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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 섹스칼럼|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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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의 Benoît Mouilla 샤워를 하고 알몸인 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다. 비단이불인데, 그녀의 살결만큼 부드러워 만족스럽다. 이불의 촉감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 몸을 비비며 꼬아 본다. 나른하고 기분이 좋다. 이불은 몇 개월 전 여름에 샀는데, 두꺼워서인지 싸게 샀다. 이 공간 안에는 그녀와 함께 들었던 음악이 새어 나가지 않고 퍼진다. 이어폰은 항상 한쪽만 꽂는다. 이곳이 세계의 중심부다. 핸드폰으로 그녀의 사진을 한 장씩 넘기며 노래의 볼륨을 높인다. 높아지는 볼륨과 함께 자지는 언제나 충만하게 발기된다. 오늘은 건기에 물을 찾아 이동하는 수컷 물소 한 마리가 되는 상상을 한다. 나는 물가에 도착해 물을 마신다. 동시에 자연스럽게 사정을 한다. 얼마 후 잠의 파도가 밀려온다. 수컷 물소는 물을 마시고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첫째로 나른해진 기분이 좋았고, 둘째로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소가 이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안개가 낀다. 앞이 보이지 않자 수컷 물소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때 저 멀리서 젖소가 다가온다. 자신과는 다른 생김새지만 물소는 이상하게 끌린다. 그리고 매력적이다. 사랑이다. 수컷 물소는 구애한다. 암컷 젖소가 그 구애를 받아들이고, 둘은 뜨겁게 사랑한다. 어느 날 수컷 물소는 암컷 젖소의 가슴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한다. 왜 멍이 들었냐고 묻자, 암컷 젖소는 너의 뿔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음 날, 암컷 젖소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정오가 되어 잠에서 깬다. 옥상으로 올라가 널어 두었던 빨래를 걷고 담배를 피운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담배 연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가자, 세계는 무채색으로 칠해진다. 내 안의 그녀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언제쯤 그녀는 내 안에서 가벼워질까. 몸 곳곳에 그녀가 있다. 발뒤꿈치, 종아리, 무릎, 쇄골, 허리, 머리카락. 그녀는 내 온몸 구석구석에서 캠핑을 하고 있다. 발뒤꿈치에 있는 그녀는 낚시를 하려고 바늘에 지렁이를 끼우고 있고, 종아리에 사는 그녀는 밥이 설익었다며 투정을 부린다. 허리에 사는 그녀는 두꺼운 철학책을 읽고, 머리카락에 사는 그녀는 김광석 노래를 듣고 있다. 1년 전 우리는 이별했다. 겨울의 햇빛은 잔인할 만큼 건조해서 빨래는 말끔히 말랐다. 그녀가 적셔 주었던 내 심신도 마를까 봐 눈물이 난다. 방으로 돌아와 빨래를 개고 면도를 한다. 문득 고향에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중국 음식을 먹고 싶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본능이다. 터미널에 도착해 승차홈에 앉는다. 담배를 두 개쯤 피웠을 때 버스가 도착한다. 묘한 설렘이 있었고, 기사 아저씨의 표정은 온화했다. 창밖의 풍경은 현실이다. 공사 중인 아파트,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 가방을 들고 영업을 하는 사람들… 저들도 치명적인 사랑을 해봤을까? 잠이 든다. 물소는 울면서 자기의 뿔을 돌에 박고 있다. 잠에서 깨니 터널이다. 정상인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상인으로 살고 싶다. 고향에 다녀와서는 제일 먼저 비단이불을 버릴 것이다. 버릴 수 있을까. 글쓴이 : 돗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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