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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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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6▶ http://goo.gl/izYsOj


영화 <레드카펫>
 
음모는 절대 불가!
 
다음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편집을 시작했다. 찍어 놓은 분량을 이어 붙이기만 하면 되는 작업이었므로 별다른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컴퓨터가 자꾸 다운돼서 많이 짜증났다. 편집 작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베드씬에서 배우들의 음모 노출 부분을 다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영상물등급 심의위원들이 에로물을 심의할 때 베드씬 부분은 조그셔틀을 돌려가며 초단위도 아닌 프레임 단위로 체크를 한다는 것이다. 조금만 거뭇 거뭇하더라도 다 편집을 했고 그러다 보니 베드씬 분량만 앞뒤로 돌려가며 보게 되어 사무실은 편집하는 며칠 동안 색정에 달뜬 남녀의 신음 소리가 떠날 새가 없었다. 거의 24시간 정도 집중적으로 신음 소리만 듣다 보니 이제는 성의 있는 신음 소리와 무성의한 신음 소리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편집을 마치고 영등위에 심의를 넣은 뒤 며칠이 지나 다시 편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베드씬 부분에서 배우들의 음모가 노출되었다는 것이다. 편집할 때 특별히 주의해서 컷팅을 했기 때문에 음모가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데크에 비디오 테잎을 넣고 플레이를 해 봐도 도저히 음모 노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어 결국 다시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돌려 프레임 단위로 찾아보았다. 프레임 단위로 돌려가며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0.4초 정도 거뭇 거뭇한 음모가 노출돼 있었다. 심의위원들은 역시 전문가였다.
 
재편집 후 심의를 넣고 통과된 다음 공장에서 작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대여점에출시되었다. 투자사에서도 만족하는 눈치였고 작품 자체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었지만 아쉽게도 언론에서는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질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새로 출시되는 에로비디오가 홍보 효과가 있을 정도의 분량으로 언론에 기사화되려면 오고가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20세기 소년
 
 
대여점에 출시가 된 후 '씨네21이'나 '필름2.0', '무비위크' 등의 영화잡지들과 인터넷 영화 관련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면서 <2X8 사춘기>를 본 사람들의 리뷰나 감상문 따위를 찾아봤지만 단 한 건의 글도 올라와 있지 않아 조금 실망스러웠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작품에 관한 글은 한 줄도 없었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라면 작품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실망을 했더라도 최소한 욕이라도 올라오기 마련인데 에로비디오는 그것마저 없었다. 이 감독이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동안 그렇게 방 안에 틀어박혀 온종일 인터넷을 뒤져봤지만 세상은 우리 작품에 아무런 관심도 보여주질 않았다.
 
단순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를 보면 주인공 일당이 학창 시절에 클래식같은 점잖은 음악만 틀어주는 교내 음악 방송국에 난입해 록을 트는 장면이 있다. 감옥같은 학교를 바꿔 버리겠다는 나름대로 어린 학생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었는데 이어지는 장면은 변함없는 일상이었다. 뭐 그 비슷한 심정이었던 것 같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다음에는 더 잘 만들어서 아무런 반응이 없는 인터넷에 최소한 욕이라도 올라오게 하고 싶었다.
 
며칠 뒤 이 감독에게서 전화가 한 통 왔다.
 
"다음 작품은 정하셨어요?"
 
"그거 때문에 전화했는데 이번엔 네가 한번 연출해 볼래?"
 
"아~"
 
"내가 옆에서 제작 부분을 도와줄거니까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
 
"그래도 그게... 제가 해도 될까요?"
 
"왜? 연출 하고 싶어했잖아. 한번 해봐."
 
"너무 갑작스러워서..."
 
"한 달 뒤에 출시해야 되니까 서둘러야 되거든. 생각해 둔 거 있어?"
 
"음... 저기 90년대 후일담이라고요."
 
"90년대 후일담? 제목은 좋은데 내용이 뭔데?"
 
"80년대 운동권 선배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90년대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대학가에서 펼쳐치는 운동권 동아리에 몸담은 적 있는 선후배간 사랑과 섹스 얘기죠."
 
"오~ 좋은데? 한번 보내봐!"
 
"네. 그럼 조금 손 봐서 오늘 내로 보낼게요."
 
