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커플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궁금증이 있다. 바로 “윤활젤을 써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수용성 윤활젤 중 일부가 정자의 운동성과 생존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그 내용을 찾아봤다.


윤활젤이 정자에 미치는 영향 : 운동성 & 수명 저하

오래된 자료이긴 하나, 1996년 국제학술지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당시 널리 쓰이던 4종의 윤활젤(K-Y Jelly, Astroglide, Replens, Touch)이 정자의 운동성(움직임)과 생존력(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 실험 방식 : 남성의 정자를 추출해 각 윤활젤과 혼합, 1분·15분·30분·60분 간격으로 정자의 운동성과 생존율 측정
• 연구 결과 : 4개 윤활젤 모두 60분 이내에 정자의 활동성이 60~100%까지 감소
• 이 저하 정도는 피임제로 쓰이는 Nonoxynol-9의 효과와 비슷할 정도로 강력했다.
• 대조군으로 사용한 카놀라 오일은 정자의 움직임·생존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윤활젤의 PH 불균형, 염분(소금기), 방부제 등의 성분이 정자의 막에 손상을 입히거나, 운동 에너지를 빠르게 소모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운동성과 수명을 모두 떨어뜨린다는 것.


임신을 위한 윤활젤, 어떤게 괜찮을까?

최근 연구에서는 하이드록시 에틸 셀룰로즈(Hydroxyethyl Cellulose, HEC)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윤활젤이 정자의 움직임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하이드록시.. 에틸.. 셀룰로즈 줄여서 HEC라고 하자. HEC는 윤활젤, 화장품, 의약품 등에서 자주 쓰이는 식물성 천연 유래의 겔화제(점도를 높여주는 성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생식의학회(ASRM) 등에서도 “임신 준비 중이라면, HEC 기반 윤활젤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고한다. 해외에서는 Pre-Seed젤이 유명한데, 국내에는 판매하지 않지만, 아이허브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아이허브 'Pre-seed' 상품보기

2014년 '정자 친화적'으로 알려진 윤활젤과 일반 수용성 젤 & 오일류로 실험한 논문에서 Pre-Seed는 정자의 생존력이 92%, 전진운동성(progressive motility) 86% 로 가장 우수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그런지 레딧(reddit)에서도 Pre-Seed를 추천하는 글이 많고, 아이허브 상품 구매 후기에서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성분을 가진 윤활젤을 레홀스토어 창고에서도 찾아보니 있긴 하지만, 이와 함께 첨가된 성분들이 많아 구매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
 

• 수용성 윤활젤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성분을 꼭 확인하자.
• 하이드록시 에틸 셀룰로즈가 주성분이라면 안심하고 써도 좋지만, 가급적 임신 친화(fertility-friendly)’ 또는 ‘정자 친화(sperm-friendly)’ 표시가 있는 상품을 선택하자.
• 침, 오일, 향/방부제 들어간 젤은 피한다.

임신 준비 중이라면, 윤활젤의 성분표에서 ‘하이드록시에틸셀룰로오스(HEC)’를 꼭 확인하고,  
불필요한 첨가물이 없는지 체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