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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만난 그녀의 매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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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니]
 
지난해 연말, 나는 대략 4~5명의 레홀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고, 운 좋게 모두와 잠자리를 가졌다. 그 중 몇몇은 만남 이야기를 글로 써달라 하였고 나는 숙제하듯 그녀들과의 만남과 섹스의 과정을 레드홀릭스에 올렸다. 일종의 체험이자 르포형식의 글들이었다. 그 중 단 한번의 만남에 관해 썼던 글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 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만남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를 써도 된다고 하였지만, 그녀가 들려준 이야기의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걸려 몇 차례 수정을 요했고, 마침내 삭제를 원했다. 그에 응해 나는 즉각적으로 삭제했다.

아쉬운 것은 쌓아 올린 포인트, 그리고 둘만의 몸짓을 공증하듯 기록해둔 '공동의 비망록'이었다. 그것은 각자의 머릿속에 있으면서도 비로소 기록을 통해 객관화되고 둘 사이에 공유되는 속성을 지녔기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마치 섹스 뒤에 불현듯 찾아오는 까닭 모를 허망함처럼 내 열 오른 행위의 기억들은 삭제 버튼과 함께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들과의 만남을 정리할 즈음, 한 여성과 접선하였고, 이야기를 풀어갈수록 그녀에게 매력을 느꼈다.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을 '당신과 만나는 동안에는 다른 레홀녀들을 만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내뱉었다. 그 말은 그녀가 요구하지도 않았고, 내가 그래야 할 이유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그 말을 통해 내가 그녀를 독점적으로 소유할 사안도 아닌 것을 알고 있었지만,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올라오면서 나는 고민 없이 그 말을 뇌까렸다.

그녀는 체형을 교정치료 중이었기에 1달 정도는 만남을 기다려 달라 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건강하고 밝고, 수용적이며 대화의 예의를 아는 여성이었기에, 또한 전문적 지식과 특이한 취미를 지닌 그녀였기에 이야기를 나눌수록 가을 열매를 수확하듯 풍성했다. 그랬던 그녀가 어느 날 일언반구도 없이, 딱히 내가 무언가 실수한 것도 없던 차에 사라졌다. 연락을 받지도, 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보름이 넘어갈 즈음, 레드홀릭스에서 내 글을 읽은 한 여성이 남긴 댓글이 있어 신년인사차 건강한 새해 맞으라며 쪽지를 보냈다. 그랬다. '뻐꾸기'다. 그녀는 놀라워하며 일전에 자신이 익명으로 '요즘 글 안 쓰세요?'라는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인 것을 알았느냐며 되묻는 쪽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시작된 쪽지는 메신저 대화로 넘어왔다. 우린 제법 빠른 속도로 친해지고 제법 야한 이야기도 나눴으며, 서로의 얼굴은 물론 몸과 성기 사진을 자연스레 교환하는 사이가 되었다. 때론 한쪽이 동영상으로 자위하는 장면을 찍어 보내주면, 흥분하여 받은 쪽에서 그에 상응하는 동영상을 보내주기도 하였다.

내 글을 통해 나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 두어서인지 우리의 관계는 순조로웠다. 그녀는 서울과 거리가 떨어진 지방에 거주하기에 우리는 주말을 이용해 만날 것을 공모하였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는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보이는 섬세한 면을 일부 지녔으면서도, 동시에 명랑 쾌활하고 심플한 이미지가 주된 느낌을 주었다. 아니 사실 나는 그녀가 단순, 명쾌, 심플을 생활신조로 여기며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녀도 잠시 연락이 끊긴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내가 보낸 연락에 답이 없으면 더는 묻지 않는다. 그쪽에서 이유가 있겠거니 하며 조용히 대화창에서 빠져나온다. 그런데 그녀는 문득, 다시 연락하고 싶었고. 숨김 친구 목록에 들어가 친구목록으로 복귀시킨 뒤 다시 한 번 말을 걸어보았다. 다행히 그녀로부터 답이 왔고,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캐물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인터넷 채팅을 통해 재미 삼아 호기심 삼아 이야기를 나누다 전번과 메신저 ID를 공유한 한 서울 남성으로부터 집요한 스토킹과 협박을 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번의 유예기한을 두며 지켜보다가 그 공갈·협박의 단계가 지나쳐갈 때, 그녀로부터 그 사내의 전화번호와 간단한 인적사항을 받아 들고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문제를 해결해주었다.
 
그 일을 해결하고 우리는 더 친밀해졌고, 만날 날을 구체적으로 잡아갔다. 그 일로 인해 불가능한 만남이 가능해졌다고 믿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더 자연스레 만남으로 이어진 것은 분명할 것 같다. 시간은 주말을 이용하고, 장소는 서로의 중간지점으로, 그녀는 스키니진을 입고 오고 스타킹을 별도로 준비하기로 하였고, 나는 마사지해줄 오일과 콘돔, 그리고 클리토리스 애무를 위한 진동기를 준비해 가기로 하였다.
 
지난주 일요일, 각자의 위치에서 중간지점을 향해 달렸고, 오후 5시경 대전역에서 조우가 이뤄졌다. 대전역 개찰구 쪽 한 음식점 앞에 서 있다는 문자를 받고 그 앞으로 향했다. 그녀는 그곳에 서 있었다. 키 168, 가녀린 몸매에 약속대로 진청색 나팔형 스키니진을 입고 엉덩이를 덮은 감청색 반코트를 입고 있었다. 사진을 통해 얼굴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더 화사하고 예뻤다. 누가 봐도 미인이라 할 정도의 외모에 차분하고 새초롬한 인상과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경상도 사투리는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이미지를 구축하여 첫만남장소에서 엉덩이를 꽉 쥐어주기로 했던 약속은 지키지 못하였다. 무언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있어 경박스러운 미션을 수행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됐던 것 같다.
 
우리는 미리 잡아둔 모텔 방향으로 지하상가를 지나 다리를 건너 10분여 헤매며 걸었고 모텔 부근의 한 찻집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눴다. 마주해서 성적 긴장이 있었다기보다는, 메신저를 통해 친밀해진 관계가 실제로 처음 만나 느껴지는 낯섦 앞에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부여잡는 일이 우선이었다. 또한, 조금 낯가림을 하는 그녀에게 긴장의 끈을 풀어주는 일도 중요했다.

30분가량의 담소를 나누며 우린 그 간격을 좁혀갔고, 그녀의 동의를 구해 모텔로 향했다. 모텔 앞 편의점에서는 미리 약속한대로 복분자술과 황도 통조림를 샀고 추가로 그녀가 먹을 초콜릿 맛 하겐다즈 바 하나를 사 들고 들어갔다. 씻기 전에 우리는 복분자술에 황도 통조림를 안주 삼아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자연스럽고 편안하였다.
 
 
글쓴이ㅣ배터리팩
원문보기▶ http://goo.gl/PmEjzx
레드홀릭스
섹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http://www.redholic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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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 2016-05-31 20:40:21
글솜씨가 장난이 아닙니다....
제다이 2016-05-31 11:15:07
레홀녀는 어떨게 만나죠?
제다이 2016-05-31 11:11:52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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