 
<90년대 후일담>
 
<90년대 후일담>은 원래 졸업작품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내가 대학을 입학한 90년대 후반만 해도 80년대 운동권 선배들의 흔적이 학교에 남아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학번들은 그런 흔적들에 그리 쉽게 적응하지 못했고 그 흔적들을 무관심으로 지워나가는 세대가 되었다. 사라져가는 흔적들 속에서 욕정과 색욕의 늪에 빠져 방황하는 청춘들을 세밀하고 끈적한 터치로 묘사한 작품인데 학생이 찍기엔 분량이 너무 길고 베드씬이 많아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다가 잠정 연기한 작품이었다. 프로듀서가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의해오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시나리오를 조금 더 야하게 수정해서 이 감독에게 보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가 에로비디오로 만들기엔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일단 사장에게 보여준다고 했다. 투자 결정을 기다리는 몇 일동안 내 머릿속에는 대학생활을 하며 들어왔던 수많은 에로틱한 야사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누구랑 누가 술을 마시고 사라졌는데 다음 날 아침에 나타나더라. 방학 때였는데 누구랑 누가 버스에서 내려 자취방으로 손 잡고 가더라. 길 지나가던 중이었던 아무개 방에서 여자 신음 소리가 온 동네 떠나가도록 들리더라.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무슨 과 아무개가 콘돔 한 박스를 사 갔는데 편의점 앞에는 무슨 과 누구가 기다리고 있더라 등등... 규모가 작은 대학가 자취촌이라 그런 야사들이 셀 수도 없이 많았고 소문도 빠른 편이어서 그런 비스무리한 일이 누군가의 눈에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한 동안 술자리의 안주감이 되는 걸 각오해야만 하는 분위기였다.
 
아~ 이런 이야기들만 다 모아서 시나리오를 써도 에로비디오 100편은 만들 수 있겠구나 싶어 벌써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잘 되면 시리즈로 만들어서 나중에 ‘원소스멀티유즈’ 전략으로 연극도 만들고 야게임으로도 만들고 캐릭터 상품도 제작해봐야지 등의 망상에 빠져 생각만으로도 행복한 며칠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결정적으로 졸업을 한 학기 앞으로 앞두고 있었지만 졸업작품을 못 만들고 있었는데 에로비디오 입봉작으로 졸업작품까지 한 큐에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산학협동'이었다.
 
사장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대사들도 잘 와닿지 않고 이야기가 억지로 전개되는 것 같아 재미가 없고 결정적으로 야하지 않다고 했다. 에로비디오가 야하지 않으면 게임 끝이다. 아무래도 졸업작품을 목적으로 기획된 시나리오라 어느 정도 점잖빼고 있던 게 사실이었다.
 
 
야하지 않다는 반응에 자존심이 상한 나는 바짝 분발해 다시 시나리오를 썼다. 이번에는 미이케 다케시의 <비지터Q>를 참조해 여자의 그곳에 들어간 남자의 물건이 어떤 이유로 인해 빠지지 않는다는 환타스틱한 설정까지 삽입했고 인터넷 야설을 뒤져 최대한 더럽고 저속한 대사와 나레이션도 시나리오 구석구석 촘촘히 넣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엔딩 부분에서 뜬금없이 등장 인물들이 춤을 추는 장면'도 삽입했다.
 
반응은 당연히 좋았다. 에로비디오답다는 것이다. 기존의 트렌드와는 너무 달라 조금 어려운 것 같긴 하지만 에로비디오로 출시할 수 있을 만한 코드가 있어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지 제목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90년대 후일담>이라니... 사장은 전혀 납득하지 못했다. 내 딴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문단을 휩쓸었던 '80년대 후일담' 문학을 섹스 이야기로 패러디한다는 의도가 있었지만 에로비디오 업계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었다. 곰곰이 생각한 후 ‘욕정은 오래 지속된다’ 라는 제목을 제안했지만 사장은 제목은 나중에 회사에서 알아서 짓겠다며 일단 찍어오라고 했다.
 
-

<코리안 파이>(원제: 90년대 후일담) 시나리오
 
1.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잔뜩 힘을 주고 있는 동명.
 
벽에 '독어과 산소 학번 대표 창녀 신민지 011-9934-102x'라고 씌어진 낙서를 본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한다.
 
동명: 저... 독어과 산소 학번 대표 창녀 신민지씨죠?
 
민지 (핸드폰): 네... 그런데요?
 
