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또 다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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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픽션입니다. 신나게 탐구하던 성욕이 잠깐 멈췄다. 일주일 전 타투를 받았고 그후로 무척 피곤했다. 누워만 있었는데도 피곤함이 몰려왔다. 물고 빨고 만지고 섹스하고 그렇게 선색후사를 누렸던 사이인데 이제는 서로는 서로가 원하는 걸 채워주지 못하겠다는 걸 이해하고 울며 인사를 했다. 잘 울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한 방울 눈물을 떨어트려 준 게 고마웠다. 내 감정은 내 것이라지만, 나만 슬펐다면 바보가 된 기분이었을 테다. 그렇게 마음도 몸도 다쳐 있어 욕망을 좇을 힘이 모자란다. 울고 웃으며 풀어내서 이제 후련하다 싶었는데, 그새 그XX는 인스타에 ‘너무 좋다!’라고 올린 걸 보고 다시금 상처가 쓰라렸다. '너는 참 어이없이 행복하구나…' 못되고 얄미운 마음이 들었고, 허무한 맘이 현실타협을 시작 할 때… 무너져 버린 자존감이 낯익어서 슬펐다. 이 감정을 가지고 가기 전에 무언가를 어떻게든 해야 했다. 팔에 박은 만다라는 예쁘게 잘 됐지만 쓰라린 고통은 허망함과 허무함을 잊을 정도로 큰 아픔이 되었다. 만다라를 새긴 팔을 예전처럼 쓸어보지만 아직도 여운이 남는 것 처럼 아팠다. 거의 아무도 모르는 춤이지만, 나는 컨택즉흥이라는 춤을 사랑한다. 나에게 이 춤이 소중한 이유 중 하나는, 남에게 멋진 동작을 선보이려고 추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충동과 욕구를 따르고 파트너와 교감하는, 오로지 수행을 위함에 있다. 온전히 나를 감각하는 과정으로써 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남들을 신경 쓰던 자의식을 내려놓고 내 중심을 가져올 수 있었다. 말하자면 남들이 날 멋지고 재밌다고 생각할지 고민하기보다 내가 저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지, 어울린다면 어떤 식으로 어울릴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나의 춤을 보고는 나와 어울릴지 판단하는 어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 가장 원하는 건 그 어떤 누구와 알몸이 되어 서로를 알아가는 춤을 추고 갈망하고 욕정하고 싶다. 예전에는 취향이 아니던 얼굴도 춤추는 모습을 보고는 귀여워 보여서 좆됐다고 생각을 했다. 얼빠인 내가 고작 아스트럴한~ 춤을 좀 봤다고 왜 호감을 가지게 되는지… 이 너무 낯선 장르에 낯선 감각이 이 춤의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가 얼마다 가닿을지 아마 이 춤을 추고 나면 알게 되지 않을까... “컨택댄스는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고 너 스스로를 느끼고 표현하기 위한 거잖아.” 취향이 아니던 그가 했던 말은 왜곡 없이 깨끗하게 전달되고 기억된 내 이야기를 만나는 것 같아 놀랐다. 심지어 내가 새긴 이 타투조차도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욕구에 늘 충실하니까, 말하자면 이것 또한 컨택댄스를 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지.”라고 능청스러운 농담까지 했다. 이런이야기가 성실한 듣기와 기억하기에서 나오는구나 싶었다. 아마 내가 가장 받고 싶은 사랑이라서, 전 부터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제는 안 주겠다고 하니 다시한번 헤어짐이 야속하게 밀려오는 것 같았다. 헤어짐의 여분이 아직 남아 있을 때 쯤 그가 무엇보다도 내가 보이고 들리고 있다는 느낌, 나는 그걸 달라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그에게 문을 두드린다. 