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recently-5: how to fall asleep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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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도 해 줄까?”
대답에 앞서 나는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에 머릿속을 더듬거렸다. 마사지를, 그러니까 섹스가 배제된 마사지를 받았던 경험들이었다. 그네들이 전면까지 마사지를 했던가. 좀체 떠오르는 얼굴도 이름도 없었다. 그럼 다시, 전면을 마사지해 주었던 사람들 중 섹스를 하지 않은 이는? 냄새 역시 전무후무. 마침내 대답하기를, “응.” 이미 한 차례의 들썩거림이 지난 후였다. 그 말인 즉슨, 모두 해소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충분히 잘 달구어졌다는 것. 욕구란 모름지기 해소하는 것인가 충족되는 것인가에 대해 1년이 넘도록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 하고 있다. 대강의 답만 품은 채 해소될 리 만무한 욕구를, 뜨겁게 달구어진 몸을 T에게 고스란히 보이기로 마음 먹었다. 다만 조건을 걸고. “대신에 나,” “응?” “눈 가리고 있을래.” T를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시야를 차단함으로써 다른 감각의 증폭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얼굴이 보이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T가 내 눈을 보는 것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 정확히는 눈이 마주치는 것이 조금 두려웠다. “응, 그래.” 손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이미 수건이 준비되어 있었다. 만들어둔 젤이 명치 부위로 주르륵 떨어져 흐르는데, 아주는 아니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온도라서 놀랐다. 당시에는 속으로 ‘이렇게 빨리 식는다고?’ 생각했는데, 글을 적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체온이 올라서였지 않았을까. 나든, T든. 배를 타고 올라온 T의 손은 가슴을 지나 목 뒤, 승모근으로 미끄러졌다. 내 옆구리 쪽, 무릎을 꿇고 있던(것 같은) T가 어느 새 내 위에 올라타 앉아 있었다. 양손으로 승모근을 부드럽게 주무르다가 다시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언제부터 빳빳해져 있었는지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젖꼭지를 슬그머니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크게 탄식했다. 좀 더, 자극은 항상 그랬다. 조금만 더, 더 많이, 더 크게. T가 이런 내 마음을 모를 리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게, 숨기기에는 너무 늦어 버린 커다란 호흡과 거칠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갈비뼈가 T의 귀에 들리고 눈에 보였을 테니까. 마음, 아니 몸을 읽어낸 T는 다시 가슴을 스치고 올라와서는 목을 살짝 쥐었다. 좀만 더. 눈을 가리고 있던 수건이 위태했다. 고집이 좀 세야지, 어떻게 해달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었다. 이미 몸으론 다 말해놓고 말이지. 노파심에 일러둔다며 섹스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했던 말이 너무나도 무색했고 그만큼이나 내 행색은 초라했을 것이다. 머리가 식은 이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 당시에는 온통 ‘박히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아무런 사고도 할 수가 없었다. 위태한 수건이 눈을 가리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눈을 감고 있었던 게 한참 전이었거든. T의 표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손만큼은 여유로웠다. 그리고 종전의 발에 떨어졌던 그 액체가 젤이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허벅지 위에 다시 떨어진 그것은 쿠퍼액이었다. 마음으로는 이미 입에 잔뜩 쑤셔넣고는 T의 얼굴을 올려다 보고 표정을 살폈겠지만, 심행불일치. 한참을 상체에서 맴돌던 T의 손은 이윽고 하반신으로 내려오려는데 다시 ASIS. 도무지 참기가 어려웠는데 내 몸짓이 T에게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듯했다. 기억은 당연히 왜곡되고 편집된다. 따라서 느리게 감는 것도, 빠르게 감는 것도 가능하다. 