동명: 한 번 하는데 얼마예요?
 
동명이 한 손에는 핸드폰, 한 손에는 디카를 화장실 벽에 대고 아무렇게나 셔터를 눌러댄다.
 
디카의 이미지들 연속...
 
민지 (핸드폰): 기본인 콘돔 착용하고 좆박고쑤시고사정하기 1만원. 옵션으로는 유방만지기 5천원 좆빨아주기 1만원 항문빨기 1만원 69자세로성기애무 1만5천원 딥키스 1만원 추가하고 특수 옵션으로는 한번사정하고다시박기 1만5천원 콘돔미착용후질내사정비 1만원 콘돔미착용후배위나보지털에사정 5천원 사정후입으로뒷마무리해주기 5천원 보지 속에 자지 넣은 후 10분 후부터 5분 추가 시마다 1만원 추가성교후같이샤워하기 5천원 빨아주기로입에다사정하기5천원 추가하는 대신 보지에는 삽입 불가하고요 성교하다가사정만입에하기 1만 5천원 성교중온몸 입으로핥기 1만 5천원 추가입니다. 체위 옵션으로 남성상위는 기본형 두 다리 들고하면 5천원 추가 자지 꽂은 채 들고하는 것은 5천원 추가 후배위는 5천원 추가 한 다리 들고 하기 5천원 항문 성교비는 1만 5천원 추가 여성 상위는 5천원 추가 그리고 성교 과정에서 좆빨기, 삽입 장면, 펌프질, 사정장면 등 사진 촬영은 1장당 2만원이고 성교 전 과정 비디오 촬영 테이프는 1개당 5만원입니다.
 
 
2. 캠퍼스 운동장
 
동명, 초췌한 얼굴을 하고 아무도 없는 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뺑글뺑글 돌고 있다.
 
 
3. 타이틀
 
욕정은 오래 지속된다
 
 
4. 민지의 원룸
 
침대에 누워 있는 동명. 민지, 침대 위에서 여성 상위 체위로 허리를 돌리고 있다. 동명, 신들린 듯이 디지털 카메라를 찍고 있다. 터지는 후레쉬 빛 사이로 현란하게 돌아가는 민지의 허리.
 
민지: 원래는 한 장당 2만원인데 디카니까 써비스로 한 장당 2천원에 해 줄께.
 
동명: 고마워.
 
민지: 또 오는 거 알지? 홍보 많이 하구...
 
동명, 사진기를 내려 놓고 민지 위로 올라가 후배위로 민지를 찍어 내리기 시작한다. 민지를 들고 뒤에서 박아 대며 온 방을 쓸고 다니기 시작하다 사정을 한 후 쓰러진다.
 
민지: 근데... 오빤 누구야?
 
동명: 나? 나는... 네 선배다.
 
동명, 대답없이 담배에 불을 붙여 하늘로 내뿜는다. 민지, 동명의 품에 안겨 지긋이 눈을 감는다.
 
 
5. 지선의 원룸
 
텔레비전이 켜 있는 어두운 원룸. 지선이 텔레비전 앞에 우두커니 앉아서 무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그렇게 화면을 보고 있는 그녀의 뒤에서 이불이 들썩이더니 현민이 일어나 앉는다.
 
현민: 자기 나 말고 몇 명이랑 해 봤어?
 
지선, 대답하지 않은 채 계속 텔레비전을 본다. 현민, 지선의 뒤로 다가와 어깨를 마사지 해 준다.
 
현민: 몇 놈이랑 해 봤냐구?
 
지선, 계속 대답하지 않는다. 현민, 갑자기 지선의 목을 잡고 자신의 무릎 위로 엎어뜨린다. 현민, 지선의 바지를 벗겨 엉덩이를 깐다. 매섭게 지선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한다. 한 대, 두 대, 세 대, 네 대, 다섯 대... 지선의 엉덩이가 점점 현민의 손바닥 자욱으로 붉게 물든다. 현민, 갑자기 지선을 내팽개친 후 바닥에 엎드린다. 지선, 현민의 바지를 벗겨준 후 올라 타려고 한다. 현민, 그녀를 내 팽개친다.
 
바닥에 쓰러지는 지선.
 
현민: 여성상위는 안 돼.
 
현민, 지선의 엉덩이를 들어 후배위를 시작한다.
 
미친 듯이 내려찍는 현민.
 