이런 시도조차 그에게 실망하다 보면 마음이 두 갈래로 갈린다. 기운이 날 땐 나같이 괜찮은 여자 어떻게 만나려고 나를 실망시키는 거지? 생각을 하고, 그렇지 않은 날은 그냥 깊고 깊게···인연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또 한 번 받지 못한 사랑. 줄 수 없었던 사랑. 정말 나에게만 이렇게도 사랑이 어려운 건가? 삶의 고통은 계속 일정한 양으로 보존된다는데, 이만큼 나를 괴롭힐 결핍이 또 찾아온다. 한 없이 밑바닥을 기웃거리며 우울을 견딘다. 친구와 술을 진탕 먹었다. 계속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취향이 아닌 남자에게 톡이오지만 우울이 전염 될까 굳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친구가 기분 좋게 취해 있었던 터라 겁쟁이인 나 대신 적당한 맨트를 나에게 알려주었다. 친구는 허세나 징그러운 섹스어필을 알려주었지만 취향이 아니라는 말에 사람을 솎아내려 욕지거리와 함께 한참을 끙끙거리더니, 결국 내 핸드폰을 대신해서 톡을 남긴다. 그리고 내게 내일모레 시간이 되냐고 통보하고, 취향이 아닌 남자와 이틀 뒤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그는 사진으로 보면 잘생겼다. 키가 작은게 꽤나 아쉽지만 우리는 맛없는 라멘을 먹었고 아주 오래 산책했다. 그 사람은 ‘지도를 보지 말고 탐험해 볼래요?’라고 운을 띄웠다. 비록 같이 걷기 작은 키를 가지고 있어도 나한테는 매우 호감스런 말이었다. 둘 다 많이 웃었고 조금씩 마음을 열러 손을 잡아줄지 말지 간을 보았다. 헤어질 즈음엔 작은 키가 무색하게 그 사람이 무척 맘에 들어가고 있었다. 한밤중 기습 전화로 친구에게 어떤 데이트를 했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구구절절 풀어냈다. 카페에서 대화를 하며 습관적으로 잘게 찢어놓은 영수증 조각들을 켜켜히 쌓고 있었다. 그가 그걸 보더니 똑같이 따라 하면서 ‘아, 재밌네. 왜 너가 이렇게 했는지 알겠어.’라 중얼거렸다. 어쩌면 나는 그에게 정말 보이고 들리고 있다는 느낌. 통화를 끝낸 후 예전과 같은 우울감은 오지 않았다. 가슴이 이상한 박자로 통통 튀었고 명상 호흡을 해봐도 자위를 해봐도 요란한 엇박자로 심장이 통통 튀었다. 아침이 되자 이게 설레는 감각이 아니란 게 느껴졌다. 어떤 낡은 고통이 나를 지나갔다. 힘들지도 아프지도 않은 그렇다고 설레이지도 않은 하루가 지나갔다. 복잡미묘한 감정이 지나 평상시 대로 돌아오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엉망진창의 감정인가 생각하다가, 그를 다시 만났다. 그의 카라를 고쳐주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하는 식으로 성적 관심을 살짝 드러내고 그로 부터 나는 온전한 사랑을 지속하게 되었다. 진짜배기 사랑은 영혼을 조심스레 들어 아주 섬세하게 보듬어 주다가, 그것이 끝날 때 영혼을 바닥에 내팽개쳐 개박살내 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늘 되뇌던… ‘사랑은 모든 게 감사했지’라는 마무리가 납작하게 생략된 미련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져 지나고 나니 그XX가 내 취향이 전혀 아니어서 그런 것이 었다 라고 생각이 든다. 안녕하세요. 썰이 없어 단편이나 쓰는 착남입니다. 새해에 또다른 섹스가 시작 될거라는 내용의 희망찬(?)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미 다른 분들은 섹스하고 있을 텐데.. 난 왜 이런글을 쓰고나 있지?' 라며 현타가 오다보니 이상한 글이나 썼지만... 2023년 실패해도 2024에는 또다시 사랑(섹스) 하실 겁니다!! 새해 여복, 남복, 돈복, 섹복, 다~ 가지세요~~~~!!! 컨택즉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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