허벅지와 전경골근을 감싸는 T의 손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다시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로 올라와서 이제는 좀 노골적인 뉘앙스가 되어 있었다. 그럼 나는 한 박자 늦게 다리를 스르르 벌렸다. 내전근을 결대로 훑다가 T는 벌어진 틈 사이로 손날을 스쳤다. 젤과는 묘하게 또 다른 액체가 그 안을 가득히 메우고 있었다. 스칠 때마다 잔뜩 묻은 그대로, 클리토리스를 슬며시 눌렀다가. T가 서비스해 주는 자극에 조금은 머물고 싶어서 골반을 이리저리 움직이려 하면 T의 손은 약올리듯 곧장 달아났다. 달아나서 이제는 애널까지. 어느 틈이었는지 T의 손가락이 몇 개는 들어와 있었다. 보지에도 애널에도 온통 T였다. 근데도 나는 말을 할 수 없는 저주에 걸린 마냥 박아달란 말을 끙끙 참았다. 언제까지 참을 수 있을지 스스로 궁금했다. 그러나 내 인내심은 길지 않았고 그 시험은 얼마 가지 않아 마쳐지는 것이었다. 눈을 덮고 있던 수건이 언제 치워졌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에 선물만큼 효과적인 게 있을까. 마음 자체로도 물론 선물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어디 쉽던가. 받는 걸로는 글을 가장 좋아한다. 손으로 직접 쓴 거면 더 좋고. 구태여 말하지는 않는 편이다. 취향을 발화하는 것은 쉽게 문화가 되고 문화는 종용을 넘어 강요가 되기 십상이니까. 그 부담을 안은 채 쓰여지는 문장들은 대체로 삐걱거린다. 그래서 이제는 글을 써달라는 말을 잘 못 하겠다. 반대로 주는 걸로도 글을 가장 좋아한다. 오래 고른 단어들을 배치하고 그렇게 짜둔 문장을 재배열하고 나서도 한참을 들여다보는데, 하루만에 전달하는 글들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전달하고 나서도 나는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곤 하는데 내 손을 떠난 글들이 마음에 들었던 적 역시도 그 수에 비해 많지 않다. 받고 싶은 것과 주고 싶은 것이 일치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은 선물이 되겠지.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마음이란 게 그만큼이나 통하기가 어렵다. 갖은 핑계로 글을 선물한지도 오래였다. 자, 그럼 이제. 때의 합일. 주고 싶은 때에 받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법이라서 그 과정 역시도 순탄하지 않다. 그래서 내가 대체로 써먹는 명분은 축하할 일을 부득부득 찾는 것. 보통이 생일. 불어오는 찬 기운때문인지 차를 선물하는 일이 잦았다. 부가티? 미안, 그런 건 아니고요. 원래ㅡ문득 궁금해지는 것이, ‘원래’의 기원은 어디부터인가. 우리는 특히 머쓱한 상황에서 ‘원래’ 그랬다며 얼버무리곤 한다. 그렇다면 언제부터가 원래고, 그 이후는 그러면 뭐라고 해야 할까ㅡ부터도 차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최근 몇 년만의 감기를 앓으면서는 내가 마시기 위한 차를 우리는 일도 잦아졌다. 과일이 블렌딩된 녹차, 아니면 바닐라나 크림 향이 가미된 홍차, 아니면 재스민. 가끔 곡물을 우린 고소한 차도. 따뜻한 물을 부을 때부터 공간을 가득히 채우게 되는 온기와 습기와 향기 속에 눈을 감고 있는 게 가끔은 아득하고 또 비슷한 빈도로 그리웠다. 내 선물이 그런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진 않았던 것 같다. 요즘은 또 디스커버리 키트가 워낙 잘 나와야지. 선호와 비선호를 알아가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정석대로라면 적정량의 물을 우린 후에 티백은 빼서 버리라고 하던데 나는 재탕도 삼탕도. 사탕은 너무 달고(조크). 일과를 마치고 트렌타사이즈의 텀블러의 뚜껑을 열면 아직도 벽면에는 송글송글한 열기가 맺혀 있다. 남은 내용물을 싱크대에 쏟아붓고서 티백을 쥐어짤 때에 손틈 새로 삐죽이 흐르는 미적지근에 가까운 따뜻함도 나는 좋아한다. 그러니까, ‘원래’는 차를 마시는 동안만 좋았다면 이제는 그것을 정리하는 시간까지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언제부터 하고 싶었어?” 먼저 꺼내든 질문은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왔다. ‘나 원래 섹스 좋아해.’ 상상 속의 말은 메아리 치지도 못 한 채였다. 그래서 내가 꺼내든 답안은 “매일 하고 싶어. 맨날.” 구차한 건 이 쪽이나 저쪽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T는 포장 기술이 꽤 좋아 보였다. “맨날 박아 줘?” “응, 맨날. 맨날 박아줘.” T는, 내가 종아리를 쓰다듬고 발을 만질 때부터 하고 싶어졌다고 답했다. 몇 번의 섹스 뒤에 T의 품 안에서 고스란하게 잠들었다. 단잠이었다. 단잠을 깨우는 것은 T의 발기한 자지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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