현민: 너의 과거 용서할 수 없어. 더러워.
 
현민, 반복된 행위 끝에 사정을 한 후 바닥에 쓰러진다.
 
그 때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난다.
 
지선: 누구세요?
 
동명: 니 선배다.
 
갑자기 문이 덜컹 하고 열리더니 동명이 들어와 현민의 위로 올라타 조르기를 시도한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현민. 그러나 동명의 팔이 현민의 목덜미를 감싸기 시작하고 기술이 제대로 걸리자 현민은 방 바닥을 손으로 치기 시작한다. 둘을 떼어 놓으려 달려드는 지선. 그제서야 조르기를 푸르는 동명.
 
지선: 선배님... 왠 일이세요?
 
동명: 취직이 안 되 집에서 쫓겨 났다... 당분간 여기서 지낸다. 씨발, 지방대.
 
현민,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며 목을 만지고 기침을 하며 괴로워 한다.
 
 
6. 지선의 방
 
지선, 동명, 현민 조그만 탁자에서 밥을 먹고 있다. 지선과 현민은 조금씩 소심하게 먹는데 동명은 우걱우걱 무식하게 먹는다. 현민은 자꾸 동명의 눈치만 보고 지선은 힘없이 한 숟갈 한 숟갈 떠 먹는다. 밥 그릇을 비운 동명, 지선에게 빈 밥그릇을 내 민다. 지선, 밥을 하나 더 퍼서 동명에게 준다. 동명, 이번에도 무식하게 밥을 비우고 텔레비전 앞으로 가서 벌러덩 드러누워 텔레비전을 본다. 한숨을 쉬는 현민. 현민, 지선을 노려본다. 지선, 고개를 숙인다. 현민, 입술만 움직여 '씨발년'이라고 말한다.
 
 
7. 지선의 방
 
동명, 침대 위에서 대자로 누워 자고 있다. 지선,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현민, 지선 옆에 나란히 앉아 있다가 동명의 눈치를 보며 슬금 슬금 밖으로 나간다.
 
 
8. 복도
 
복도 끝으로 달려가는 현민의 뒷 모습.
 
 
9. 민지의 방
 
현민, 민지의 방 문을 덜컥 하고 열고 들어 온다. 자고 있는 민지,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현민, 민지에게 돈 다발을 뿌린다. 민지, 바닥에 떨어진 돈 다발을 줍는다. 현민, 화장실로 들어간다.
 
 
 
10. 민지의 방 화장실
 
현민, 오줌을 누고 있다.
 
현민: 씨발... 씨발... 씨발... 씨발...
 
민지, 오줌을 누고 있는 현민의 뒤로 와 팔로 목을 감아 귀에 입술을 대고 속삭이기 시작한다.
 
민지: 오늘 이상한 손님이 왔어.
 
현민: 혹시...
 
민지: 우리과 선배라던데?
 
현민: 이런... 제기랄.
 
현민, 몸을 부르르 떨고 물을 내린다.
 
 
11. 민지의 방
 
현민, 엉덩이를 뒤로 쭈욱 들고 있는 민지의 뒤에 서 있다. 잠시 후 바지를 벗고 삽입을 시작한다. 지선의 엉덩이를 잡고 뒤에서 하다가 그녀를 눕힌 다음에 앉은 자세로 하기 시작한다. 활짝 웃고 있는 지선의 얼굴을 떠 올리며 혼자 중얼대기 시작한다.
 
현민: 니가 한 만큼 나도 할 꺼야. 니가 한 만큼 나도 해야 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애.
 
니가 한 만큼 나도 할꺼야. 니가 한 만큼 나도 해야... 윽 
 
현민, 크게 한숨을 쉬며 플라톤의 포스터 처럼 비장한 포즈를 하고 지선의 위로 쓰러진다.
 
현민, 죽어가는 듯이 한숨을 쉰다.
 
민지: 집에 가. 시간 됐어.
 
현민: 알았어.
 
현민, 일어난다.
 
민지, 휴지를 꺼내 리얼하게 음부를 닦기 시작한다.
 
 
 
12. 지선의 방
 
지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고 동명은 누운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동명, 혼자 깡소주를 비운다.
 
지선: 왠 낮술? 우리 농활 온 거 아니잖아요.
 
동명: 그래도 그땐 치열했다.
 
지선: 치열하면 뭐해요... 지방대생 주제에...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 삽질한거예요. 삽질.
 
