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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이 실전강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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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야오이 실전 강좌 (1)에 소개했던 만화나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이미 알고 있는 만화나 소설이었던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이런 게 야오이냐 라며 화를 내신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야오이 입문서라고 할 만한 만화와 소설들을 모아보았으니 화를 거두시고 4번이나 속았는데 한 번 더 못 속아주겠냐는 관용의 태도로 이 글을 읽어주시라.


역시 이걸로 시작하자, <절애><브론즈>

야오이 초급 강좌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 만화이다.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야오이계에 온몸을 투신케 하고 돈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한 엄청난 작품 되겠다. 야오이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너무 고전에 고전이요, 필독서라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만화가 너무 재미있어 가슴 저리고 미칠 것 같으신 분, 축하한다. 야오이의 늪에 이미 한 발 들여놓으신 것이다.

이 만화의 제목 옆에 보면 since 1989라고 적혀있는데, 그렇다, 1989년부터 연재되던 고리짝 만화인 것이다. 일본에서 이 정도 연재야 뭐 놀라울 것도 없지만 이 만화의 놀라운 점은 야오이 잡지가 아닌 일반 순정만화 잡지(<마가렛>이라고 ‘꽃보다 남자’같은 만화가 연재되는 잡지다)에 연재되었다는 것이다.

야오이의 기본 논리에 충실하며 적나라하진 않지만 날카로운 그림체와 스크린 톤으로 연출한 어둡고 퇴폐적인 분위기가 참으로 묘하게 매력적이다. 역시 입문서로 이만한 야오이 만화도 없다.



일상과 담백한 유머 <달과 샌들>

이걸로 2관왕이다, 요시나가 후미.
<서양골동 양과자점>의 작가의 데뷔작으로 나를 한 눈에 사로잡은 멋진 만화이다.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이 작가의 팬이다.)
일단 <서양골동 양과자점>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손을 뻗어 보고 싶을 것이다. <서양골동 양과자점>처럼 화려한 유머의 퍼레이드를 펼치지는 않지만 군데군데의 작은 반전들이 제공하는 웃음이 쏠쏠하다. 거기에 새콤달콤한 가슴 저림이 있다.

 
 

(c) 1996 by Fumi Yoshinaga

많은 야오이 만화나 소설들 속의 연애가 운명적이고 대단한 사건이라면
요시나가 후미 만화 속의 연애는 훨씬 일상적인 색채를 띈다.

또한 이 <달과 샌들>을 입문서로 권하는 것은 요즘 인기 있는 야오이 만화들의 경향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시나가 후미는 능력 있는 공과 아리따운 수의 하이틴 로맨스적인 사랑 이야기가 아닌 좀 더 일상적이고 평범한 연애 이야기를 다룬다. (하긴 평범하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달과 샌들>을 보고 있으면 동경대 들어가기 정말 쉬워 보인다..;) 이 만화를 읽은 사람만이 샐러드유라는 단어에 웃을 수 있으리라.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은 <달과 샌들 2>는 동인지로 발표되었던 것들을 단행본으로 묶은 것이라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느슨하고 섹스 장면 묘사는 강하다. 읽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실 필요가 있다.



긴장감과 분위기로 승부한다 <넘칠 것 같은 풀>

이 만화 이전에 학원 야오이물이라고 하면 여리여리한 꽃 같은 미소년과 학생회장과 소꿉친구와 불량 학생이 등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만화에서는 소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건장한, 하지만 내면은 끝없이 불안하고 요동치는 10대들이 나온다.

<넘칠 것 같은 풀>이라는 제목은 이런 불안한 주인공들의 내면을 표현하는 말이다.

 
 

(c) Satoru Ishihara 1997

기존의 학원 야오이와는 다른 분위기로 인기를 끌었던 <넘칠 것 같은 풀>.
눈 밑의 점은 언제나 섹시하다, 쿨럭.

이것이 연애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 두 사람은 끝없이 서로를 당기고 밀어내고 팽팽하게 대립한다. 거기서 오는 긴장감이 이 만화 분위기의 전반을 지배한다. 탐미적이거나 예쁜 그림체라고 할 수 없는 그림이지만 여백을 잘 살린 연출로 에로틱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는데, 섹스 장면 묘사를 싫어하는 작가가 궁여지책으로 짜낸 베드씬이 의외로 효과가 좋았다.
 

