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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다들 한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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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공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창밖으로 희미하게 스며드는 가로등 불빛만이 방 안을 부드럽게 덮고 있었다. 둘 사이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오래 쌓인 감정의 먼지가 떠돌았다. 그는 소파 끝자락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말을 꺼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입술은 묘하게 무거웠다. 그녀는 그와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등을 보이지만, 완전히 등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마치 한 발짝이면 품에 안길 수 있고, 한 발짝이면 사라질 수도 있는 그런 거리. 잠시 후, 그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스쳤다. 피부의 따뜻함이 닿는 그 찰나, 그녀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우리.” 그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네가 자꾸 멀어져. 얘기하려고 하면, 어느 순간 없어지고.” 그녀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 “가까워지면…” 그녀는 말을 멈췄다. 살짝 눌러쓴 립밤이 은은하게 반짝였다. “감정도, 몸도… 내가 감당 못 할까 봐.” 그 말은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녀의 말이 이해되면서도, 동시에 더 그녀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허리에 손이 닿을 듯 말 듯 멈추면서도, 더는 멀어질 생각이 없다는 듯 단단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숨소리가 섞였고, 둘의 체온이 얇은 공기를 데우기 시작했다. “근데…” 그는 낮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 감당, 혼자 할 필요 없어. 너 혼자 겁내고 도망가는 거… 나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 그녀는 눈을 피했다. 그러나 그의 손이 그녀의 손끝을 잡는 순간, 눈꺼풀이 살짝 떨리며 흔들렸다. “내가?” 그녀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감정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랑인데 두렵고, 두려운데 놓고 싶지 않은 복잡한 감정이. 그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스스로 오기를 기다리듯, 손만 맞잡고 있었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모를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조용히 그의 가슴 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심장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빠르고, 진심을 숨기지 못한 리듬이었다. “…도망 안 갈게.” 그녀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그는 미소도 짓지 않고, 장난스러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엉키지 않게 살짝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럼, 같이 감당하자. 감정도… 서로 보고 싶어지는 마음도… 그리고 너 말한 그 ‘몸의 반응’도.” 그녀는 얼굴이 달아올라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손가락을 천천히 감아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더 꼭 잡았다. 둘은 말없이 서로 가까이 앉았다. 불빛은 계속 부드럽게 흔들렸고 두 사람의 숨결은 점점 같은 박자를 타기 시작했다. 갈등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 밤만큼은 서로의 마음과 체온을 같은 곳으로 향하게 할 만큼 충분했다. 그녀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했다. “…이건 나만의 문제 아니구나.”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대답했다. “이젠 둘의 문제야. 그리고 둘의 선택이기도 하고.” 그 말에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오래 도망치던 마음이 드디어 멈춘 듯한 안정감. 그리고 잔잔하지만 확실한 열기. 그 밤은 그렇게 서로를 다시 받아들이는 쪽으로 흘러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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