동명: 대학은 서울에서 다녀야 겠더라. 너두 편입 준비나 해라.
 
지선: 소원 풀었네요... 서울... 가고 싶어했잖아요...
 
동명: 솔직히 여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취직도 안되구... 운동도 못하구...
 
너무 암울하잖아. 역시 대학은 서울에서 다녀야 돼.
 
동명, 계속해서 깡소주를 비운다.
 
동명: 난 인생의 낙오자야. 너 나 아직도 사랑하니?
 
지선, 말 없이 드러눕는다.
 
지선: 모르겠어요. 사는 게 너무 피곤해요.
 
동명, 지선의 옆자리에 눕는다. 누워 있는 지선을 쳐다 본다. 지선의 위로 올라간다.
 
지선: 어...선배 모해요?
 
동명: 바닥이 뜨거워서 좀 옮길려구...
 
동명, 지선을 넘어간다. 지선, 눈을 감는다.
 
동명, 누워있다가 다시 지선의 위로 올라간다.
 
지선: 어... 선배 모해요?
 
동명: 이쪽 바닥이 더 뜨겁네... 여기 온돌이지?
 
동명, 다시 넘어 간다. 지선, 다시 잠든다.
 
동명, 가만히 누워 있다가 자고 있는 지선의 옷을 벗긴다.
 
지선, 잠에서 깬다. 둘의 눈이 마주친다.
 
지선: 선배 뭐 해요?
 
동명: 우리... 결혼할래?
 
지선: 나랑 몇천 번 했잖아요. 또 하고 싶어요?
 
동명, 허겁지겁 지선의 옷을 벗긴다. 지선, 동명이 옷을 벗기기 편하게 엉덩이를 들어 준다. 동명, 별 감흥 없이 지선에게 삽입한다. 천천히 허리를 돌리기 시작하는 동명. 남성상위, 측배위, 후배위, 가위치기를 하지만 사정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둘의 호흡은 정말 잘 맞는다. 동명, 한숨을 쉬며 결합을 푼다.
 
동명: 이젠 지겨워서 못하겠다. 이건 섹스가 아니야. 이런 게 섹스일리 없어.
 
결국 섹스은 환상이란 얘긴가? 씨발...
 
동명, 재떨이에 길게 침을 뱉는다. 엉덩이가 까인 채로 엎드려 있는 지선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13. 복도
 
현민, 현관문에 귀를 대고 듣고 있다. 문이 열리자 동명이 나온다. 숨는 현민.
 
동명, 건물에서 나가고 현민은 집 안으로 들어간다.
 
 
14. 지선의 방
 
현민, 현관 앞에 서서 엎어져 있는 지선을 경멸을 가득 담아 바라본다.
 
지선, 그런 현민을 흘깃 보구 한숨을 쉰다. 현민, 뚜벅뚜벅 지선에게로 걸어 온다.
 
지선: 다 들었니?
 
현민, 지선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다. 엎드려 있는 지선, 움직이지 않는다.
 
현민: 다 들었어.(찰싹) 너 미쳤구나?(찰싹) 너 미쳤구나?(찰싹) 나 아직 군대 안 갔어!(찰싹)
 
안 갔다구!!(찰싹) 나 군대 가면 버릴꺼야? 어? 버릴 꺼냐구! (찰싹, 찰싹)
 
현민, 미친 듯이 손바닥을 날리다가 삽입을 하려고 한다. 순간 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움직이지 않던 지선. 확 돌아 누워 현민의 눈을 응시한다. 현민, 놀란다. 지선, 일어나 현민을 엎어뜨리고 올라 탄다.
 
현민: 내가 여성상위는 안 된다고 했지?
 
현민, 일어나려고 하지만 지선은 꿈쩍 않고 오히려 현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지선: 아이~ 이쁜 우리 아기. 가만 있어라~ 착하지?
 
현민의 발버둥이 점점 사그러든다. 지선, 얌전한 현민의 얼굴을 가슴 속에 묻는다.
 
지선: 우리 아기 착하지. 얌전하게 있어라. 그럼 이뻐해 줄께~?
 
현민, 그런 지선의 얼굴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울먹이기 시작한다.
 
현민: 으앙... 나 안 버릴 꺼지?
 
지선: 그럼~! 내가 우리 이쁜 애기를 왜 버려. 안 버려. 미치도록 이뻐해줄께. 알지?
 
