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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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 년 전에 이혼한 돌싱입니다. 아들이 하나 있어요. 전처가 양육하죠. 전처는 이혼 이유가 된 상대 남자와 재혼했어요. 오늘 연락을 하더라구요. 아이 성이 새아빠 성으로 바뀌었다고. 새 가족에 적응해야 하고, 새아빠가 데리고 온 형과 성이 다르면 학교에서 말이 나오기도 하니까 받아들였어요. 그래도, 마음이 아파요. 어제 일요일에도 아이랑 만나서 오락실 가서 같이 보글보글, 1945, 각종 슈팅게임을 500원 동전 몇 년간 모은 걸 다 써가면서 놀았어요. 집에 와서 피곤해서 조는데 아이가 같이 놀자고 조르길래 뽀뽀해주면 에너지 충전해서 놀겠다고 했어요. 세 번이나 침을 묻히며 입맞추더라구요. 내 아들 성이 전처 외도남 성으로 바뀐다는게 마음이 참 그렇네요. 혼술했어요. 증류소주 한 병에 기네스 오리지날 세 병 마셨네요. 연애에 울고 웃던 시절은 지났어요. 아무리 좋은 여자라도 안 맞으면 그만인데, 자식은 다르네요. 그냥 푸념해요. 섹스도 좋지만, 아들과 몸을 부대끼며 노는게 더 좋은 아빠거든요. 하필, 만나던 여자와도 헤어졌네요. 결혼할 생각이 없는데 결혼 이야길 하길래 놓아줬어요. 그냥 가만히 삼키기보다 어떻게든 말하고 싶었어요. 혹시라도 읽으셨다면 미안해요. 감정을 내지르고 싶었어요. 지금은 이래도 전 어떻게든 살아갈거에요.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여자도 만날거에요. 나름대로 잘 살고 행복해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이 이상해요. 사랑은, 연애든 자식이든 어렵네요. 언제나 최선을 다할 뿐이에요. [ 진화하지 않는 슬픔은 강하다. ] -- 남덕현 . "새는 다리가 있고, 바람은 다리가 없다. 그래서 새는 날다 지치면 어딘가에 내려앉지만, 바람은 그럴 수 없다. 바람은 그래서 밑이 없고, 끝이 없다. 밑도 끝도 없는 것들의 우는 소리는 참으로 서럽다. 새 우는 소리 아무리 서러워도 바람 우는 소리에 미칠 것인가. 새의 조상, 그 조상의 조상은 누가 뭐래도 바람이다. 새가 바람을 타지 않고는 날 수 없는 이유다. 바람의 무리 속에서, 밑도 끝도 없는 서러움을 견디지 못한 종자들만이 다리를 얻는다. 그것은 일종의 진화다. 밑도 끝도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한 것들만 진화한다. 그래서 진화하는 것들은 절대 강하지 않다. 진화하지 않는 슬픔이란 밑도 끝도 없이 견디고 또 견디는 슬픔이다. 끝끝내 견디는 인간의 슬픔은 결코 진화하지 않는다. 그런 슬픔은 강하며, 그런 슬픔만이 세상을 그리고 우리 자신을 전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어설픈 희망과 기쁨보다는 차라리 절절한 슬픔과 절망이 고단한 삶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시대가 잔인한 이유는 밑도 끝도 없이 슬프고 절망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이리라. 늘 밝은 의지와 의욕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을 강요하는 시대의 야만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하는가. 나는 슬플 때 가장 착하고, 슬플 때 가장 명징하며, 슬플 때 가장 전복적이다." . <슬픔을 권함>, 양철북,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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