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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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의 현실에 안주했고 삶의 불가항력에 복속했다. 만약 이렇다면 이렇게 그렇다면 저렇게 하는 식으로 세월을 보냈다. 나는 삶을 포기했고 삶을 시험 해 보는 것도 포기했고 삶이 닥쳐 오는 대로 받아 들였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사람의 인생도 별거 없다. 매하나 부정확하고 불충분하다. 살다보면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은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어린시절은 자신이 닭장 같은데 갇혀있는 신세라고 생각했고, 그 곳을 벗어나 우리의 인생으로 풀려날 날을 기다렸다. 그런 가운데 책에 굶주려 있었고, 섹스에 굶주려 있었고, 성적표에 연연하는 아나키스트였다. 모든 정치 사회, 제도가 썩어빠진 걸로 느껴졌으나 나는 쾌락주의적 혼돈에 기울어 있을 뿐 다른 대안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 당연히 허세 덩어리였다. 달리 청춘이겠는가? 시간 속에 살고, 그것을 제한하고 규정하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인생을 측량하게 되어 있다. 안 그런가 그러나 시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속도와 진전에 깃든 수수께끼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삶을 어찌 파악한단 말인가. 심지어 자신의 소소하고 사적이고 기록되지 않은 그 단편들을 전부 열거 할 수도 없지 아니한가. 어릴때는 그렇게도 결정적이고 그렇게도 역겹던 몇살 되지도 않는 나이 차가 점차 풍화되어 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젊지 않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로 일괄 통합된다. 그러나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은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해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자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 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아마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결정은 갈피를 못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빡빡해서 결정했던 것이 최상이었던 것이다. 나는 인생의 목적이 흔히 말하듯 인생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님을 얼마의 시간이 걸리듯 상관없이 기어코 납득시키는 끝에, 고달파진 우리가 최후의 상실까지 체념하고 받아들이게 하는데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가 가끔 있다. 벌써 9월이고 마지막 분기이고... 쉼없이 달려옴의 끝은 항상 하무하기에 요즘은 시간을 잘 써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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