지선은 서서히 발기하는 현민의 성기를 몸 안에 넣기 시작한다. 현민은 눈물을 닦고 활짝 웃기 시작한다. 지선은 서서히 허리를 돌리기 시작하고 현민도 그에 응한다. 현민이 처음으로 남성상위를 시작한다. 점점 가속이 붙어 남성상위에서 가위치기로 그리고 두다리 어깨 올리기로 가면서 절정에 다다르기 시작한다. 절정과 함께 정적이 찾아오고 둘, 서로를 사랑과 신뢰로 가득찬 눈길로 응시한다.
 
현민: 누나... 고마워.
 
현민, 지선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사랑스럽게 안아준다.
 
 
15. 거리
 
동명, 골목 한 가운데에 서 있다가 골목 귀퉁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한 여자에게 다가간다.
 
동명: 야... 나 사랑하니?
 
여자: 미쳤니?
 
동명, 여자의 따귀를 갈기고 어디론가 성급히 걸어간다. 어이없다는듯이 동명을 바라보는 여자.
 
 
16. 민지의 방
 
민지, 방에서 혼자 체위 연습을 하고 있다. 이렇게도 자세를 잡아 보고 저렇게도 자세를 잡아 보고 열심히다. 남성상위로 누워 있는데 갑자기 문이 덜컹 하고 열린다. 다짜고짜 들어오는 동명. 난데 없이 민지의 위로 올라 탄다.
 
민지: 돈 주세요. 선배님.
 
동명: 나 갈 곳 없이 외로워. 우리 연애나 하자.
 
민지: 기본인 콘돔 착용하고 좆박고쑤시고사정하기 1만원.
 
옵션으로는 유방만지기 5천원 좆빨아주기 1만원 항문빨기 1만원이구요...
 
동명, 민지의 입을 막는다.
 
동명: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얼마야?
 
민지: 그런 건 없어... 악!
 
동명, 갑자기 삽입을 해 버린다. 무지 막지하게 박아대기 시작하는 동명. 민지, 괴로워 한다.
 
민지: 난 대가 없는 섹스는 못 해.
 
민지, 두 손으로 동명의 머리를 잡아 얼굴에 가까이 댄다.
 
민지: 너 큰 일 났 어.
 
동명: 으...악! 뭐야 질경련이야?
 
민지: 내가 큰일 난다고 했지? 난 사랑 같은 건 모른단 말야.
 
동명, 애처로이 삽입한 성기를 빼려고 한다.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고 마치 섹스하는 것 같아 보인다. 온갖 체위를 동원해도 빠지지가 않는다. 동명, 지쳐서 쓰러진다. 눈을 감는다.(C.L)
 
동명의 나레이션: 나는 내 나름대로 버텼어. 나를 생각하는 만큼 타인에 대해서도 생각했고 그 때문에 죽도록 얻어맞기도 했어. 그런데 때가 되니까 결국은 모두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더군. 나만 돌아갈 장소가 없더라구.
 
마치 의자 차지하기 게임 같은 거지. 씨발...이럴 줄 알았으면 공부 열심히 하는 건데...
 
동명, 마침내 울기 시작한다. 민지, 그런 동명을 보다가 한숨을 쉬며 핸드폰을 꺼낸다.
 
민지: 나 좀 도와줄래? 돌아온 선배 드디어 사고 쳤다.
 
 
17. 지선의 방
 
지선과 현민, 나란히 침대 위에 누워 있다. 현민, 지선의 가슴에 안긴 채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현민: 누나. 선배가 사고쳤대요.
 
지선: 왜?
 
현민: 민지의 질경련에 걸려서 괴로워 하고 있대요. 우리가 도와줘야 되요.
 
지선과 현민,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현민, 나갈 채비를 다 하고 현관에 서 있다. 지선, 화장대 앞에서 메이크 업을 하고 있다. 한숨을 쉬는 현민. 지선, 마침내 립스틱을 다 바르고 나간다.
 
 
18. 거리
 
달리고 있는 현민과 지선.
 
