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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물기행] '남근바위' - 서울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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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문역에서 보이는 안산의 정상 봉수대 무악재를 사이에 두고 인왕산의 맞은편에 있는 안산(鞍山)은 서대문구 홍제동에서부터 독립공원을 지나 금화터널, 연세대학교, 서대문구청을 둘레로 하는 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르는 해발 295.9미터를 정상으로 하는 작은 산이다. 작은 산이라고는 하나 서울을 대표하는 남산이 262미터, 인왕산이 338미터이니 또 그다지 낮은 것도 아니겠다. 바로 그 안산에 남근석이 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첫 회는 여근을 다루었으니 두 번째로 남근을 다루는 것이 순서상 맞지 않겠는가?)
남근바위를 찾으러 가는 길은 결과적으로 봉원사 뒷길을 이용하는 것과 서대문공원 옆 한성과학고 뒤편 길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겠다. 물론 다른 길도 있지만 비교적 빠른 길을 찾는다면 말이다. 지금이야 다녀왔으니 알겠지만, 애초에 필자도 초행이니 물어물어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길은 봉원사 코스.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본산이라는 천년고찰 봉원사도 둘러볼 겸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뿌연 하늘이라도 후텁지근한 날이라 평지를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를 지경이라, 만일에 알았다면 비교적 짧은 길인 서대문 코스를 갈 것이었다. 봉원사 코스로 간다고 해도 봉수대를 거치지 않고 서대문 방향의 우회길로 간다면 좀더 빨리 찾을 수 있겠다. 이대 후문 쪽, 봉원사 오르는 길 봉원사 입구까지 7024 녹색버스가 간다. 봉원사로 가는 길, 낡은 슬레이트 지붕에서 만난 길고양이 아무튼 이미 택한 길, 애초부터 알지도 못한 길이었으니 가는 행인을 붙잡아 물으면 쉽게 찾을 수 있으려니 생각을 했다. 해사 가다 만나는 나이가 좀 들어 뵈는 아저씨나 어르신에게 묻기로 하고 봉원사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아주머니에게 여기 까진바위라고 있는 거 아세요? 라고 묻기가 쉬울까?). 첫 손님은 봉원사 주차장의 관리인 아저씨. 까진바위(동네에서 그리 부른다는 이야길 들었다)라고 혹시 아세요? 물으니, "까진바위? 그런 건 모르겠고 올라가면 바위 많아요..." 바위가 많단다. 오늘은 힘이 좀 들겠구나...를 예상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봉원사 대웅전과 연꽃 그래 봉원사를 들러 연꽃도 보고, 대웅전도 보고, 16나한상도 보고, 삼천불전도 보고, 극락전을 보고 하다 보니 산으로 나있는 길이 보였다. 주변에 사람도 없어 일단 보이는 길에 들기로 했다. 좀 들어가니 갈림길이다. 이건 잘 선택해야 고생을 덜 한다. 잠깐 머뭇거리니 머리에 두건을 맨 아저씨 한 분이 내려간다. 까진바위에 대해 물으니, "아, 바위요. 그게 저기 있는데... 여기선 까진바위라고 그러지 않고 뭐라 그러는데... 하여튼 그거 저기 올라가 면 있어요. 저쪽, 아니 저쪽인가... 아 저리 가서 쭈욱 가면 팔각정이 하나 있어요. 거기서 우측 길로 쭈욱 가면 바위 나와요." 이쪽저쪽 이리저리 애매하게 알려주는 사람이나, 그걸 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확실히 물을 생각도 않고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인사만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하는 나나... 너무 대충대충이다. 고생이 뻔하다. 그래 삼림욕장 같은 것을 지나, 체력단련장을 지나, 생태연못을 지나, 가능한 한 위쪽으로 오르니 팔각정 하나가 나오긴 나온다. 팔각정에 오르면 뭐가 보일까 올라보니 나무 수풀이 우거져 하늘밖엔 보이지 않았다. 다시 내려가 갈 방향을 찾으니 갈림길이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 중인데 한 어르신 한 분이 올라온다. 어르신 여기 길이가 한 2미터 되는 큰 바위가 있다는데요... "아, 그거 저리 오르면 있어요." 하며 봉수대 정상을 가리킨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오르려고 보니 정상까지 450미터다. 조금만 걸어 오르니 벌써 숨이 차다. 가는 길에 뭔가 갈라진 바위가 보여 사진을 찍었다. 만약 주위에 까진바위, 남근석이 있다면 그 주변엔 그 상대적인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왠지 수상한 돌이나 바위가 있을까 둘러보게 되었다. 그래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돌이고 나무고 갈라진 것은 다 그거 같다. 무악정(毋岳亭), 여기선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오르막길의 죽음, 계단이 나왔다. 한참 계단으로 오르고 중간에 쉬기를 몇 번 하고 나니 정상이 보였다. 아, 정상엔 크기가 2미터는 넘어 보이는 커다란 돌탑 봉수대가 있었다. 혹시 그 어르신은 이걸 가리킨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시 고생이 시작인 걸... 차오르는 숨을 돌리려 반대편 방향을 전망하여 보았다. 순간 한눈에 펼쳐진 전경을 정말 대단했다. 서대문 쪽의 아파트촌을 배경으로 정상에 펼쳐진 것은 커다란 바위들의 군집이었다. 