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사이즈 침대 절반만큼 소중해
10
|
||||||||||||
|
||||||||||||
이 글은 픽션입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애 초창기에는 밀폐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은밀하게 서로의 몸을 음탐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 했던 스킨쉽이 이제는 마치 게임처럼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폐하여 대담하게 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고 열이 오를 수록 조용하게 숨을 내쉬며 밀착한 살을 비빈다. 흥분감으로 이성이 날아갈 때 둘다 상의를 벗어 던지고 애무가 삽입 직전까지 갈 때 인기척이 들리면 아무일 없듯이 옷을 챙기고는 그 자리를 뜨고만다. 이미 안달라서 미칠 것 같아도 그때 부터 시간은 골인지점을 향한 경주마 같이 빠르게 달리는 같지만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한 애태움은 그 시간도 한없이 느리게 갈 뿐이다. 결국 가장 가까운 어느 모텔에 만나 우리는 다시 뜨거운 밤을 보내려 하지만 뜨거운 밤을 보내는 시기가 지나면 아무리 좋아하는 상대라도 섹스 후,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안에는 섹스의 권태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랄까. 사귈 무렵과 같은 농밀한 열정으로 섹스 하는 것이 예전과 같지 않아 졌다. 예전과 같은 성적 자극이 필요해 시도한 은밀한 야노섹스지만 모텔이 들어서는 순간 조마조마 했던 애태움은 흠뻑젖은 음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절정에 다다른 것 처럼 빳빳하게 분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퀸사이즈 침대에 누워 찢어진 스타킹과 벗다만 속옷과 늘어져 있는 셔츠들… 뜨겁게 남아있다가 순식간에 꺼진 채 거친숨을 들이키며 서로 멍하니 천장을 응시하면서 그제서야 잘지냈냐라는 말을 하면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가끔 농담 처럼 파트너를 바꿔보자고 말할 때도 있고, 초대남을 불러보자는 말도 하지만 결국에는 서로의 섹스 취향에는 잘 맞지 않는다. 물론 쉽게 할 용기가 없는 경우가 더욱더 많다. 아마도 유일한… 너무나 편안하게 당신에게 당연한 존재로 여기며 안정적인 여자친구에게 살짝 위기감을 안겨주는 것 뿐. 그 이상 다른 남자에게 안기거나 제 3자가 끼어드는건 왠지 용납이 안된다. 그러면서 “요즘 나랑 섹스가 재미 없지 않아?", "나 정말 사랑해?"라며 여자친구에게 긴장감과 권태기같은 말을 직격으로 밷고 싶지만 생각보다 예민하고 여린 여친은 받아들이기 힘들것이다. 대신에 다른 여자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을 그의 귀에 들어가게 슬쩍(슬쩍이 중요하다. 노골적이지 않은) 흘려본다거나 평소와는 다른 장소에서 먼저 그녀의 몸에 손을 대는 것. 위험했지만 생각보다 자극은 상당했고 여친도 즐기는 듯 했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상황을 조성하기도 정말 피곤한 노릇…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것은 직접 그녀에게 부딪혀서 한번 섹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고 반응을 보는 것… 아직 그 말을 못해서 빙빙 돌아 이렇게 싸구려 모텔에서 덩그러니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오래된 연인 사이 일수록 특히 사내연인 일수록 기본적으로 이런 유형의 이야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좀 망설여 진다. 처음엔 “뭐, 이대로도 좋고 편한데"라며 회피할 까봐… "요즘 얼마나 바쁜지 잘 알면서 매번 그런 생각만 하는거야?"라고 핀잔을 들을까봐… 최악의 경우 나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도 있고. 섹스에 대해서 서로 말 못한 문제에 대해 눈감는 것보다 서로가 '커밍아웃'을 하는 것이 피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은 되는데… 그런데… 여자의 속을 도통 모르겠다. “너는 연쇄삽입마야!” 그 말을 듣는 순가 머리속이 하얗게 되는 느낌이었고 내가 얼마나 서투른가를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순간 그때 부터 엄청난 고행과 같은 고민은 시작 되었다. 열정적인 그때와 달리 오래전 그녀와 첫 섹스가 그리 좋지는 못했던 이유도 있다. “아, 잠시만. 손가락은 들어가는데 왜 안 들어가지?” 처음엔 당황하며 허둥대는 나에게 그녀는 안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그 무렵 나는 ‘애인=섹스’ 공식을 친구들에게 줄곧 들어온 탓에, 약간의 두려움과 묘한 설렘을 품고서 연애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딱히 그녀와의 끈적한 분위기를 상상해본 적도 없었기에, 그날의 상황은 그녀의 계획이었을지 몰라도 내게는 돌발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헐떡거리는 내 모습에 잔뜩 겁을 먹고 나름의 거부 의사를 듣는 순간. 씻지 않은 손가락이 안에 들어오는 게 싫었고, 싫다고 하는데도 어떻게든 하려는 내 모습이 무서웠다고 했다. 첫 섹스에 대한 환상을 갖은 건 아니지만 내가 그렇게 구린놈 인걸 알았을 때 그 허망함은 마치 촌스럽고 이기적인 것을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 스스로 서운해하거나 관계가 전과 달라질까 봐 그녀의 마음을 생각하며 주저할 때, 나는 그녀에게 동의와 합의를 수없이 요구한 다음 섹스를 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권태로운 섹스의 시작이고 섹태기를 느낀 여친을 위해 이제는 도발적인 상황과 순간을 매번 고민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그 뒤 뭐 대단한 결심을 하거나 어떠한 다짐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녀가 원하는 데로 처신했다. 룸 카페에서옷 안으로 손 집어 넣기, 공원 벤치에서도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몸만지기. 그간 소심한 나에게 복수라도 하듯 그녀는 미션을 주었다. 그렇게 시작된 미션은 우리가 그간 해온 섹스 성토대회가 되었다. “저기.. 있잖아?” “응? 왜?” “요즘 나랑 섹스가 재미 없지 않아?", “…. 아니.. 전보다 훨씬 잘하는데..” “그럼 나 아직도 사랑해?” “응…” "나 정말 사랑해? “………………. 퀸사이즈 침대 절반만큼 소중해” 나는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한동안 꼭 끌어안고 머물렀다. 멀뚱히 나를 쳐다보고는 흐믓하게 웃는 그녀도 내 가슴으로 얼굴을 묻는다. 그녀의 방을 아직 가본적은 없지만 그녀는 퀸사이즈 침대가 있다고 했다. 싸구려 모텔이지만 이 모텔에 온 이유는 후기가 좋은 퀸사이즈 침대 때문에 온것이다. 그녀는 퀸사이즈 침대가 아니면 잠을 잘자지 못한다. 그 퀸사이즈 침대 반만큼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머지 반은 그녀이겠지…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