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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합법, 한국은 낙인 - 스와핑을 둘러싼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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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스와핑(파트너 교환) 클럽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루크에서 '카랏'이란 스와핑클럽을 운영하던 폴커 에르하르트는 건전한 가정생활의 파괴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주정부로부터 영업정지명령을 받았다. 그는 주정부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지만 바이에른주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카톨릭전통이 강한 보수적인 바이에른주 법정은 배우자를 마음대로 바꾸는 스와핑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에르하르트는 독일 최고법원인 연방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연방 헌법재판소는 7일(현지시각)바이에른주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주정부에게 스와핑클럽의 운영을 허가하라고 명령했다 에르하르트는 '이번 판결로 독일 전체에서 스와핑클럽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로이터뉴시스' 바이에른주 법원이 “가정 파괴를 조장한다”며 영업정지를 내렸지만, 헌법재판소는 “합의된 성적 선택은 개인의 자유권”이라며 운영을 허가하라고 했다. 당시만 해도 큰 파장이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성적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순간이었다. 독일의 스와핑 독일 방송에서는 저녁 늦게 '섹스'에 대해 이것 저것 알려주는 TV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그 중에는 '스와핑'에 대해 어느 클럽이 제일 물이 좋은지, 어떤 클럽이 시설이 좋고 스와핑을 즐기는 이들의 생각은 어떠한 지 등 다양한 정보를 알려준다. 우리가 하나 알고 있어야 하는 건, 우리의 '배우자'라는 부부관계가 독일을 포함 유럽에서 '파트너'라는 상호관계의 의미로 더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결혼보다는 '동거'의 형태가 많은 유럽에서 '파트너'는 곧 '부부이자 인생의 반려자'이기도 한 것. 이런 '파트너' 커플이 좀 더 다양한 섹스 경험과 어떠면 매너리즘에 빠져 의무적이 될 수도 있는 그들만의 '섹스'에 어떤 변화를 주기 위해 '스와핑' 클럽을 찾는다는 것이다. 스와핑 클럽의 규모는 작은 'Bar'부터 'Club' 단위까지 다양한데, 그 안에서도 여러 테마로 꾸며진 곳에서 그 날의 파트너를 정해 섹스를 하기도 한다. 그들은 스와핑을 혼외정사나 나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는 도구로 쓰지 않는다. 사랑 표현의 중요한 한 요소인 '섹스'에 좀 더 변화와 긴장감을 주는 도구로 쓰는 것이다. 섹스는 우리 커플의 전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며, 스와핑 이후 변함없이 파트너에게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스와핑으로 인해 파트너를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스와핑을 곧 '나쁜' 이라는 언어와 연결지어 떠올리곤 한다. 때로는 사회의 기본 윤리규범을 뒤흔들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사진 출처 - 한겨레21 위 독일 판결이 있고 1년 뒤인 2003년 한국에서는 ‘집단 스와핑 충격’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수십 쌍의 부부가 노래방, 펜션 등에서 모임을 가졌다는 내용이었고, 전국적으로 6000쌍의 부부가 스와핑을 하고 있으며 특히 부산·대구 지역이 “스와핑 천국”이라고 추정한다는 발표를 기자들은 곧이곧대로 실었다. 당시 보도는 현장을 ‘퇴폐적 집단 성행위’로 묘사하며 독자의 눈길을 끌었지만, 정작 중요한 사실은 빠져 있었다. 참여자들이 모두 성인이었는지, 자발적으로 합의했는지,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다루지 않았다. 언론은 성적 다양성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고, ‘충격’, ‘퇴폐’, ‘풍기문란’이라는 단어로 포장했다. 그렇게 스와핑은 범죄도 아닌데 범죄처럼 낙인찍혔고, 그 낙인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사진 - Unsplash의 Aleksandr Popov
2023년 서울 강남에 위치한 클럽 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현장에 있던 20여 명의 회원은 모두 성인이었고 금전 거래도 없었다. 경찰은 참가자들을 귀가시켰지만, 업주에게는 ‘음행매개’와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성적 행위 자체가 아니라, 공간 운영 방식과 영리 목적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는 스와핑이 불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풍속 규제’라는 모호한 틀 속에서 언제든 단속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공개적인 클럽이 아니라, 은밀한 네트워크로만 스와핑 문화가 이어진다. 일명 ‘부커' 또는 '부커취(부부커플취향)’. 부부나 커플이 취향에 따라 교류한다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파트너 교환을 의미한다. 참여자들은 익명성과 은밀함을 중시하며 폐쇄적인 온라인 카페나 메신저 방을 통해 모임을 갖는다.(그 안에서 자신의 배우자 또는 파트너가 아닌 단지 호기심에 사람을 사서 모임에 참석하는 등의 부작용도 있고, 정체성에 모호함도 있다.) 이 지점에서 캐나다 저널리스트 테리 굴드의 책 『쾌락의 권리(The Lifestyle)』는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The Lifestyle : A Look at the Erotic Rites of Swingers / terry gould 굴드는 스와핑을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변태적 행위”라는 낙인 대신, 수천 년 이어져 온 인간 본성의 표현으로 다뤘다. 그는 직접 스윙어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각 커플이 나름의 규칙과 한계를 존중하며 활동한다는 사실을 기록했다. 인터뷰에서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짓말하는 게 섹스 아닙니까? 우리는 그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그냥 즐길 뿐이죠. 배우자를 속이지 않고 합의 속에서 함께 즐깁니다.” 이 말은 스와핑이 합의의 문화라는 점을 보여준다. 부부가 서로를 속이지 않고, 오히려 함께 선택한 경험을 통해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굴드는 “스와핑 파티 이후 부부가 마치 새 연인처럼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기록했다. 『쾌락의 권리』는 스와핑을 옹호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을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보여주며,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느냐 묻는다. 지금 한국 사회가 스와핑을 대하는 태도는, 언젠가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하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여전히 간단하다. ‘자발적이고 합의된 성적 행위’를 우리는 어디까지 존중할 수 있을까? 독일은 이미 20년 전, 개인의 자유권을 존중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한국은 언론이 자극적 보도를 앞세우고, 법은 풍속 규제를 내세워 단속한다. 그 사이, 실제로는 많은 커플이 ‘부커’, '부커취'라는 이름으로 같은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섹스는 단순한 육체적 접촉이 아니다. 감정과 신뢰 그리고 합의가 함께하는 영역이다. 스와핑은 파트너가 함께 선택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건 강요가 없는 합의와 서로에 대한 존중이다. 독일의 판결, 한국 언론의 보도, 그리고 테리 굴드의 기록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같다. 성적 다양성을 숨기고 억압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인정할 것인가. 지금 한국 사회는 여전히 그 기로에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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