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의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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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아래로 목부터 이불로 거의 밀봉하다시피 꾹꾹, 팽팽하게 짓누르면서 웃었다.
“웃어?” “응, 재밌잖아.” “이불에 덮여 있으면 내 찌찌 어딨는지 전혀 모르겠지?” “음?” “아니야.”나는 히죽거렸다. “음… 음?” 나는 깔깔거렸고 너는 곧장 이불을 들췄다. 맨투맨 안에 입은 백리스 슬리브리스. 그리고 그 안에 실리콘 재질 니플패드. “내 찌찌 어디 갔게?” 나는 더 크게 깔깔거렸다. 내 배 위에 엎드린 네 몸이 내 웃음소리에 맞추어 둥실거렸다. “아까 요가원에 두고 왔지롱!” 너는 참, 그런 거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그런 거 씨알도 안 먹히니까 도발할 테면 얼마든 해 보라는 표정이었다. ”그래? 그럼 오늘은 찌찌 없이 해야겠네.“ 너는 니플패드 위로 살살, 살그머니. 어, 근데, 잠깐만, 이거 뭐야? 뭘로 한 거야? “손으로.” 너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제 너의 얼굴은, ‘그럼 그렇지. 누가 누굴 놀리려고.’라고 말하고 있었다. ‘싫어하는 사람’을 물은 그 누군가가 말하기를, 본인은 상반된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다. 평상시에는 다정하다가 섹스할 때에는 다소 거칠게 다뤄주는 사람를 좋아한댔던가. 나 역시도 그랬다. 평상시에는 심드렁하거나 무심하다가, 섹스를 무지막지하게 느리고 부드럽게 하는 거지. 물론, 그 누군가가 말한 유형도 싫지 않다. 이것도 저것도 다 좋은 나는 욕심쟁이인 것을 어쩌겠는가. 너는 꼽자면 전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나긋한 음색에 느린 말씨가 평상시에는 편안했다. 섹스를 할 때에, 특히 가장 첫 번째의 삽입 때마다 너는, “아, 씨이발년아.” 했다. 머리채를 잡힌 나는 매번 침대 헤드쪽으로 나동그라졌다. 네가 깊게 들어올 때마다 아랫도리가 묵직했다. 쿵쿵쿵쿵쿵 네가 왕복운동을 할 때마다 고무망치로 다리 사이를 맞는 듯했다. 다시 생각해 보면 후자에 가까웠나. 약속 시각을 앞두고 너는 나에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디냐’는 질문을 한 적이 없었다. 내가 너랑 없는 시간에 무얼 하는지 묻는 일도 없었다. 가끔 보내 오는 사진들로 나는 너를 짐작할 수 있었다. 운동중이구나, 오늘은 밥을 늦게 먹었구나. 그리고 너는 섹스할 때에 세상에서 가장 느리게 움직였다. 보지 입구에 자지를 꼭 맞춰 놓고는 내 반응을 살핀다거나, 피스톤 속도를 아주 멋대로ㅡ느리게도 빠르게도ㅡ정해두고서 내가 발을 동동 구르면 소리내어 웃는다거나,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담배냄새 안 나?” 내 걱정을 너는, “응, 전혀 안 나.” 항상 집어 던졌다. 입술이 달댔다.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손등을 쓰다듬었다. 어느 날에는 그랬다. 모든 것을 마치고 나서 기진맥진한, 다소 부은 얼굴을 하고서 네 팔을 베고 누워 큰 화면 속의 영화를 보는 중이었다, 여느 때와 같이. 네 품을 파고들면 너는 여느 때와 같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를 맞잡곤 했는데, 그 날은 깍지낀 위로 손등을 살그마니 간질였다. 전혀 외설스러운 영화가 아니었다. 어떤 교수가 학생을 몰아세우는 내용이었는데 무슨 장면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전혀 꼴릴 만한 상황이 아니라 나는 참아야만 했고 내가 만든 금기는 내 흥분감을 더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었다. 숨을 얕게 쉬다가 이제는 숨을 참아 버렸다. ‘흡’하고 참았던 숨을 터뜨리자 너는 크게 웃었다. “꼴려?” “아니.” “보지 검사해야겠다.” “싫어, 아니.” 너는 내 손을 쓰다듬다 말고 손목을 홱 낚아채 버렸다. 직후에는 이불을 홱 들추고. “다리 벌려 봐.” “안 할래, 안 젖었어, 안 꼴려, 싫어.” “벌려 봐, 씨발년아.” 암만 생각해도 나는 맞는 걸 좋아한단 말이지. 과장을 보태서 백지장 같은 네 손이 내 몸 곳곳에 아로새겨지는 게 짜릿하다. 허벅지와 엉덩이의 옆면을 몇 대는 맞고 나서야 나는 스르르 문을 열어냈다. “안 꼴려?” 너는 어디에선가 날달걀을 깨뜨린 게 분명했다. 내 다리 사이에서 깨뜨린 건가, 내 깊은 곳의 입구를 슬쩍 훔치더니 투명하고 진득하게 늘어지는 것을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뭐야, 나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닌데, 응?” 또 파블로프의 개처럼 네 손가락이 입술에 닿기 무섭게 나는 그것을 너의 남근인 양, 핥고 빨아들이고 굴리고 밀어내고 질겅질겅. “일어나 봐.” “으응,” “어어?” 텍스트 속에 너의 어조를 담을 수는 없겠으나 나는 너의 ‘어어?’를 좋아한다. 아, 좋아. 그러면서 내 손을 붙잡아 일으킨다. 으쌰. 나는 못마땅한 얼굴을 했나. 속으로는 네가 뭘 지시할지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뭐해야 할 것 같아?” “몰라.” “몰라? 뒤돌아 서서 보지 자랑해야지. 아니면 신체 검사할까?” “아니, 싫어, 안 해. 너가 해. 내가 너 검사할래.” 내 도발이 지나치다 싶으면 넌 곧장 내 머리채를 잡고는 이곳저곳으로 던진다. 그렇게 던져져도 아직 한 번을 아픈 적이 없다는 게 새삼 고마웠다. 아무튼 그 날은 스툴 위에 엎드린 모양새가 됐다. 팔꿈치로 스툴을 짚고서 무릎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벌어진 양 무릎 사이로 네 기다란 정강이가 들어왔다. 그리고 내 행동에 너는 웃었다. “뭐해, 지금? 발정났어?” 네 정강이에다가 다리 사이를 밀착시키고 젖은 파찰음을 내고 있었거든. 자장면 비비는 소리 같은 거. 부비적. 어디선 ‘찌걱찌걱’이라고 하기도 하더라. 네 말에 아랑곳 않고 대답도 않은 채로 나는 하던 일이나 마저 하고. 등 뒤의 네 시선이 어땠을지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신체 후면이 조금 따끈했던 것 같기도 하고. 음, 착각이었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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