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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숨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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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몽상가들> 중

 
그녀와의 통화는 매번 느낌표로 찾아와 물음표로 끊겼다. 마침표는 없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다음을 기약했고, 나는 늘어선 기다림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지루하진 않았다. 때가 되면 연락이 왔고, 신나게 섹스를 할 수 있었다. 섹스가 사랑이고, 사랑이 섹스의 매개체라 생각하던 때였다. 

한 바탕 쏟아내고 난 뒤 그녀는 항상 나를 씻겨 주었다. 일종의 ‘정화 행위’라고 그녀는 말했다. 새벽이 쏟아낸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그녀와 나는 서둘러 모텔을 빠져나왔다. 그녀는 “남자친구 때문에 아침까지 있어주지 못 할 것 같아” 라고 하며 온 얼굴로 미안함을 내비쳤다. 나는 괜찮다고 했다. 진짜로 괜찮았다. 남자친구와 밥을 먹든, 그 남자의 페니스를 입에 가득 담든 상관없었다. 내가 그녀의 공간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육체적으로 가득 느꼈으니 그 것으로 된 거라고 생각했다. 

여느 때처럼 그녀와 나는 엉켜있었다. 침대에 깊이 파묻혀 흐트러진 옷자락을 매만지는 그녀가 왠지 모르게 관능적으로 보였다. 어느새 나의 페니스는 중력을 거스르고 있었다. “해줘?” 나는 목적어가 상실 된 그녀의 물음이 꽤나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얄궂은 입을 내 것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지배했다. “해줘” 그녀가 살짝 입을 벌리며 내 것을 향해 다가왔다. 이내 그녀의 혀가 나의 귀두를 쓸어내렸다. 참을 수 있을 만큼의 간지럼과 참을 수 없을 만큼의 쾌감이 나의 하체를 휩쓸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허벅지에 닿자 ‘닿았다’라는 감촉이 나의 입을 통해 터져 나오려 하였으나, 나의 페니스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쾌감이 모든 음성을 삼켜버리고 있었다. 마른 숨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어느새 나의 손은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더, 더” 나의 허리가 활처럼 당겨지더니 이내 발사했다. 

그녀가 각자의 공간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관계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에 강자와 약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것이 그녀와 내가 헤어진 이유였다. 관계가 끊어지자 아쉬운 쪽은 당연히 내 쪽이었다. 그녀에겐 돌아갈 공간이 있었으나, 나에겐 돌아갈 어떠한 공간조차 없었다. 슬프진 않았다. 다만 아쉬웠다. 더 이상 그녀의 멋진 펠라티오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 나에겐 커다란 구멍이었다. 

그 후 어느 날 샤워를 하다 그녀의 펠라티오가 생각나 자위를 한 적이 있다. 위로 솟구치는 수증기와 아래로 떨어지는 정액의 거리가 그녀와 나의 관계만큼 멀게 느껴졌다. 순간 그녀가 씻겨주며 말하던 ‘정화 행위’가 떠올랐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니, 모든 공간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그녀에게 나의 모든 공간을 숨김없이 보여주려 했던 날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샤워를 한다. 따듯한 물주기를 마주하다, 문득 사람들이 연애를 하는 이유가 낭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요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섹스는? 섹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묻고, 혼자 답한다. 그냥 아낌없이, 숨김없이 모든 걸 내 던지고 싶으니까 하는 거겠지, 매일 상실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정도에 배출구는 필요한 법이니까.
오르하르콘돔
내일의 행복보단 오늘의 만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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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사랑미야 2016-07-08 09:23:10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정아신랑 2014-06-24 23:43:41
사랑하는 사람에겐 미안한 얘기.
서로 숨기는 무언가가...있다는거...

그건 누구나 다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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