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 누드모델, C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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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 누드모델, C소장 Polypemon-break 제 2편 누드모델 이야기 (2015.08.03 발행) 에덴 에이전시 소속 두번째 모델은 세일즈맨이자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두 아이의 아빠, C소장이다.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는 8년차 세일즈맨으로 3년째 누드모델을 하고 있다. 그의 본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었다. "혈액검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병원에 가서 모아진 혈액 샘플을 가져와 본사 검사실로 보내는 일련의 과정을 담당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병원에 신규영업도 같이 하고 있어요. 30살부터 시작해서 이제 8년차에요. 현재 직책은 소장이고요." 그는 첫 미팅 때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제 본업에 지장을 줄 것 같았거든요. 얼굴과 실명이 공개되지 않더라도 알아 볼 사람은 알아볼테니까요. 하지만 프로젝트의 취지가 너무 좋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았어요.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 같았죠.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에게 말해도 자랑스러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결심했고 지금은 확고해졌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는 누드모델을 하기 전에 누디스트로 활동하며 커뮤니티를 운영했다고 한다.
"누디스트는 자연주의자 모임이에요. 옷만 없을 뿐이지 만나서 나체로 일상적인 생활을 해요. 밥을 먹거나 책을 읽고 얘기하는 그런 일상적인 것들. 주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 또는 야외에서 모임을 가졌어요. 제가 활동했던 당시에는 누디스트 회원이 많았어요. 온라인 회원만 6만명이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벗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어요. 계곡에 가면 사람이 없을 때 옷을 벗고 바로 물 속에 뛰어들었거든요. 그런 자유로움이 좋았어요. 그래서 누드를 좋아하니까 이걸로 돈을 벌어보자 생각했죠.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의 누드모델 첫 데뷔는 2012년이었고 에이전시 소속이 아닌 개인으로 시작했다.
"갑자기 집에 돈이 필요했어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여기저기 알아보다 마침 홍대에 있는 작은 미술학원에서 누드모델을 구하고 있다는 글을 보고 바로 전화했죠. 다음날 학원에 가서 원장님과 인터뷰하고 다음주부터 2주간 수업을 하기로 했어요." "첫 날 수업은 남학생 두 명과 원장님, 저 이렇게 셋이 있었어요. 작은 공간이었고 지하라 환기가 잘 안됐어요. 여름이라 에어컨을 세게 틀어놨는데 갑자기 수업하다 머리가 어지럽더라고요. 그러다 곧바로 쓰러져서 30분 정도 누워있다가 깼는데 원장님이 학생들을 집에 보냈다며 괜찮냐고 앞으로 수업에 나올 수 있겠냐고 물었고 전 괜찮다고 죄송하다고 내일부터 수업하겠다고 했죠. 그때는 정말 아찔했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2주간 수업을 마치고 바로 에덴 에이전시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바로 포즈를 공부했죠. 대표님과 포즈 수업을 하면서 동시에 집에서는 영화를 보고 포즈를 따라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포즈에 대한 거리낌도 없어졌고 과감한 포즈들을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전엔 잘 듣지 않았던 장르의 음악도 많이 듣게 되었어요. 음악은 이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그렇게 에이전시에 소속되면서 누드모델이 굉장히 전문적인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에덴 에이전시에 들어와서 기억에 남았던 행사가 [오픈바디쇼]에요. 매년 진행하는 행사인데 소속된 모델들의 퍼포먼스 공연으로 단순히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니라 음악에 맞춰 연기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표정이나 손끝 하나하나 허투루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죠. 객석에 있는 사람들은 모델의 움직임에 맞춰 크로키를 하거나 저처럼 가만히 앉아 관람을 했어요. 이런 공연 자체가 저한테 굉장히 생소했고 멋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열심히 해서 [오픈바디쇼]에 참여해야겠다고 다짐했죠."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모델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수업에 대해 물었다.
"서울 디지털 대학교 회화과 동아리 수업이었어요. 부천에서 했었는데 다 사회인들이었고 나이가 많은 여성분들이었어요. 수업 쉬는 시간에 포즈에 대한 피드백도 나누고 소통도 잘 되었어요. 모두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지금까지 통틀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어요. 포즈가 열정적이었다고 모두들 격려와 칭찬을 해줬거든요." "그 수업의 교수님은 이번 모델은 잘 다듬어진 몸매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몸매여서 좋았다고. 한 여성분은 자기 남편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정리하고 나와서 담배를 피고 있는데 한 분이 오셔서 저에게 명함을 주더니 "전업모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신같이 열정적인 사람은 만나보고 싶었다"며 앞으로 계속 봤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아쉽게도 그 수업 이후로 거기에 다시 가보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전 사실 외모에 대해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보시다시피 몸이 좀 크고 살집도 많죠. 게다가 가슴도 일반 남성에 비해 많이 발달되어 있거든요. 그렇게 보기 좋은 몸매도 아닌데 누드모델을 하면서 몸이 멋지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대표님도 그림 그리기에 좋은 몸이라며 살을 빼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기분은 좋지만 건강을 위해 살은 빼야겠죠? (웃음) 그렇게 몸에 대한 좋은 피드백도 듣고 제가 그려진 작품들을 계속 보게되니 몸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고 더 나아가서는 인생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재밌게 살아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죠. 누드모델은 그렇게 저를 바꿔놨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모델을 하면서 불편한 것, 부당한 것이 있었는지 물었다.