 
19. 민지의 방
 
지선과 현민, 방으로 들어 온다. 동명과 민지는 이불 속에서 괴로워 하고 있다. 지선, 결합된 상태로 괴로워 하고 있는 동명에게 다가간다. 민지는 한가로이 담배만 피우고 있다. 동명, 신음을 내고 있다. 동명, 지선을 쳐다 본다. 지선의 뒤에서 후광이 보이고 마치 천사가 다가오는 것 처럼 보인다. 지선, 동명 옆에 앉아 머리를 자애로운 표정을 하고 쓰다듬어 주기 시작한다. 동명, 신음을 그치고 지선을 바라본다. 민지, 부러운 듯이 둘을 보고 있다. 지선, 그런 민지를 보고 신비로운 빛이 나는 손으로 민지의 머리도 쓰다듬어 준다. 민지, 긴장을 푼다. 그러자 민지의 질경련이 풀리고 동명과 민지는 결합 상태에서 풀려난다. 그제서야 민지에게서 풀려 나와 떼굴떼굴 구르기 시작하는 동명. 동명, 지선을 멍한 얼굴로 쳐다 본다. 모두들 지선을 응시한다. 순간 지선이 손가락을 딱 치자 어디선가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오고 모두들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드디어 손에 손을 잡은 동명과 지선.
 
동명: 날 용서해 주겠니?
 
지선: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지선, 동명에게 윙크를 한다. 지선의 발 아래 무릎을 꿇고 쓰러지는 동명. 흐느끼고 오열한다.
 
그런 둘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현민과 민지. 서로의 손을 꼬옥 잡는다.
 
 
20. 길
 
동명과 현민, 민지와 지선과 나란히 서 있다.
 
동명: 나 희망을 가져 볼께.
 
지선,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현민: 누나... 제대 할 때까지 기다릴 꺼지?
 
지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동명과 현민, 지선에게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간다. 점점 멀어져 가는 동명과 현민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지선의 옆에는 민지가 서 있다. 민지, 뒤에서 지선의 옆으로 다가와 지선의 손을 꼬옥 잡아 준다. 지선, 눈물을 흘린다. 민지, 지선의 눈물을 혀로 닦는다.
 
 
21. 암전
 
 
22. 지선의 방
 
지선, 침대 위에 누워서 편지를 읽는다. 옆에는 민지가 누워 있다.
 
현민의 나레이션
 
누나가 정말 그리워. 하루에도 몇 번씩 누나 생각만 해.
 
아직도 내 손가락에는 누나 속살 냄새가 남아 있는 것 같애.
 
지선의 옆에 이불이 들썩이더니 민지가 지선의 젖을 잡는다.
 
지선... 현민의 편지를 읽다 창 밖을 본다. 민지, 지선의 꼭지를 쭈욱 잡아 뺀다.
 
지선: 그 놈의 욕정 오래도 지속된다.
 
 
23. 엔딩 자막
 
롤링 타이틀 올라가고 배경 화면으로는 동명이 디카로 찍었던 민지의 사진이 깔리고...
 
민지의 나레이션: 기본인 콘돔 착용하고 좆박고쑤시고사정하기 1만원. 옵션으로는 유방만지기 5천원 좆빨아주기 1만원 항문빨기 1만원 69자세로성기애무 1만5천원 딥키스 1만원 추가하고 특수 옵션으로는 한번사정하고다시박기 1만5천원 콘돔미착용후질내사정비 1만원 콘돔미착용후배위나보지털에사정 5천원 사정후입으로뒷마무리해주기 5천원 보지 속에 자지 넣은 후 10분 후부터 5분 추가 시마다 1만원 추가성교후같이샤워하기 5천원 빨아주기로입에다사정하기5천원 추가하는 대신 보지에는 삽입 불가하고요 성교하다가사정만입에하기 1만 5천원 성교중온몸 입으로핥기 1만 5천원 추가입니다. 체위 옵션으로 남성상위는 기본형 두 다리 들고하면 5천원 추가 자지 꽂은 채 들고하는 것은 5천원 추가 후배위는 5천원 추가 한 다리 들고 하기 5천원 항문 성교비는 1만 5천원 추가 여성 상위는 5천원 추가 그리고 성교 과정에서 좆빨기, 삽입 장면, 펌프질, 사정장면 등 사진 촬영은 1장당 2만원이고 성교 전 과정 비디오 촬영 테이프는 1개당 5만원입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사랑하기는... 무료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ND.


