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절 게임을 기억하시는가? 얼마 전 뉴스 보도에 의하면, 요즘 애들은 왕따 친구를 다구리 하기 위해 이 기절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만, 나 학교 다닐 적만 해도 자발적으로 목 졸림을 즐기는 애들이 더 많았었다.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눌러" 하면,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노련하다 소문난 친구 중 한명이 자신의 온 체중을 실어 팔을 쭉 펴고, 가슴과 목을 동시에 짓누른다. 몇 초 정도 눌리다 보면 앞이 하얘지면서 극도의 몽롱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데 그 때 느끼는 묘한 쾌감은 오르가슴과 흡사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싶으면 적절한 타이밍에 손을 놓아 풀어주어야만, 평생 불구가 되거나 생명을 잃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는 ……… 그야 말로 목숨을 건 위험한 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나도 한 번 해 달라며 쉬는 시간 마다 줄을 섰던 데는, 기절을 당한 애들의 한결 같은 증언이 큰 몫을 했다.
"우와~~ 씨바. 졸라 신기해. 앞이 환해 지면서 몸이 붕 뜨는 것 같더니 그냥 아무 기억이 안 나더라. 내가 쓰러진 것도 몰랐어."
그 때는 몰랐었다. 우리가 하던 짓이 SM 섹스의 일종이라는 걸. 만약 그 짓을 똑같이 어른이 했다면, 존나 변태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 거라는 걸…
온 몸의 신경이 바짝 긴장하고 호흡이 가빠지다가, 참을 수 없는 어느 한계 점에 이르렀을 때 몸이 쫘악 이완되면서 나타나는 현상 - 몽롱함. 각성제를 먹은 듯이 시야가 밝아지는 동시에 찾아오는 두뇌의 나른함. 몸의 일시적 감각 상실…
그 시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끓어오르는 오르가슴에의 욕망을 그렇게 서로의 목을 졸라주며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스머더링 (Smothering)
호기심 많은 학창시절을 지나, 다 큰 어른이 되어서까지 단지 오르가슴을 위해 경동맥이나 흉부를 압박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라고 생각한건 나의 오산이었다.
이너넷을 서핑 하다 보니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질식게임을 즐기는 매니아들이 당당히 동호회 까지 형성하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스머더링 (Smothering - 질식) 플레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파트너에게 얼굴을 깔고 앉게 하는 페이스 시팅 (face sitting) 이다. 어찌 되었건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뇌에 산소를 전달하는 신경이 손상되어 평생 불구가 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이 분야에도 노하우와 안전 수칙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 안전 수칙과 좀 더 잘 즐기는 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스머더링 관련 동호회의 주요 역할이며, 게시판 등을 통해 파트너를 구하기도 한다.
모든 BDSM(bondage, discipline, Sadism, Masochism… : 결박하기, 훈육하기, 가학, 피학, 노예게임, 모욕주기 등등… 사실 알파벳에 따라 갖다 붙이기 마련임)플레이에 적용되는 얘기겠지만, 특히 이 질식 플레이를 할 때는 서로간의 사인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BDSM 플레이는 고통이나 구속감을 즐기기 위해 하는 거지만, 쾌락이 고통으로 변환되는 지점. 즉, 참아낼 수 있는 한계점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힘들어, 좀 강도를 약하게!" 라든가, "당장 멈춰, 나 죽어!!!", 혹은 "약해 조금만 더 세게" 등등의 의사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수신호를 전문 용어로 세이프워드 (SAFEWORD) 라고 한다. 애석하게도 세이프워드의 국제 공용 수신호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은 관계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플레이 전에 반드시 파트너와 협의하고 숙지해야 한다.
특히, 페이스 시팅은 얼굴을 정통으로 틀어막는 플레이니 만치 수신호를 미리 정해 놓지 않으면 엉덩이 밑에서 파트너가 숨이 끊어지는 지 호흡이 만땅으로 차 올랐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어 매우 위험하다.
간혹, "당장 멈춰!" 라는 수신호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파트너가 가학의 즐거움에 도취하여 세이프워드를 무시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어떤 변명을 하던지 간에 다시는 그 사람과 SM 플레이를 즐기지 말아야 한다.
의문점…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페이스시팅 장면이 담긴 사진 중에는 남자가 여자를 깔고 앉은 사진은 없는 걸까 ? 여자들 중에는 질식 당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 전혀 없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왜 유독 많은 남자들이 여자 엉덩이에 깔리는 걸 즐기는 걸까 ?
한 독일인 성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남에게 명령할 일이 많은 권위적인 성격의 사람일수록, 억압당하고, 복종하고, 두드려 맞는 등의 피학적인 섹스에 심취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성 에셈머 중에 돔 (전문용어: 돔은 주인, 섭은 노예)이 많은 것은, 아직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일상 생활 중에 남자들 보다 더 많은 억압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해석해도 되는 것인가?
이 궁금증에 대한 좀 더 확실한 해답과 사례를 찾기 위해 , 나는 D 포탈 사이트의 한 까페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여자들이 얼굴에 앉을 때] 란 이름의 이 까페는 3월 21일에 개설 된 것으로 되 있으나 아직 게시물이나 자료 등이 전혀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다. 개설자는 깜찍스럽게도 고등학생인 것 같고, 카테고리도 중고교> 동아리로 돼있다. 복도에서 기절게임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이제는 고삐리들도 정식 SM 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아~~~ 시절의 하수상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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