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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일기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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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00일의 썸머] 아 행복하다. 학교에서도, 나는 무의식 적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젯밤 집에 가기 싫어하는 나를, 마리는 꼭 끌어안아 주며 ‘그럼 내일 우리집에서 바로 학교로 가.’ 라고 말해 주었다. “나 코 골면 어떡하지?” “그럼 오빠 손가락으로 내 귀를 막고 자.” “불편해서 못 잘 텐데.” “그럼 나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 마리는 농담으로 한 이야기지만, 나는 정말로 그녀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며, 그녀의 등을 살살 두드려주었다. 그녀는 때때로 손을 잡아 달라 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해달라는 대로 손을 잡거나, 등을 만지거나, 머리를 쓰다듬거나 했다. 20분도 안되어서 그녀는 쎄근쎄근 잠이 들었고, 우리는 좁은 마리의 침대 위에 뒤엉켜서 아침을 맞이했다. 마리의 침실은 햇빛이 바로 들어오는 위치였다. 아침 해가 고개를 내밀어, 침대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우리를 수줍게 비추었다. 우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동시에 시계를 보았으며, 동시에 외쳤다. “지각이다!” 출근해야 하는 마리도, 1교시 수업이 있던 나도, 원래 나가야할 시간보다 20분이나 늦게 일어나 버렸다.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까치집을 지은 머리로 망연자실해 있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내 머리를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춰 주었다. “모닝 섹스는 취소.” “……애초에 계획이 있었어?” “응. 나 모닝섹스 좋아해.” “그럼 이왕 늦은 거……” “안돼. 아예 한시간 늦었으면 모를까, 이 정도면 서둘러 나가면 세이프 될 수도 있는 시간이란 말이야.” “말을 말던지……” 내 중얼거림에 마리는 꺄르르 웃으며 나를 꼬집듯 괴롭혔다. 서둘러야 하는 데도, 둘다 한 참이나 그렇게 침대 위에서 서로를 간지럽히면서 놀고 나서야, 일어나서 씻고 허둥지둥 밖으로 뛰어 나갔다. “빨리 타. 태워 줄게.” “아냐. 나 바래다 주고 가면 늦어. 택시 탈 게.” “아니야. 진짜 괜찮아.” “얼른 가세요!” 마리는 대답대신 내 볼에 뽀뽀를 하더니, 가방을 메고는 내가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역 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내 볼에 남아 있는 그녀의 감촉을 손으로 살짝 만지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차에 올라타 학교로 향했다. 그녀의 말 대로, 나는 매우 아슬아슬하게 학교에 도착하여 지각은 면했다. 물론, 수업 시작 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교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힐끗 나를 바라보기는 했지만, 규정상 지각처리는 되지 않았다. 1교시는 경제학 수업이었는데, 나는 나름 그 수업을 좋아했었다. 물론, 좋아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목을 잘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경제학 시간이 끝날 때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통을 부여잡고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책을 붙잡고 끙끙 거리 다가 드디어 이해가 되기 시작했을 때의 나름의 쾌감이 있었다. “저기……물어볼 게 있는데.” 그 날도 여지없이, 수업이 끝나자 마자 나는 자리에 남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보며 노트북으로 한국 인터넷을 뒤져 이론 정리된 블로그를 찾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었다. 고개를 드니 왠 남학생 하나가 나를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서 있었다. 머리카락이 조금 긴 편이며 펌을 한 부시시한 헤어 스타일에, 어깨가 넓고 다부진 체격이었다. “아 미안. 