필자가 오른 방향은 그냥 그런 산길이었다면 그 반대편은 순 바위투성이였다. 물론 저 아래편까지는 아니고 정상 무렵이 그랬다. 일말의 희망은 이 바위투성이 중에 잘 찾으면 까진바위를 찾을 수 있겠다. 바위가... 너무... 많다... 가랑이를 벌리고 머리(바위끝)에 올라타서 몸을 흔들면 아기를 갖게 해준다는 거북바위. 거북이 머리란 귀두(龜頭)가 아닌가. 그러고 보니 임신을 못한 아녀자가 올라타고 내려오면 아이를 갖게 된다는 거북바위는 찾을 수가 있었다. 또한 같은 연유를 갖고 있는 말바위라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바위도 찾을 수 있었다. 헌데 ‘하늘을 향해 불쑥 솟아오른 거대한 돌덩이’를 찾아 볼 수는 없었다. 도대체 이 까진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한숨을 내쉬니 멀리 약간 까져 보이는 것이 있기는 있다. 저건가? 냉큼 서둘러 내려가 보았다. 근데 내려가 보니 결국은 그냥 바위였다. 내려오는 길 우측으로 바위가 즐비하다. 그 즐비한 바위 중에 울퉁불퉁한 것은 보이지만 유력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없었다. 이거 다시 오르자니 너무 힘들고 어쩌면 여기가 아닌 듯도 하고... 결국은 일단은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언뜻 본 사진에선 주위에 산재한 바위들은 보지 못한 것도 같다. 그렇다면 나는 너무 윗부분에 있는지도 모른다. 내려가 보자.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길보단 수월했다. 하지만 발바닥이 아팠다. 내리는 길에도 한 등산객을 만나 물어보았지만 모른다는 답만 돌아왔다. 하긴 뭐, 누가 요즘 그런 것에 관심이 있겠는가... 허탈한 발걸음으로 내려가고 있던 차, 일단은 좌우로 고개를 돌리며 바위란 것이 보이면 살피는 것이다. 그러던 중 수풀 사이로 빼꼼히 낯익은 바위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빙고! 바위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있다가 마침 길을 지나는 40대 등산객이 있어 바위의 명칭에 대해 물었다. "글쎄요... 모르겠는데요. 연세 드신 분이나 알지 젊은 사람들이 알겠어요?" 좀 기다렸다가 지나는 머리가 하얗게 내려얹은 어르신께 물었다. "남근바위라고 불렀지. 왜 남자 신(腎) 같이 생겼잖아. 여자들이 와서 기도드리고 그랬다잖아. 옛날에 애 못 낳는 여자들이... 내가 본 적은 없고..." 매우 육중한 바위... 불쑥 나오긴 했지만 어째 남자의 거시기로는... 너무 굵기만 하다. 조금 돌아봤더니 대충은 봐줄 만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해... 마저 돌아보면 이런 환상적인 발기형태의 자태가 나타난다. 이것이 바짝 선 방향이 이화여대 방향이라는데... 정확히 재어보질 않았으니 모르겠고, 나중에 지도랑 나침반을 가지고 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 '백호O'라고 적혀있는 듯. 표면에 패인 홈들은 그동안 바위를 찾았던 여인들의 흔적이다. 돌을 비벼 문지르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를 '붙임 흔적'이라 한다. 누군가 홈에 돌을 얹어 놓았다. 아기를 갖고자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일까? 까진바위의 '까진' 부분을 보았다. 좀 덜 까진 듯 아쉬움이 생긴다. 고깔모를 쓴 사람 같기도 같기도 하고~ 해바라기 시술을 한 거시기 같기도 같기도 하네~ 남근바위 아래쪽으로 여인네의 엉덩이 같은 둥그런 바위 두쪽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위쪽 편에는 이와 같은 성헐(性穴:알구멍, 여성 성기를 의미함) 이 나있다. 이는 남근바위와 짝을 맺어주기 위함이 아닐까? 즉 여근석이라는 의미다. 남근석은 기본적으로 기자신앙(祈子信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기자신앙이란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회임을 기원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그저 가만히 앉아서 기원을 할 수는 없는 법, 남근석과 같은 대상에 어떤 행위를 한다든지, 앞서 얘기한 거북바위나 말바위를 타고 오르는 행동을 거듭 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회임해 성공을 했는지는 혹은 그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아들을 가져야만 했던 부녀자들의 고통과 노력은 나 같은 평범한 남자는 헤아릴 수 없는 노릇이다. 아직도 여전히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병원에는 임신클리닉을 따로 두어 임신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더러는 쉽게 임신에 성공하는 일도 있지만 성공률이 그다지 높은 것만은 아니다. 또 그로 인해 들어가는 비용도 시도하는 이들에겐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나는 모르지만 뭔가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성심 가득한 기원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여기서도 이루어지는 일이 생기길 바라는 것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지나친 무리일까. 서대문 독립공원 방향에서 오르면 봉수대가 370미터 남은 지점, 가운데 보이는 수풀 안에 자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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