(c) Satoru Ishihara 1997

이 만화의 결정적 장면은 언제나 조용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친다.


얼음 아래로 흐르는 물 <스캔들>

작가가 이기적이고 나쁜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했던 소설 <스캔들>은 세상에 자기 보다 잘난 것이 없는 엘리트 남자들의 좌절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끔 일본 만화나 소설을 읽다보면 일본 관료들에 대한 선망이 대단한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주인공 남자들은 대장성(지금은 재무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에서도 국가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다. 하지만 이들을 좌절시킨 것은 그들이 하등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그것이 이기적이라거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그저 위를 지향하고 바라보던 남자들이 좌절을 하고, 진창에 구르고, 깊은 나락에 빠진다.

그런 가운데 서로 붙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서로에게 기대며 그들은 변해간다. 소설이 시작한 시점에서 끝난 시점까지, 겉으로는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는 듯 느껴지지만 주인공들 내면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보고 있노라면 안타깝고, 숨막히고 가슴 저린 소설인데 번역과 책의 편집 등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다음에 소개하는 <하루살이 정원>도 같은 출판사인데 일본 야오이 소설을 가장 많이 번역하여 출판하는 출판사의 이런 점은 야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c) YUMIKO KAWAI, MAKO TOYAMA 2000

<스캔들>의 일본판 표지.
주인공들을 질식시킬 듯 일어나는 일들을 조용하고 차분하게 풀어나간다.


시간이 멈춰버린 여름 <하루살이 정원>

“넌 내 몸을 갉아먹는 기생충이야.”
자신의 음습한 욕망과 그 욕망을 불러일으킨 남자에게 던지는 이 말은 통렬한 사랑 고백이다.
<하루살이 정원>이라는 소설은 오래된 일본식 가옥과 황폐해진 정원 속에 갇혀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어린애 같은 연상의 SF작가와 그런 남자에게 홀려 스스로 그 정원에서 나가지 않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c) 1997 by NOEL IOKA, HIKARU KANE

<하루살이 정원>의 표지. 누구나 갖고 있지만 필사적으로 숨기고 있는
비뚤어진 면을 극대화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수작이다.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첫 번째 파트는 보고 있으면 1920, 30년대의 나른하고 퇴폐적인 일본 소설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소설 상으로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만난 지 5년 후, 그리고 12년 후가 나오는데 계절적 배경은 전부 여름이다. 여름이란 단어는 바다나 젊음, 상쾌함, 성욕이라는 말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도쿄 한구석의 조용한 주택가의 쇠락해버린 집안에서 일어나는 치정 사건과 맞물려 뜨겁고, 끈적거리고, 습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야오이 만화나 소설을 추천하다보면 참 아쉬운 것이 주로 일본 작품을 소개하게 된다는 점이다.
본격 야오이 만화와 소설을 추천하게될 실전 강좌 (3)에 앞서 우리나라 만화 중 야오이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는 것을 몇 편 언급하고자 한다.

일단 우리나라 작가들의 창작 야오이를 표방하고 나선 단편집 를 소개한다. 심혜진, 강현준, 이빈, 나예리 등 국내 순정 만화를 보는 사람이라면 다들 이름을 들어봤을 작가들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외 본인이 개인적으로 국내 최초의 야오이 단편집이라고 우기고 있는 심혜진의 <거짓말>도 예쁜 그림체나 내용면에서 추천할 만 하다.

 
 

(c) 나예리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야오이를 표방하고 나온 단행본 의 표지 그림.
여러 작가들의 단편 만화가 실려있다.

사실 본격 야오이라고 할 만한 만화가 국내에는 아직 없지만 야오이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순정 만화들은 꽤 많다.

일본에서도 야오이 잡지에 연재되는 만화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야오이적 요소들이 조금씩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야오이는 하나의 장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에서 여성 대상의 대중 문화에서 보이는 하나의 유행, 혹은 경향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팍시러브
대한여성오르가즘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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