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7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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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7층 누군가 말해주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자신의 감정 밑바닥까지 가봐야 한다고. 내 감정의 밑바닥이 지하 7층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지하 B7층의 주차장은 어둡고 외롭고 삭막하고 고요하다. 그렇다고 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감정이 요동치는 바다에서 멋진 야한영화와 함께 간단한 와인으로 별일 없이 가슴 한 곳이 송곳으로 찌르듯 아프게 심하게 지하를 오고 간다. “그런날 있잖아요? 이유없이 어둡고 우울한 날” 인간은 어떤 상태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태어났다. 당장 없으면 죽을 거 같은 연인, 고르고 골라 아껴 두었던 가방과 신발과 예쁜 옷들, 평생 모은 장서들, 이런 것들은 갑작스런 상태의 변화에 따라 모두 처분하거나 보내버려야 하는 것들이다. 한 때 모든 것일만큼 소중했던 것들을 버리려면 길고 어두운 고통 속을 통과해야 했다. 그것도 믿었던 연인에 대한 오래된 쾌쾌묵은 배신 때문이라면 고통은 치욕이 된다. 하지만 역시 인간은 그 기억을 잠식 해줄만안 생존성 적응력을 가지고 묵묵히 덮어둔다.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다니던 일상을 계단과 걷기로 생활 패턴을 바꾸려고 노력 해 본적이 있다. 이상한 객기로 이제 나는 무조건 계단을 이용하리라 하는 자기 개발적 다짐은 지상 10층에서 좌절하고 지하 7층에서 우울해 진다. 예전에 애써 준비한 발표 자료를 포함해 모든 작업 내용이 담겨있는 노트북을 지하철에 두고 내려 발표장에서 빈 손으로 아무 것도 없는 하얀 칠판 앞에 섰있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감정을 지금과 비교 할 순 없지만 우울하고 좌절할만한 그 상황에서도 이상하게 긴장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 순간은 최악으로 남을 테니까… 그런데 그 짧은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지금 가진 것 중 무엇이 소중할까? 그것은 사실 그렇게 소중한 걸까? 만일 그게 없다면 어떨까. 내가 혹시 지금 가장 소중한 것 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경험할 기회를 잃는 건 아닐까? 가끔 지다가다 그냥 길고양이를 마주치면 주위를 한번 슬쩍 보고는 아무도 없으면 안녕 하고 말걸어본다. 뭐… 도무지 그 고양이가 날 아는지 어쩌는지는 알 길이 없는 사이고 친절하게 밥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날 쳐다보긴 하는데 몹시 경계하고 내가 다가가면 달아나버리기 때문에 그냥 멀뚱히 말만 붙여보고 대답도 못듣고 돌아선다. 대답을 못듣는것을 알면서도 난 굳이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다. 여기에서 고백할게 하나 있는데, 다름아닌 내 방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빔프로젝트를 켜는 것이다. 그냥 일상 처럼... 제대로 보지는 않지만 꼭 있어야 할 것 처럼 불도 안키고 빔을 틀고 아무 영화나 보이는데로 먼저 튼다. 가끔? 야동을 틀떄도 있고 유튜브를 틀때도 있고 오늘은 ‘사랑 할 땐 최악이 된다’를 틀었다. 지금 보이는 장면은 변기에 앉아 있는 썸녀의 쾌변을 위해 남자가 마주앉아 지긋이 말을 걸어준다. 이 영화가 좋은 점은 여기 나오는 여주도 글을 쓴다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발정이 나기도, 우울에 빠지기도, 변비에 알콜에 쪄들기도 하면서 진통제를 맞아야 살아나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기까지 최악을 겪는 것 같다. 결국 언어의 마법이 그 속내들을 하나씩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난 글이 좋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한줄의 마법을 기대하게 만드는 글들… 내일도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할 것 같다. 어느날은 지상으로 어느날은 지하로… 계단을 오르고 내리면서 다시한번 생각하고 깨질까 다칠까 조심 조심 보살피고 가꾸어온 완벽한 글에서 허위와 불안을 느끼고 또 다시 지우고 썼다를 반복 하겠지… 그래도 글은 쓰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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