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치해 지는 퇴근 길...(연애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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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그날... 그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우리 관계를 위한 시간인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오로지.. 그녀가 준비해가는 시험이 잘 풀리기만을 생각하고... 난 아무 의심치 않은 그 시간을 내 주었다. "누구신데요?" 어젯밤에도 나는 그녀와 통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연락 할 때 까지.. 절대 부담주지 말자고 생각 하고서는 혹시나 아픈건 아닐까? 수면부족이거나 무언가 잘못된 것은 없을까?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해서... 결국 일주일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그녀의 동생이 그녀의 폰을 받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동생에게 반가히 안부를 물은 후 몇분 뒤 그녀를 바꿔주었다. 핸드폰 너머로 덤덤하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아.. 나야! 시험은 잘 본거야? 연락 너무 안하기도 힘들고 너무 궁금해서 전화했어....." "누구신데요?" "나! 나라니까.....! "누구신데요?" "나........................." 나는... 나는... 낮출 수 있는데로 목소리를 낮추고, 가능한 한 천천히 이야기 하려는데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주 짧은 순간, 거진 7년 동안 가슴 속에 켠켠히 쌓아왔던 그 무엇인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통증이 텅 비어버린 가슴 속을 가득 채워왔다. 그녀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던 그 때... 미세하게 그녀의 목소리의 떨림이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아마도 이미 그녀는 결심을 했던 거 같다... 뭐라고 대답할까, 그 일곱 어절을 생각하는 순간이 무한으로 늘어진 것 같았다. ".........." “아… 저… 제가... 전화를 잘못 건 것 같습니다.” "......" 난 그녀와 통화를 하면서 단 한번도 먼저 끊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내려놓아야 할 것 같았다. 아주 짧지만 기나 긴 침묵이 흐르고, 통화하던 손을 내려 겨우 놓았다. 돌아서니, 은행나무 가지 사이로 연주황 가로등 불빛이 폭포수처럼 머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녀와 처음으로 팔짱을 끼었던... 설레임을 주체하지 못해 온 세상이 아름다웠던 그 장소에서... 그 가로등 불빛을 쳐다보던 그 순간을 언제 즈음에나 잊을 수 있을까.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그때서야 느끼고, 되새기고, 묻혀가고 있었다. 헤어짐을 느낄 겨를 없이… 매몰차면서 냉정한 말투와 그렇지 못한 표정을 상상하면서 그야말로 순식간에 ‘종료’라는 단어가 어울리듯… 잠시 추억에 잠긴다.. 나도 그 땐 참 센티멘탈 했구나... 쓸까 말까 잠시 생각했다. ‘연애종료’ 라는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특히나 비가오는 택시안에서 라디오로 들려오는 그 시절 토이의 노래가 무척 센치하게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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