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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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조회수 : 3222 좋아요 : 3 클리핑 : 1
몇일째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잠깐 물러간 날이었다. 맑은 하늘을 울리던 겨울바람 대신 몇 달 전으로 필름을 되감은 것 같은 비냄새 가득한 잿빛 구름이 머리 위를 가득 덮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하늘을 살핀 나는 옷장 속에 집어넣었던 늦가을 코트를 다시 꺼내입었다. 맑지만 입이 안 떨어지게 추운 날씨보다는 오히려 나았다. 흘러내리지 않는 밴드스타킹을 찾았다며 즐거워하던 그녀가 어떻게 웃고 있을 지 머릿속에 그리는 동안 어느새 약속 장소가 가까워졌다.

그리 길지 않은 기다림이었지만 그녀를 만나는 날은 항상 시간 관념이 왜곡되곤 했다. 기다림의 시간은 너무 느리게 흘러가다가 만남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가속된다. 정신을 차려보면 어스름이 깔리는 하루는 길면서도 짧았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날씨치고는 좀 과한 패딩을 입고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환하게 웃었다. 그녀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얼굴 가득 퍼지는 예쁜 웃음이 만개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좋았다. 방금 전까지 카톡으로 나누던 수다를 조잘거리는 그녀의 입술이 시선을 자꾸 가로챘다. 결국 몇 걸음 걷기 전, 그녀를 또 계단으로 이끌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생긴 이래 계단은 사람들의 관심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급한 사람들, 그리고 나와 그녀처럼 좀 다른 부분이 급한 사람들을 위해 계단은 비어 있었다.

패딩 지퍼가 내려갈 수록 그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엉덩이를 간신히 가리는 짧은 원피스와 그 아래 까만 스타킹. 계단 몇 칸만 더 내려간다면 어렵지 않게 그녀의 치마 속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키스가 먼저였는지 옷 위로 가슴을 움켜쥔 게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손아귀 가득 차오른 그녀의 가슴과 달콤하고 끈적한 그녀의 입술 중 뭐가 더 자극적이었는지도.

키스로 급한 불을 껐다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그녀의 눈에 불이 붙어있는 걸 발견한 나는 짧은 원피스 자락 아래로 손을 넣었다. 브라는 입지 않고 팬티는 만나자마자 벗겨버리기. 어느샌가부터 그녀와 나 사이의 데이트 공식이었다. 얇은 팬티 끈이 엉덩이를 힘겹게 지나 다리 아래로 내려오면 그녀가 발을 하나씩 들어올린다. 한줌도 되지 않는 얇은 속옷을 얼른 주머니에 넣으면 그녀가 내 품 속으로 파고들며 부끄러움에 빨개진 얼굴을 가리곤 했다. 지난 번 까지는.

날씨가 생각보다 따뜻해서였을까. 아니면 원피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짧아서였을까. 가려졌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길이의 치맛자락 앞에 쪼그려앉은 나는 그녀에게 다리를 살짝 더 벌려보라고 주문했다. 탄탄한 허벅지를 반 넘게 감싼 타이트한 검은 색 스타킹 위로 촉촉하게 젖은 채 매끈하게 정리된 그녀의 보지가 보였다. 클리 위로 손가락을 얹자 기다렸다는 듯 물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입술보다 달콤하고 끈적한 것이 거기 있었다. 머리 위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계단 구석에서, 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은 채 진한 그녀의 향기를 입 안 가득 머금었다. 혀 끝과 클리가 스쳐지나갈 때 그녀는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작은 신음을 틀어막았다. 점점 더 흥건하게 젖어가는 그녀의 보지에서 입을 뗀 나는 빨갛게 익어버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전혀 생각도 못했다는 듯 당황한 얼굴이 나를 자극했다.

방금 전까지 맛본 그녀보다 조금 더 달콤하고 조금 더 산뜻한 맛이 입에 퍼졌다. 진한 키스와 함께 손가락으로 살며시 그녀의 아래를 더듬는 와중에,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계단을 올라오던 사람이 한데 엉겨있던 그녀와 나를 보고 흠칫 하더니 발을 재게 놀려 계단을 올라갔다. 그녀의 흔적이 남아있는 손가락을 쪽 빨아먹으며 다시 그녀와 팔짱을 꼈다. 아무래도 오늘도 계획했던 카페 데이트 따위는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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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23-12-18 18:00:00
카페데이트 미루고 뭐했는지가 빠졌는데 다음편 부탁드립니다(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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