“수업을 다니면서 느낀 게 누드모델이 일하는 환경이 참 열악해요. 한번은 여대 수업에 갔는데 남자화장실이 아래층에 있더라고요. 이동하기가 멀어서 이젤에 담요를 걸쳐 간이 탈의실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옷을 갈아입다가 창문 밖에 여학생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죠. 이 정도는 양호한 거에요. 옷 갈아입을 공간조차 없는 수업도 있거든요. 겨울에는 난방이 안 되는 수업도 있어요. 이러면 추위로 온 몸이 긴장되니 떨림이 심해요. 그럼 수업 끝나고 엄청 힘들거든요. 난방만 잘해도 몸의 이완이 잘되고 집중도 잘 될텐데 그런 배려가 없더라고요.” “영업을 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많이 봐왔지만 누드모델 쪽에서도 그런 일이 많더라고요. ‘당신네들 마음에 안 들면 에이전시 바꾸겠다’는 식이요. 저도 몰랐는데 누드모델 에이전시가 되게 많아요. 업체가 많이 생기면 출혈경쟁을 하게 되고 여기서 모델의 인건비를 줄이기 시작하거든요. 지금도 시급이 높은 편이 아닌데 줄어든 시급에 에이전시 수수료까지 제하면 그걸로 생활하긴 힘들어요. 저는 본업이 있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전업모델의 경우 생활하는데 있어서 타격이 클거에요. 그런 부분들이 걱정이더라고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누드모델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어떤지 물었다.
“가장 먼저 아내에게 말했는데 처음엔 부정적이었어요. 아내는 ‘그걸 당신이 왜 해?’라고 물었고 저는 이 직업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제가 소속된 에덴 에이전시 커뮤니티를 보여줬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안 좋은 직업이 아니다.’, ‘멋진 일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라고 말했죠. 그 후에는 아내도 알겠다며 응원해줬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누드모델을 하면서 들어오는 수입은 다 아내에게 주거든요. 요즘엔 오히려 수업 안나가냐고 물어봐요.” “친구들한테는 다 말하지 않았어요. 예전에 한 친구에게 누드모델을 한다고 말했다가 싸운 적이 있거든요. 보통 저를 이해하는 친구들은 ‘괜찮다! 잘해봐’, ‘그래 니가 알아서 잘 하겠지’, ‘하거나 말거나’와 같은 반응인데 그 친구는 “벗으면 안 꼴리냐?”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기분이 안 좋았어요. 마치 옷을 벗으면 무조건 섹스를 해야한다는 거잖아요. 구분을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저도 한 마디하고 다시는 안 봤어요. “넌 벗으면 다 꼴리냐?” “2년 전 쯤인가. SBS에서 누드모델을 소재로 한 <아빠는 변태중>이란 드라마를 방영한 적이 있어요. 주인공이 회사에서 실직하고 누드모델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겪는 이야기거든요. 초반에 주인공이 첫 수업을 하는데 팬티를 입고 수업을 하더라고요. 그러자 학생들이 비웃으며 ‘벗어요! 벗어요!’라고 말하죠. 결국 주인공이 자기네 집 하숙생과 마주치면서 허겁지겁 도망을 가는데 화가 나더라고요. 드라마 속에서 누드모델이란 직업이 마치 해서는 안 될, 부끄러운 직업으로 비치는거죠. 전문성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영상매체가 각인이 잘 되잖아요. 매체에서 그렇게 다루고 있는데 누드모델에 대해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야하고 창피한 부끄러운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겠죠. 그게 너무 싫었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그는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20대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안타깝고 답답한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참 후회가 많아요. 대학도 제가 원하는 전공이 아니었어요. 원래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그때가 IMF였고 실용적인 전문대가 유행이라 남들이 가는 길로 따라간거죠. 그림 그리고 역사책 보는 걸 좋아하는 애가 대학에 가서 화학이나 생물학을 배우고 있으니 뭐가 재밌었겠어요. 직업도 전공에 맞춰서 선택하니까 더 힘들었어요. 다행히 29살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조금씩 나아졌고 바로 병원을 그만두고 영업으로 전향하면서 조금씩 제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나중에 아이에게 제가 누드모델을 했다는 걸 말해줄 거에요. 단순히 ‘아빠가 이렇게 멋진 삶을 살았다’라고 말하기 보단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부모라고 생각하거든요. 정해진 틀에 가둬두고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지 않도록, 제가 했던 실수를 하지 않도록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Photographed by YOON SANG MYUNG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꿈이에요. 꿈을 이루는 거죠.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마흔이 되면 은퇴해서 제가 원하는 일을 하고 가족들과 자유롭게 전원생활을 하며 삶을 보내는 것이거든요." "현재 누드모델이 활동하는 분야가 누드 크로키 수업 외에는 별로 없어요. 외국에는 유명한 누드쇼가 많잖아요. 얼마 전부터는 프랑스에서 유명한 누드아트쇼 <크레이지 호스>가 내한해서 지금도 공연하고 있죠. 그런 컨텐츠들이 국내엔 없어요. 그러한 시도들은 있었지만 공연음란죄나 주민 신고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앞으로 누드모델 활동을 계속하면서 연극이든 퍼포먼스든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누드와 관련된 공연이나 행사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누드모델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저를 포함해 그들이 계속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음주 발행 예정인 인터뷰는 미술강사에서 누드모델로 활동하는 린의 이야기다. Director & editor 원미라 Photographer 윤상명 Model C소장 기획 레드홀릭스 - www.redholics.com 모델 에이전시 에덴 - www.facebook.com/agency.eden 폴리페몬 브레이크는 레드홀릭스의 프로젝트로 성, 섹스와 관련된 사회적 편견을 깨고 이를 사진과 그림이라는 방식을 통해 드러내는 인터뷰 형식의 화보다. 누드모델 에이전시 에덴과 함께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총 4명의 누드모델과 인터뷰를 했다. * 폴리페몬이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로 지나가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 현대에서는 이를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려는 아집과 편견을 비유하는 관용구로 쓰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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