 
프리 프로덕션
 
몇 년간 숙원이었던 대학가에서 펼쳐지는 야사들을 영상화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다. 사장님의 오케이 싸인이 떨어진 후 유능한 후배들과 함께 프리 프로덕션 작업을 시작했다. 따로 헌팅할 것도 없었다. 그냥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 가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기만 하면 되었다. 겨울방학이 아직 끝나지 않아 한적했고 며칠 뒤면 바로 저기서 베드씬을 찍을 수 있겠구나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에로 영진공] 코리안 파이 - 허접한 입봉 감독의 VOD 코멘터리 참조)
 
조금 까다로운 헌팅 장소는 두 군데였다. 여대생의 자취방과 학교 강의실.
 
다행히 착한 후배들의 도움으로 여대생 자취방 헌팅은 금방 되었는데 강의실은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강의실 안에서 칠판을 배경으로 한 베드씬을 꼭 찍고 싶었는데 경비 아저씨한테 뭐라고 해야 되나 궁리하던 중 이필립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최 작가님? 요즘 뭐해요?"
 
"저 요즘 조감독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작가는 못하겠네? 글 안 쓸거예요?"
 
"써야죠."
 
"글 써둔 거 있으면 좀 보내줘요. 좀 급하거든."
 
"감독님도 잘 지내셨죠?"
 
"나 잘 지내지. 나 회사도 옮겼어요."
 
"네?"
 
"유호라고... 아시죠?"
 
"그럼요. 잘 알죠. 그런데 써둔 건 없는데 특별히 생각해 둔 내용이라도 있으신가요?"
 
"최 작가 맘대로 써서 보내주세요. 내가 의사 친구가 있으니까 병원이 배경이어도 좋아요."
 
"네. 알겠습니다."
 
"다음 달 말까지 한 편만 보내주세요. 그럼 부탁드릴께요."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이번 작품 연출이 끝난 다음에 예전에 써 둔 시놉 중에서 발전시키면 될 일이었다. 이필립 감독과의 작업은 언제나 배울 부분이 많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배우 캐스팅 문제였다. 내 시나리오의 세밀한 터치와 미묘하고도 끈적한 뉘앙스를 연기로 표현할 수 있을 만한 에로배우를 어떻게 찾아야 할 지 감이 오질 않았다. 우리 회사의 제작 여건상 사전에 만나 대본 연습을 한다던가 현장에서 제대로 된 연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을 것 같았고 우연히 훌륭한 배우를 만나는 수 밖에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예산의 문제로 촬영을 24시간 이내로 끝내야 했다. 시나리오가 총 24씬 정도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한 시간에 한 씬 정도를 찍어야 되는 빡쎈 스케줄이었다. 아침 7시에 만나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촬영을 끝내야 된다는 얘기였다. 촬영 장소가 다 대학가 근처라서 이동 거리는 길지 않아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연기의 퀄리티에는 문제가 좀 생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대안은 없었다. 그냥 잘 찍는 수밖에... 감독 입봉작이니 만큼 꼭 잘 찍고 싶었고 그냥 어느 비디오 대여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작품을 찍고 싶진 않았다.
 
 
루이스 칸과 베토벤 5번 교향곡
 
예술의 창조는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욕망의 시작이다. 베토벤이 그의 5번 교향곡을 작곡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그 교향곡을 필요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 교향곡 없인 살 수 없다.
 
- 루이스 칸
 
 
나도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내가 만들기 전에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던 그런 작품. 누군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 밖을 내다 본 후 '오늘은 왠지 최 감독이 만든 작품을 보고 싶어지는 걸?' 할 수 있는 그런 작품.
 
학교 헌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디카로 찍은 이미지들을 보며 콘티를 구상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너 요즘 뭐하고 다니냐?"
 
"그냥 이것저것요."
 
"낼 모레 졸업인데 취업은 어떡할 꺼냐?"
 
"지금 준비하는 게 있어요.'
 
"뭘 준비하는데?"
 
"영화요."
 
"무슨 영화?"
 
"잘 되면 말씀 드릴게요."
 
"잘 되면 꼭 말해줘라."
 
잘 돼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 내가 이런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울 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해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 안타깝다. 어서 그런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는 어떻게 에로영화 감독이 되었나 8▶ http://goo.gl/oS1ckF
 
 
글쓴이ㅣ에로영진공 위원 최경진
남로당
대략 2001년 무렵 딴지일보에서 본의 아니게(?) 잉태.출산된 남녀불꽃로동당
http://buru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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