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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이야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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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이야기 10▶ http://goo.gl/Vkn3IB
영화 <형사> 칼날이 점점 목 가까이 다가가 놀부의 목에 붉은 선을 남겼다. 피가 꾸물꾸물 기어 나와 한 방울이 나왔을 때 그녀는 놀부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목이 반쯤 잘리고 나서야 대답하실 건가요? 여보?" 놀부는 흥부와의 이야기를 최대한 지켜주고 싶었다. 부인을 들이고 나서 흥부를 한 번도 지켜준 적이 없기에 잘 나가는 지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놀부는 흥부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마음속으로 사죄하고 진실을 이야기했다. 긴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그녀가 갑자기 미소를 짓더니 건넛방으로 뛰어들어갔다. 놀부는 자신의 약함이 원망스러웠다. 분명 부인을 얻기 전만 해도 돌쇠 부럽지 않은 힘과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인의 계략에 휘말려 권력이 무너지고 몸에 넘쳐나던 힘도 갑자기 노인같이 쇠약해진 몸으로 바뀌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구할 수가 없으니 아무도 믿어주지를 않았다. 철저한 계획에 휘말린 놀부는 당하고만 있는 자신이, 무기력한 자신이 오늘따라 미치도록 미웠다. 옷으로 피를 닦아내며 놀부는 오늘따라 밤이 긴 것 같이 느끼며 눈에서 서럽게 이슬을 흘렸다. 멀리서 그들이 보였다. 계획을 망친 중국년과 내 남자 흥부... 너무나도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통스러워 하고 내 앞에서 비굴하게 굴던 모습도 마음에 들지만 밝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그의 외모가 더 화사하게 보였다. 물론 그때의 물레방앗간에서의 표정보단 두근거림이 덜했다. 어쩔 수 없이 복종하면서도 쾌락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 모습, 상극인 두 개의 감정이 조화를 이뤘던 표정은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녀는 그때를 회상하며 전율로 잠시 온몸을 떨었다. 그녀는 상상만으로도 절정에 이른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중국년이 움직인다. 흥부와 작별인사를 하며 뒤돌아 목적지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슬슬 우리도 움직여야 할 차례였다. 손을 올려 신호를 하자 그림자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한적한 곳에서 만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게 될 거다." 시장은 의심스러워 보이는 움직임 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부하들은 시장 사람들과 섞여 행인인 척 행동하며 여자를 미행하고 있었다. 이후에 일어날 재밌는 일들을 상상하며 그녀는 약속장소로 발을 옮겼다. 나무만이 울창하게 솟아있고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휭휭 지나가고 부엉이들이 소곤소곤 되며 수다를 떠는 어두운 숲에 자그만 곳간 같은 것이 보였다. 그녀는 오랜만에 들른 흥부와의 추억의 장소를 잠시 감상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방 안에 그림자들은 어깨에 들쳐 멘 자루를 짚풀 사이로 살포시 내려놓았다. 먼지가 조금 떠올라 그녀는 표정을 찌푸리며 소매로 코와 입을 막았다. > 다음 화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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