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만난 그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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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약속시간보다 일찍 전시장에 도착했다. 작가들의 작품은 이미 전시장을 삼키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개성을 뿜어내는 사람들로 가득 했다. 이들의 열기에 작품은 침몰하지 않았고, 대신 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말과 글이 부유하는 전시장은 특별했다. 그녀와 난 작품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주고 받았다. 얼굴을 가린 말과 문장은 어떤 오해가 아닌 물음표를 남겼다. 작품에 대한 진심만으로 이뤄낸 소통은 전시장을 하나의 훌륭한 매개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음을 연 대화에 그녀의 관심을 내게 끌어당긴 듯했다. 비슷한 취향, 같은 관심사를 가진 나와 그녀는 SNS를 통해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 미세한 차이였지만 영상 위에 겹쳐지는 자막의 폰트와 색감이 어우러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서로의 생각이 녹아들며 자연스럽게 작품 속의 의미 뿐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더듬었다. 전시공간을 타고 흐르는 BGM은 남녀 간에 사랑을 나누며 쏟아내는 신음소리 만큼 몰입도를 높였다. 작가와 관객, 그 사이를 아우르는 소통의 힘이 느껴졌다.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고정된 결과물로 있어야 했던 작품들이 우리와 눈을 마주했고, 전시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온라인을 벗어난 만남의 어색함은 전시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희석될 수 있었다. 전시장 안은 형체를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목소리와 문장이 오고갔다. 그녀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어떠한 이익도 제약도 없이 스스로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이 남긴 일상의 궤적을 더듬는 SNS의 알맹이 없는 소통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void(공허함)! 그녀가 입을 열었다. 다차원적 개인의 무방향적 교류에서 오는 공허함은 서구적 합리화의 그늘이라고 했다. 나아가 맹목적 개인주의의 변화를 부추기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문장은 요령부득이었다. SNS에서 상대를 찾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개인의 감정, 그 순간들. 듣는 귀를 찾지 못하고 입에서 입으로 배설되는 허무함을 그녀에게서 느낄 수 있었다. 서로의 생각이 교차하는 전시장이라는 훌륭한 인터페이스에서 나는 길을 찾아야만 했고, 전시와 작품을 매개로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연 그녀의 밤이 궁금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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