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터 17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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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하면서 얼굴을 돌려 나를 쳐다보며 말 하려는 듯 고개를 돌리던 그녀의 시선이 부푼 내 앞에서 멈추는 듯 하더니 이내 제자리로 돌아가는걸 봤다. 그녀의 귀가 금새 빨갛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아, 이를 어쩐다. 왜 하필 그때 부풀어 오르냐 이놈의 자식아.’ “아무래도 제가 마트에 다녀와야 할 것 같네요.” 아무렇지 않은 듯 나는 재빨리 내려와 의자를 갖어다 놓는 시늉을 했다. “필요한걸 제가 적어드릴께요.” 그녀도 나와 눈을 마주치치 않으려 다른 곳을 기웃거리는 듯 하더니 내게 말 한다. “네, 제 핸드폰 갖고 올께요. 거기 메모장에 적어주세요.” 안방 침대맡에 있는 전화기를 들고 나왔다. 핸드폰을 그녀에게 전했다. “어, 이건...” 아뿔싸. 핸드폰 어플이 켜져있었다. 어제밤 찾아봤던 그녀의 SNS페이지가 열려있다. 침대 머리맡에 있던 핸드폰을 보고 아무생각없이 덥개를 닫기만 했던 거다. “아, 그게...어제 카톡에 뜨는걸보고 그만...미안합니다.” “아니예요. 그걸 저도 미처 생각못했어요.” “아이와 좋은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시나봐요. 사진을보니 전부 아들과 찍은 사진뿐이던데요.” “네, 아이 아빠가 그렇데 되고서 한참을 힘들어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가 저만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럼 안돼겠다. 내가 먼저 일어서자 생각이 들더라구요.” “네, 저도 그렇더라구요. 얘기 들으셨겠지만, 저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도 정빈이 엄마의 도움을 어쩔 수 없이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네요. 미안합니다.“ “아니예요,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저도 잘 알아요. 정빈에겐 아빠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몰라요. 아빠를 닮아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제가 그렇지 못해서요.” “그래요? 운동 좋아해요? 그럼 저희집으로 보내세요. 저희는 주말마다 집에 거의 없어요. 밖에서 이것저것 몸으로 하는걸 좋아해서요.“ “정말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야 좋죠. 감사하구요.” “힘든거 아닌데요 뭐. 아이들은 자기들이 하는걸 지켜만 봐줘도 자신감이 생겨서 더 잘해요.” “정빈이와 상의 해 볼께요.” “우리 민우는 엄마가 없어서 좀 부드러운 면이 모자라요. 남자같은 성격만 있어서...” “제가 지켜본 민우는 모든면에서 다 좋던데요. 교우관계도 원만한 것 같고, 잘 웃고, 배려심도 많던걸요.” “그래요? 전 솔직히 주말 이외에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다보니까 평소의 모습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직장생활 하시는 아빠들이 다 그렇죠 뭐. 너무 걱정 마세요. 평일엔 저희 정빈이와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그 곁에서 제가 잘 지켜봐줄께요.”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에이, 뭘요. 그저 집에 있는 엄마들의 생활이 그런거죠.” “자, 뭘 사오면 될까요?” “아, 맞다, 내 정신좀 봐. 얼른 적어드릴께요.” 그녀는 나의 핸드폰을 자기의 손에 올려놓고 그 하얗고 가냘픈 손가락으로 무언가 열심히 자판을 클릭하며 메모를 하고 있다. ‘저 손가락끝이 나의 몸에 닿을 수만 있다면’ [[ “여기는 어때? 이렇게 하는건?” “음~~ 좋은데. 어 잠깐 거기 다시 한 번만 더 만져줄래? 너무 느낌좋다.” “좋아? 이렇게?” “어, 그래 거기. 아~~~너무 좋다. 계속 해줘.” “여기가 좋아하는 포인트 인가봐.” “아~~으~~음~~ 너무 좋아. 좀 더 넣어봐줘.” 전 아내와 가끔 서로의 몸을 만지며 좋아하는 곳을 찾는 시간을 갖곤 했다. 턱아래의 목 부분부터 귓불 아래를 지나 뒷목까지 쓸어 올려주는걸 좋아했고, 쇄골을 시작으로 가슴 바깥쪽 라인을 따라 손등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스치듯 만져주는걸 좋아했고, 유두 보다는 유륜을 만져주는걸 좋아했고, 발가락 사이를 만져주는걸 좋아했고, 무릎 뒤를 만져주는걸 좋아했고,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는걸 좋아했고, 손바닥으로 앞을 어루만져 주는다가 젖으면 손가락으로 깊게 건드려 주는걸 좋아했었다.]] “자, 이렇게 만 사오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건내받은 핸드폰이 따뜻했다. 바지 주머니에 넣었을 때 주머니 안쪽으로 밀려와 나의 앞에 닿은 그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 했다. ‘아, 이게 얼마만 이던가. 너무나도 그립던 여자의 체온이 내 앞에 닿았다.’ 내 앞이 또 부풀어 오르려 한다. "그럼 제가 얼른 다녀올께요." "네. 가셔서 모르는거 있으시면 전화주세요." "네, 다녀오겠습니다." 엉거주한 모습으로 현관으로 가고 있었다. [[ “여보, 이리 와봐요.” “왜?” “얼른 이리 와보라니까” “아, 왜에. 얼른 가서 음료수 사오라며.” “이렇게 하고 나가면 누구 좋으라고?” “어? 무슨 말이야?” 아내가 나의 바지 앞을 당겨 선다. 내 앞이 부풀어 올라 텐트같이 불룩 올라있었다. “어, 얘가 왜 이러지?” “혼자 무슨 상상을 한거야?” “아니... 좀 전에 당신이 화장실에 가서 소변보는 소릴 듣고서 이러네.” “왜? 왜 그런건데?” “뭘 꼬치꼬치 물어. 알면 다쳐.” “왜 다쳐? 왜?” “내 막대사탕으로 당신을 지금 범하면 당신 다칠지도 몰라. 조심해” “에게...고작 그 막대사탕으로?” “에게, 고작? 한 번 혼나볼래? 너 방으로 따라와” “따라 오라면 누가 무서울 줄 알고? 이번엔 내가 앞장선다.” “뭐야, 음료수 마시고 싶다며.” “지금 도망치려는거지? 잔말 말고 따라와라. 좋은말로 할 때.” “야, 야, 지금? 왜 이래 이 여자가. 이거 놓고 말해. 내 막대사탕 놓으라고~~” ]] 그렇게 하나하나의 사건들이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혼자다.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나선다. 아이를 두고 집을 나서는게 얼마만인지 모른다. 누군가가 집에서 내 아이와 같이 날 기다려 준다는 이 느낌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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