나도 몰라서 찾고 있는 중이라 답은 못주겠는데.” “아니 아니. 경제학 말고. 다른 거 물어보고 싶어서요.” 내 말에 그는 손사레까지 치면서 웃었다. 그는 나와 같은 년도에 입학한 아이 중 한 명이었고, 나는 기억을 더듬어서 그의 이름을 겨우 떠올렸다. “누나카와 맞지?” “……누노카와 입니다만.” “아 미안.” “아니에요.” 사실 일본은 내가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존댓말을 쓰거나 하지 않았다. 그냥 이름 부르고 반말을 했다. 처음에는 기분이 조금 묘했으나, 그것도 적응이 되니까 그냥 ‘싸가지 없는 셰키들’ 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되었는데, 누노카와만은 내가 졸업할 때 까지 존댓말을 했다. 녀석. 배운 녀석이야. “왜? 뭐가 묻고 싶은데?” “저기, 한국인 이시죠?” “아니 사실 폴란드 사람이야.” “진짜요?” “뻥이야. 한국사람 맞아. ” “……” 누노카와는 잠시 당황스러운지 겸연쩍게 웃더니, 내게 다시 말을 이었다. “한국은 징병제 잖아요? 그쵸?” “군대 말하는 거야?” “네. “ “응. 그게 왜?” “혹시 군대 다녀오셨어요?” “응 다녀왔지. 그건 왜? 입대하고 싶어서?” “아뇨 아뇨. 사실은 제가……” 그는 뭐가 부끄러운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고, 심지어 눈을 반짝이며 몸 까지 베베 꼬고 있는 듯 했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에 내가 말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난 여자를 좋아해.”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는 내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에 손사레까지 치며 말을 이었다. “제가 사실……밀리터리 이 쪽 분야에 관심이 많거든요.” “밀리터리?” “네! 군복, 무기, 군사 작전……뭐 이런 거요!” 순간 인터넷에서 봤던 명언 한 구절이 떠올랐다. [옛말에 이르길, 덕중 덕은 양덕이며, 그 덕의 시작은 일본이니라.] 그는 소위 말해 ‘밀리터리 덕후’였다. 내가 몇 가지를 대답해 주자, 신이 나서 내 옆에 앉더니 노트북을 꺼내어 자신이 모은 아이템들의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전 세계 군복이며 총 모형도 있었고, 군필자인 나보다 무기에 대한 정보가 빠삭했다. 그냥 도망치고 싶었지만 누노카와는 너무나 행복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격 대로 ‘닥쳐 이 덕후 색기야’ 라고 말을 하지 못하며 어정쩡한 웃음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한국 군대에서는 어떤 훈련을 받나요?” “풀 뽑기, 눈 쓸기, 산에 계단 만들기, 진지 보수하기, 장작 패기. 그리고 구타와 가혹행위?” “……군사 훈련은요?” “방금 한 말이 군사 훈련이야.” 그는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너무 그의 환상을 깨 버렸나 하는 생각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마지못해 신병교육대 시절부터 군대에 입대해서 받는 혹한기 훈련이나 유격 훈련, 주특기 훈련, 한미 합동 훈련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고, 그는 그제서야 너무나 밝은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응시했다. 제발 부탁인데 혹한기 때 야전에서 똥싼 이야기 까지 받아 적지 마… 나는 사실 포병 출신이었고, 그는 마침 포병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다며 신이 나서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다행히 2교시는 비어 있었지만, 빨리 이 자리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누노카와의 학구열에 나는 반 정도만 엉덩이를 뗀 채로 그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기……그럼 혹시 아직도 군복을 가지고 계신 가요?” “있지.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하니까.” “그럼 혹시 그 군복 저 한테 파실 수 있나요?” 나는 뭔가 내 입던 옷을 산다는 그의 말이 황변태같이 느껴졌지만, 그는 순수한 수집욕으로 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애가 굉장히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왜 이러지? 하면서도, 나는 어떻게 하면 집에 있는 군용 빤쓰(상표명 더 브레이브 맨)를 같이 끼워 팔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다. 