우리는 양보와 배려의 의미로 그 기표의 운동에 제한을 두게 되는 것 아닐까 한다. (욕망의 기표가 리비도의 지향성이라고 이해하고 있는데 구별로서의 목적은 있지만 그 의미를 다 알 수 없다고 이해하는 점에서 리비도가 왜 그런 지향성을 갖는지 모르겠다.) 또 그 상태에서 행해지는 섹스가 나로 인한 것이든 상대에 의한 것이든 배려의 요구로 멈춘다고 해서 황홀해지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그래서 대상을 향해 열리는 마음의 방향을 생각해보면 사랑의 관계는 그 마음의 지향성이 서로에게 향한다 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섹스만을 위한 관계는 그렇지 않느냐 물으면 얼핏 생각하기에는 나를 상대에게 열어두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나의 쾌락적 달성을 위해 나에게로 열어놓는 것과 같지 않은가? 반복적인 쾌락의 요구를 생각해보면 관계적인 섹스도 자위도 그 형태만 놓고 보자면 같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자위의 고양감이 황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황홀감이라는게 어떤 겸허를 수반한 찬란함이라고 한다면 고양감은 충족될 수 없기 때문에 끝을 모르고 추구하는 것 같다는 점에서 하나의 욕망으로 묶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바로 이 미묘함 때문에 사랑의 유무에 따른 섹스를 구분하기 힘든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영속성을 신격화 시키는 나 같은 사람은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핑계삼아 숭고함을 꺼내들고는 한다. 하지만 결혼 전의 사랑들은 사랑이 아니냐는 물음에는 또 아니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처럼 대상을 바꿔가며 사랑을 추구하는 것도 결코 노력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상기하면 또 존중 말고는 꺼내 들 수 있는게 없다.
섹스를 위한 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방법 또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구별해야하는 것은 그냥 섹스랑 자위의 변별만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사랑은 정의할 수 없다고 하지 않나. 그 행위 안에 사랑이 있는지 없는지도, 우리 사랑의 지시가 어디이며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봤을때, 어쩌면 사랑과 섹스는 동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6. 인간적인 사람과의 섹스가 다른 섹스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언뜻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헌데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는 안도감 속에서 스스로의 쾌감을 추구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자꾸 왜일까. 그렇게 애정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애정인가 애증인가? 인간적이라는 것은 작가의 전술에도 있듯이 이기적임을 어느정도 내려놓는다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나의 쾌락적 추구를 때에 따라서 내려놓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 있는 사람들의 섹스는 내려놓지 않는가? 되려 사랑은 더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은가? 운명의 역설처럼 마음의 집이 있다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는 경우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성적 쾌락의 자유를 위해 선택하는 어떤 양태들은 되려 그것들로 속박시키지 않는가? 섹스는 사랑에 종속되지 않지만 사랑에 섹스는 종속적인 것 처럼 보이는데 그렇다면 선택에 있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정량적으로 교차 비교할 수 있는가?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간적 섹스라는 전제는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인간적인 쾌락적 추구라는게 애초에 가능이나 한가? 사랑을 그렇게나 찾는 것도 더 큰 쾌락을 찾는 것도 사랑 안의 쾌락과 없는 쾌락을 비교하는 것도 그저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을 만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철학자들이 이정도의 물음도 갖지 않고 회피했다고 말하는게 이해할 수 없다. 되려 이런 물음을 갖을수록 인간은 욕망이라는 마음이 기입된 그저 하나의 물체 같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의식을 가지며 고통을 인식하는 유기체?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가.
살아야 하고 먹어야 하고 혼자는 동물 하나 조차도 이기기 힘든 현실 아닌가. 서로의 힘이 필요해 소통을 필요로 하고 언어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생각을 만들고 집단을 만들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은 그저 약하다. 스스로 만들어내는 우월하다는 상상이 무언가를 추구한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쾌락이 무엇이고 왜 추구하는지에 대한 답도,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무엇이 더 바람직하고 좋은지에 대한 질문들은 무의미한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사랑이라고 믿는 관계 속에서도 기술적 탐구로 쾌락적 추구를 할 수도 있고, 이미 마련되어 있는 쾌락의 장 앞에서 탐구하고 추구할 수도 있으며, 나의 사회적 생존을 위해 그저 쾌락을 소비할 수도 있다. 그것들이 동등한 환상이고 내게 주어진 생에 대한 지향성이 그러하다면, 또 어떤 것에서도 감당할 내 삶의 주인 의식이 있다면, 그래서 이런 것들이 인간적임의 전제가 된다고 했을 때 어떤 것이 우월한지 따져야 할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행동과 목적에 나를 비롯한 타인까지도 모욕하고 기만할 의도가 없다고 한다면 역시나 안타까워야 할 것은 측심에 따른 우월감이겠고, 역시나 나는 존중말고 꺼내들 것이 없다.
쾌락을 극강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듯이 그것을 고상하지 않다고 할 수 없을 것이고 사랑 안에서 추구하는 쾌락이 관계를 지켜내는 고통이 없냐 물을 때도 아니라고 할 수 없듯이 그것도 고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들 저마다의 섹스가 어찌 우아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으뜨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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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2023-04-26 2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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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2023-03-29 16:19:24
소중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은 게 맞나싶을 정도로 저의 직관적이고 일차원적인 감상과는 다른, 수려하고 심금을 울리는 글이네요. 쾌락의 공명 부분의 문장들이 넘 따스했어요. 여운이 남는 글 감사해요!!
으뜨뜨/ 어우;; 전혀 아니에요 잘 읽어주셨다니 그저 감사
spell 2023-03-16 17:00:51
모임에서도 조용히 강한 느낌을 주시더니 역시 후기에서도
잘 정리된 깔끔한 후기 너무 좋네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
으뜨뜨/ 어우 전혀요... 시간만 빼앗고 제대로 된 말은 하나도 못한 것 같네요 ㅎ 네 저도 반가웠습니다
유후후 2023-03-16 16:38:47
오우, 후기 잘 보았습니다
책 읽으며 정리하신 글도 참 좋네요 :)
으뜨뜨/ 오우 감사합니다 다음에 좋은 책 또 추천 부탁드립니다 ~
섹시고니 2023-03-16 15:29:18
후기, 수고하셨습니다~
으뜨뜨/ 수고하셨습니다~
착하게생긴남자 2023-03-16 15:21:42
닉네임은 정말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겠습니다.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으뜨뜨/ ㅡㅡb 감사합니다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ㅋㅋㅋㅋㅋ 착남님 이제 창남이신건가요 푸하핳
청정구역 2023-03-16 15:01:33
허허...이렇게 알차게 쓰시면 다음에 쓰실 분들께서는 더더욱 고민을 많이 하시게 될 것 같네요. 그 정도로 내용이 너무 알차고 작성하실 때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제 독서단에서 처음 뵈었지만, 저 역시 많은 이야기 들어서 알차고 유익했습니다. 후기 진심으로 고생많으셨습니다~^^
으뜨뜨/ 그냥 복붙이 절반 이상인걸요 ㅋㅋ
안졸리나젤리언니내꺼/ ㅋㅋㅋ 정말 저라도 다음 후기가 꺼려질듯.. 우리 독서단 후기가 상향평준화 되었어요
나그네 2023-03-16 14:45:22
너무도 훌륭한 글 잘읽었습니다. 마치 예전부터 토론회에 함께 참여하신 분처럼 여유와 통찰이 느껴지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으뜨뜨/ 어우 전혀요.. 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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