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너의 문 바깥쪽에 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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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면 멀리 바람이 실어온 너의 슬픔이 느껴질 때가 있다... 너의 절망과 너의 상실과 너의 분노와 그 모든 것을 안고 이대로 시간이 데려다 주는 곳을 향해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을 너에게 나는 애초에 우리가 완벽한 무였던 것처럼 무능하다... 단단하게 닫아 걸어 채운 너의 문 앞에서 서성이지만, 너에게 이르지 못하게 하는 장벽은 단지 서울과 지방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아님을 알고 있다. 억겁의 시간이 흐른다고 해도 씻기지 않을 슬픔을 견디는 상처난 너의 모습을 확인하려는 제스처가 되는 것이 두려워 그저 시간에게만 너를 맡겨둔다... 그러나 안다. 시간이 고통을 씻어가진 않을 거란 걸. 오래 전 나는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삶에서 선택은 항상 무섭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하나를 완전히 포기해야 하므로, 거기에는 회복될 수 없는 자아의 손상이 뒤따르기도 했다. 나는 나의 결정을 패배로 인식했다. 당시 내게 이런 말을 했지. “너 끝낼거니? 무슨 대단한 영화를 누리겠다고..” 나는 그녀를 오랫동안 용서하지 못했다. 내가 원하는 건 대단한 영화가 아니었다. 우리의 꿈은 똑똑한 청년들의 꿈만큼이나 소박했던 거잖아. 둘 중 하나가 무얼 포기해야 한다면 그것이 세상이므로 순순히 물러난 것이 아니라, 이제껏 버텨왔음을, 그 숱한 실패 뭉치들을 안고 웃으며 내려가는 길 위에서 한없이 눈물흘렸음을 네가 알고 있음을 나도 알고 있었다. 닫힌 너의 문 바깥쪽에 서성이다, 바람을 타고 전해져오는 너의 싸늘한 망실감에 추위를 느낀다. 문틈 새로 빠져 나온 너의 거대한 슬픔이 광자들의 움직임을 타고 아련히 전해질 때 떠난 아이의 흔적을 훑는다, 혹독한 추위 속 너만의 동굴에서 홀로 버티고 있을 너의 그림자가 아른거려 눈시울에 젖는다. 우리는 1세기만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완전한 분자와 원자들로 이 티끌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많은 생들은 계속되고 있음을 생각하자. 내 마음 한 자락이 너에게로 가 닿기를, 그리하여 얼음처럼 차갑게 굳어진 너의 마음을 조금 녹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시간이 흘렀다는게 하루가 지나서야 와닿는 아직도 미련한 동물이었을... 자고 일어나기 무척 센치한 기분을 숨길수가 없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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