한참이나(마지못해) 그에게 군대 이야기를 해 주고 있을 때, 책상위에 올려 둔 내 핸드폰에 진동이 왔다. 나는 폴더를 열어 그것을 확인했고, 지각 안 했냐고 묻는 마리의 메일에 답장을 했다. “사이토 마리노?” 누노카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메일을 보내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고, 그는 눈을 꿈벅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마리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뭐야. 너 마리 알아?” “아 죄송해요. 핸드폰에 사진이 붙어 있길래.” 그제서야, 나는 첫 데이트 때 찍은 프리가 핸드폰 배터리 부분에 붙여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내가 휴대폰을 들어 메일을 쓸 때 보이는 사진을 보고 알아챈 모양이었다. “아니……근데 이름을 어떻게 알아?” “저 사이토랑 초등학교 동창이라서요. 그리고 제 친구의 친구이기도 해서 대충 아는데……둘이 사귀는 거에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누노카와는 신기하다는 듯이 웃었다. “와 그렇구나! 어떻게 만나신 건데요?” “아니 뭐 어쩌다 보니……거 참 세상 좁구만. 마리 친구였어? 형 한테 이야기하지. 이리와 음료수 사줄게.” “네?” “자자. 사양하지 말고 이리 컴온.” 갑자기 친절해진 내 말투에 누노카와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를 따라왔다. 짜식 진작에 말을 할 것이지. 그러면 내가 군대 2년동안의 이야기를 데일리로 에피소드 별로 이야기해 줄 수 있는데 말이야. 1층에 있는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우리는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라기 보다는 내가 거의 일방적으로 마리에 대해 물었다. 누노카와는 마리가 발레 유학을 가기 전까지는 그래도 나름 꽤 친했었다고 했으며, 그녀가 다시 일본에 온 이후로 직접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친구가 마리와 친한 편이어서 가끔 소식을 전해 듣는 정도라고. “마리 굉장히 인기 많다고 들었는데.” “아 그래?” “네. 1일 1고백으로 일주일 채운 적도 있다고……근데 마리의 남자친구를 실제로 보니 되게 신기하네요. ” “형이 인마 그 정도야. 짜식.” “……” 나는 누노카와에게 마리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그는 ‘그냥 군대 이야기나 해주지……’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물으니 성의 있게 답변해 주기 시작했다. 마리는 4살때부터 발레를 시작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굉장히 밝고 명랑했으며, 주변사람들을 잘 챙겨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다만, 어린 아이들이 그렇듯, 발레를 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같은 여자아이들에게 질투 어린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다고 했다. 누노카와와 마리, 그리고 어떤 여자아이 한 명과 남자 아이 한 명, 이렇게 넷이 굉장히 친했었다고 하는데, 재밌는 것은 알고 보니 그 ‘남자 아이 한 명’은 일본의 유명한 축구 선수가 되었고,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는 무려 맨유에 입단까지 했었던 ‘카가와 신지’였다. 어쨌든, 나는 마리의 유년기와, 그리고 그녀가 유학을 마치고 일본에 막 돌아와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사자인 그녀가 말해주기엔 민망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제 3자인 그에게 들으니 새삼 새롭고 또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나는 누노카와에게 언제든지 군대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쉬는 시간에 찾아오라고 했고, 그는 내 전화번호와 메일 주소를 저장까지 하고는 밝은 표정으로 사라졌다. “오빠!” “마리 사람들 많을 때는……” “몰라 몰라!” 오늘은 조금 일찍 마리를 만났고, 그녀는 여전히 큰 소리로 나를 부르며, 길거리에서 내 허리를 꽉 끌어 안았다. 보통 일본의 여성들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이런 행동을 잘 하지 않는데, 외국물을 먹어서 그런지 마리는 조금 달랐다. 게다가 우리가 늘 만나는 곳은 그녀의 직장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이다. “마리. 미안한데 오늘 잠깐 센다이 역에 들렀다가 가면 안돼?” “응? 난 괜찮아. 근데 왜? 무슨 용무 있어?” “아 사실은……” 일본에 있다 보면 특이한 인연, 우연을 많이 겪게 되는데, 내가 랭귀지 스쿨에 다닐 때 담임 선생님이 내가 다니는 대학교의 일본어과목(유학생 필수과목)의 교수로 부임한 것이었다. 랭귀지 스쿨 때부터 나를 예뻐하던 선생님이 교수로 오자 굉장히 수업이 편하고 즐거워졌다. 그 교수님은 여자분이었는데, 유학생인 우리에게 한 명 씩 책을 나누어 주며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를 내주셨고, 그 책은 무려 일본 문학의 거장인 나쯔메 쇼세키의 소설이었다. 다만 내가 저번에 공항에 마리를 데리러 가느라 일본어 수업에 빠져서, 그 책을 미처 반납하지 못한 것이었고, 아직 그 랭귀지 스쿨 선생님도 겸하고 있는 교수님께 직접 책을 반납해야만 했다. “아 정말? 그럼 그 랭귀지 스쿨 들렀다 가는 거야?” “응. 책만 드리고 오면 돼. 선생님도 빌린 책이라서, 오늘까지는 꼭 드려야 되거든. “ “나도 가 볼래! 같이 들어가면 안돼?” “응? 안될 거야 없는데……차에서 기다리는 게 낫지 않아? 금방 올 텐데.” “아냐. 오빠가 공부했던 곳 궁금해. 보고 싶어.” 생글 거리는 그녀의 얼굴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내리자 마자, 그녀는 보란 듯이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딱 붙어 걸었고, 그런 그녀가 귀여워서 삼보 일 쓰다듬을 시전하며 우리는 느릿느릿 랭귀지 스쿨에 도착했다. 선생님들은 간만에 본 나를 보며 굉장히 반가워해 주었다. 마리는 싹싹하게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했고, 나와 친했던 한 선생님은 ‘너의 역량에 비해 과분하게 과한 여친을 사귀었구나’ 라며 우리를 축복해 주었다. 교수님이 수업중이었기 때문에, 나는 교수님의 책상 위에 쪽지와 함께 책을 올려 두고, 마지막으로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하며 어학원을 나왔다. 다시 주차장 쪽으로 가려고 몸을 틀려는 찰나, 한 커플이 손을 잡고 어학원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그 커플의 여자분과 나는 눈이 마주쳤다. “오빠……?” 이번엔 마리가 나를 부른 것이 아니었다. 커플 중 여자분이 나를 보며 중얼거린 말이었다. 나도, 마리도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췄다. “지수……” 랭귀지 스쿨 때 처음 만났던 그녀가, 센다이의 지독한 추위와 지겹게 쏟아 붓던 눈을 같이 경험하며 경쟁하 듯 공부를 했던 그녀가 내 앞에 있었다. 헤어질 때 보다 조금은 마른 듯한 얼굴이었고, 그녀의 옆에는 누가 봐도 일본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 “오빠 오랜만이다!” 그녀가 먼저 반갑게 웃으며 말했고, 나 역시 놀라운 우연에 감탄하며 웃었다. “잘 지내? 다시 왔나봐?” “응. 전문학교 갈 준비좀 하느라고……예정보다 늦게 컴백했어. 오빠는? 대학교 들어갔어?” “응. 들어갔어. 아! 여기는 마리……내 여자친구야.” 마리는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이윽고 싱긋 웃으며 지수를 향해 인사를 했다. 지수 역시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마리에게 인사를 했고, 지수의 남자친구도 나와 마리를 향해 자기 소개하듯 인사를 했다. “얼……여자친구 귀여운데?” “니 남자친구도 귀엽다야.” 우리는 실없이 한국말로 농담을 주고 받았고, 왜인지 마리가 내 팔에 팔짱을 낀 손에 꽉 힘을 주는 게 느껴졌다. “아무튼……꼭 원하는 학교 가길 바랄게. 나중에 밥이라도 먹자.” “응! 늦었지만 대학 간 거 축하하고.” “고마워.” 우리는 그렇게 웃으며 헤어졌다. 그녀의 옆에 있는 남자 친구를 보니, 이상하게 내가 더 뿌듯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예전 랭귀지 스쿨 시절 그녀를 만났던 그 날을 회상하고 있는데, 마리가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랭귀지 스쿨 친구였어?” “아 지수? 응 맞아. 한국에 돌아갔었는데 다시 왔나 봐.” “그렇구나~귀엽게 생겼다. 한국 여자들은 정말 예쁜 사람이 많아.” “그래?” “응!” 마리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사라져가는 지수 커플을 힐끔 바라보았다. 주차장에 도착해서 차 안에 탔고, 늘 그렇듯이 내가 손을 뻗어 벨트를 해 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마리가 내 손을 잡더니 나를 보며 물었다. “오빠 저 여자랑 잔 적 있지?” > 19화 보기(클릭) 글쓴이 186넓은어깨 원문보기(클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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